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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bysparks Jul 04. 2018

엄마의 빡침

공감이 늦어서 미안해

보기보다 남자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공감 능력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난 내가 직접 겪지 않은 일에 감정적으로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여자들이 잘하는 함께 울어주거나 같이 흥분해주거나 크게 걱정해주는 등의 리액션이 부족하다.


다른 많은 것들이 그렇듯 이런 성격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는데 나쁜 점은 상대방의 기대만큼 크게 반응해주지 못하고 상대방의 말을 모두 믿진 않는다는 것 좋은 점은 그래서 누구를 무턱대고 욕하거나 의심하진 않고 좀 더 공평한 편이랄까 또 이런 반응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직접 그 일을 겪었을 때 느끼는 감정이나 깨달음이 충만하다. 아 이게 이런 거였구나 깊은 깨달음.


육아는 그래서 아이를 낳은 이후 일분 일초 모든 순간이 크고 깊은 깨달음이었다. 예전에 스쳐 들었던 모든 말들이 끄덕 끄덕 이해가 갔다. 아 이런 마음들이었겠구나 많이 힘들었고 많이 행복했겠구나


일을 마치고 늦게 집에 들어가자 하루 종일 아이 둘을 보고 있던 와이프가 말 없이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갔다던 초등학교 동창의 아내의 마음도 이해가 가고 새벽에 일어나 몇 시간씩 잠을 안 자던 6개월 된 딸을 결국 마루에 던져 놓고 소맥을 말아 두 잔을 그대로 마셨다는 친구의 얘기도, 아이를 낳으면 집 앞 슈퍼에만 나가도 뉴욕에 가는 기분이라던 대학 동창의 얘기도 그저 웃기려고 만들어낸 허풍이 아니었음을...


그들이 겪었다는 비슷한 마음과 상황을 뒤 늦게 겪으면서 그때 진심으로 공감해주지 못한 것의 미안함과 함께 다 그런거구나 싶은 위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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