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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bysparks Jul 04. 2018

뭐가 됐으면 좋겠어?

너의 미래는 온전히 너의 것

"단호가 나중에 커서 뭐가 됐으면 좋겠어?"


남편이 물었다.


단호가 태어나기 전에 비슷한 얘길 한 적이 있다.


"오빠 김치가 나중에 아이돌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꺼야?"

"우리 둘을 봤을 때 단호는 아이돌은 못할꺼야. 임진모면 몰라도."


그때 생각이 나 웃음이 났다. 그래 차분한 우리 둘을 닮은 아들은 흥 많고 끼 넘치는 아이돌보다는 잘생긴 비평가 쪽이 더 어울리지 생각했다. 막연했던 아이가 정말 우리 둘 앞에 태어나 있으니 남편의 질문에 나도 좀 더 진지해졌다. 단호는 뭐가 되면 좋을까.


"오빠는 뭐가 되면 좋겠는데?"

"나? 나는 F1 레이서. 세계적인 F1 레이서도 좋을 거 같아. 뭘 하든 세계적인 사람이 되면 좋을 거 같아. 너는?"


"나는 글쎄... 우리를 닮아서 단호는 차분할 거 같아서 차분한 성격이 잘 맞으면서도 창조적인 일을 하면 좋겠어. 그러면서도 좀 남자다운. 건축가도 좋을 거 같애. 집을 짓는 사람이 되는 것도."


이렇게 대답은 했지만, 사실 어려운 질문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단호가 그러니까 내 아들이 뭐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근데 나는 단호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있으면 좋겠어. 그럼 돼."


이건 늘 생각했었다. 아이가 없을 때도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우리 애는 자기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아는, 그걸 너무 늦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알고, 원하는 삶을 그 방향이라도 아는 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청춘들처럼, 보통 사람들처럼 나 역시 실패도 방황도 있었지만 나는 꽤 일찍부터 좋아하는 무언가가 늘 있었고, 그래서 나는 행복했다.  


나의 부모님은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바쁜 맞벌이 부부였다. 늘상 바쁘셨지만 덕분에 일찍부터 덕분에 (완벽하진 않아도)  혼자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부터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부터 유학을 떠나는 것, 직장을 고르는 것까지 삶의 커다란 선택은 온전히 내 몫이었고, 부모님은 내 결정을 듣고 믿고 응원해주셨다. 그런 시스템(?)이 워낙 익숙했던지라 이런 관계가 특별하다고 특별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렇게 살 수 있게 해주셨던 부모님께 새삼 감사했다. 그리고 이제 아이를 가진 부모가 되면서 나도 엄마아빠처럼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나도 내 아이를 무조건 믿어주고, 그 아이의 선택을 늘 지지해줄 수 있을까. 그런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내가 그랬기에, 나의 부모가 그래주셨기에 나는 내 아이의 미래를, 내 아이가 원하는 삶을 내가 미리 예상한 적도 기대한 적도 상상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 미래는 온전히 그 아이의 것이기에. 나는 옆에서 아이가 택한 삶을 존중해주고, 그 삶에 가까이 갈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단호가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아야 할 것이다. 그건 긴 시간이 걸릴 수도, 그 사이 많은 경험을 그 경험이 아픔이 되기도, 상처가 되기도 할 테지만. 언제가 용감하게 많은 것들을 직접 겪고, 부딪쳐서 그 대단한 진실을,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일찍 찾아내길 바란다.


아직 엄마도 알아보지 못하는 50일이 겨우 넘은 아이를 보며 할 고민치고는 다소 아득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우리 아들을 키우고, 함께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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