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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Feb 05. 2024

내가 나를 속였다

제 작년 쓴 글을 모아 출판사에 투고했고 내 이야기를 담은 글은 조울증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다 극복해 냈다고 생각했다. 모든 게 평범했고 감정 기복도 아픔도 나름 잠잠했다. 몇 달에 한 번씩은 잠만 자는 일이 자주 일어났지만, 그냥 약 때문인가? 생각했다. 선생님은 기분이 잠으로 오는 걸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난 멀쩡한데 왜?’라며 안일하게 넘겼다.     


그러다 며칠 전, 아무리 생각해도 요즘의 나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머물렀다. 잠만 잤고 입맛도 전보다 적어졌으며 살고자 하는 의욕 자체가 들지 않았다.      


‘나는 왜 살지?’      


딱히 살아야 할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고 충동적으로 나쁜 생각도 들었다. 그나마 읽던 책도 읽지 않고 글을 쓰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일상이 힘겨웠다. 틈만 나면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나 다시 우울증인 거야? 내가 왜?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우울한 이유는 없는데…’     


바보처럼 잊고 살았다. 우울증은 아무 이유 없이도 찾아온다는 것을.     


내 감정을 돌보지 못했다. 우울하지 않으려고, 나쁜 생각은 그저 차단하려고. 나를 억압하고 참고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던 거다. 나는 극복했다고 책까지 낸 작가니까 난 그러면 안 된다며 나를 채찍질했다. 왜 솔직하지 못했을까? 돌보지 못한 나를 돌보자고 다짐한다. 오랜만에 이렇게 글을 쓰면서 감정을 다시 다잡아본다.      

다시 매일 감정 일기를 써보려 한다. 조금씩 다시 돌아갈 내 모습을 상상하며 오늘 다시 용기를 낸 나 자신을 칭찬한다. 나처럼 갑자기 무기력해지고 우울감이 일상을 삼켜버릴 것 같은 사람이 있다면 혹시나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솔직하게 보고 있는 게 맞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자신을 속이는 경우가 있다. 나 같은 경우처럼. 


Image by SAFA TUNCEL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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