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마지막 순간
조용한 마을 1차선 도로 양 옆으로 나란히 서있는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길이 반갑게 나를 반긴다.
어린 시절 정이 많으시던 외할아버지 께서는 내 손을 잡고
저 길을 지나면 나오는 조그마한 구멍가게에서 이름 모를 과자를
내 손에 쥐어주시곤 하셨다.
오랫동안 돌보지 않아 망가져버린 오랜 집을 허물고
덩그러니 남겨진 집터와 익숙한 대문만이
그 시절을 추억하게 해 준다
늦은 저녁 출출한 배를 움켜쥐고 외갓집에 도착하면
멀리서 내 코를 간지럽히던 부뚜막 냄새도 나진 않지만
아련해진 기억속 그때의 향기를 꺼내어본다
산들산들 계곡을 타고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에
벼들이 물결처럼 살랑이고
어린 시절 멀게만 느껴지던 거리는
우리가 지나온 시간만큼이나 가까워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