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포렌식 결과, 절망의 종착역
관할 사이버팀에 맡긴 포렌식 결과가 왔다.
“이상이 없으니 핸드폰 찾아가세요.”
짧은 한마디가 그동안 쌓여 있던 기대감을 무너뜨렸다.
“하~~~~~~”
바위에 눌린 듯, 한숨을 길게 토해 버렸다.
며칠 뒤, 형사과 지인이 다시 사이버팀장에게 부탁을 넣었고,
두 사람이 함께 집까지 방문해 줬다.
지인 한 명, 포렌식 담당 팀장 한 명.
팀장은 바닥에 앉아 결과와 상황을 차분히 설명했다.
“답답한 상황은 알겠는데 수사하려면, 객관적인 입증이 필요해요. 그러면 서울 북부 사이버에 한 번 더 접수해 보실래요?”
바로 망설임 없이 말이 뚫고 나갔다.
"네!!!"
공식 절차와 인간적 관계가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몇 주 뒤 사건이 경기 북부에서 서울 북부로 넘어갔다.
인근 사이버팀 사무실을 찾았다.
같은 질문, 같은 서류, 같은 표정.
말을 반복하는 나만 점점 맥이 빠져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서울경찰청 사이버실.
말하자면 ‘대법원’ 같은 곳.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마지막 창구였다.
접수를 마친 며칠 뒤, 등기 우편 한 통이 도착했다.
서류 한 장, 문장 하나로 모든 절차가 끝났다.
우울한 생각보다 극도의 답답함.
현실을 뚫지 못하는 벽에 체념.
그리고 확신으로 포기할 수 없는 의지.
세 축이 다른 방향으로 잡아당기며,
꼬여버린 에너지의 교차점에 눌려 있었다.
‘화병이 이런 거구나.’
어느 곳도 비상구가 되어주지 못하는 허탈감까지
찾아와 며칠을 앓아누웠다.
“쾅! 쾅! 쾅! 쾅!”
초인종도 누르지 않은 채, 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집 안을 울렸다.
문을 열자 친구가 서 있었다. 자가용을 몰고 두 시간을 달려온 얼굴엔 울먹임과 걱정이 깊게 내려앉아 있었다.
“아이거 지지배야… 살아있네. 무슨 큰일 난 줄 알고
오면서도 심장이 벌렁벌렁했어. 왜 전화번호가 없다고 뜨고 카톡도 사라진 거야. 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해킹당했었어. 어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나중엔 비밀 보호 바꾸려고 본인 확인 절차 있잖아.
인증번호 누르기도 전에 횟수 초과돼버려서 막혀버렸어"
계속되는 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들어줬다.
사업으로 바쁜 와중에 시간을 쪼개 달려온 그 한 시간을
내 마음에 살포시 얹어 주었다.
혼란의 한가운데서도 포기하지 않게 하는 힘들은,
어쩌면 숙성된 호흡으로 늘 곁에 있어주었다는 거.
40년 된 친구가 돌아간 뒤
내 눈에는 긴박한 숫자들로 가득 찬 벽지밖에 보이지 않았다.
새 컴퓨터와 프린터는 다른 친구에게 그냥 줘버렸다.
내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 내가 시비를 걸었다.
화면을 마주할 용기도, 의미도 모두 잃었기에.
마침 경찰대를 졸업한 친구의 남동생이 떠올랐다.
40년 동안 단 한 번도 부탁해 본 적은 없었다.
살아야 했기에, 무릎을 꿇는 심정으로 말했다.
“동생한테 내 상황 좀 얘기해 줘. 좀 알아봐 달라고만 해줘. 금전 피해는 없었고…”
친구는 걱정 말라며 상황을 이해했고, 동생에게 꼭 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 날 돌아온 말은 짧았다.
“뭔지 모르겠대.”
"... 그래"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낼 너희 집으로 찾아갈게"
"... 그래"
그 후로 그 이야기는 누구의 입에도 오르지 않았다.
마치 안갯속에 던져진 돌처럼, 조용히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