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루다 Feb 14. 2024

가장 중요한 사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어떤 이는 명예를 또 어떤 이는 부를 외칠 것이며 그 외에 다양한 대답이 나올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이다. 어릴 때의 기억을 회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자발적으로 혼자이길 바라던 고슴도치 같은 모습을 하고 있던 아이다.      


먹고살기에 바쁘다는 이유로 부모님의 손길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나는 사랑이 고팠다. 부모님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을 외부에서 찾으려 무던히도 노력했다. 당시엔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지만, 하는 연애마다 힘겹기만 했고 정상적인 사랑의 관계를 맺기가 어려웠다. 시간이 흘러 조울증과 경계선 성격장애라는 병명을 진단받게 되었고 불안정한 관계가 지속될 수밖에 없던 이유를 그제야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랑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떤 느낌이 드는 건지도 알지 못했다. 그저 갓난쟁이 아이가 살기 위해 엄마 젖을 필사적으로 찾듯, 나에겐 기필코 얻고야 말겠다고 생각했던 게 사랑이었던 것 같다. 늘 불안정한 모습, 상대가 나를 떠나버릴까 전전긍긍하는 마음. 공중에 떠 있는 줄 하나에 발을 올리고 흔들거리는 줄에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거 같은 불안함이었다.     


사랑을 갈구할 수 있는 대상을 찾자마자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상대였다. 내가 사랑하는 만큼 상대도 나를 아껴주고 지켜주며 사랑해 줄줄만 알았다. 그러한 사랑은 사막의 신기루처럼 무의미하게 사라져 버렸다. 무엇을 위한 사랑이었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대답할 수 있다. 이기적이게도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행위였다. 받기 위해 주는 사랑, 그걸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세월이 흘러 나도 어느덧 마흔이란 나이가 멀지 않았다. 많은 일들이 내 과거를 채워주었다. 좋았던 일도 나빴던 일도 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현재의 나를 만들어 준 소중한 기억, 추억, 경험이었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과거를 후회하며 뒤돌아보지 않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한숨 쉬지 않는다.   

  

지나온 시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고 나의 몸과 마음은 전보다 더욱 단단해졌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나 자신이라고 외칠 것이다. 내가 없으면 나의 인생도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고 나와 관련된 모든 일과 인간관계 또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제일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바보와 같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딸아이 덕분이다. 어느 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 아이의 질문에 나는 당연히 딸이라고 대답했다. 나의 말에 아이는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엄마 자신을 가장 사랑해야지!”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리가 하얘졌다.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아이에겐 자신을 가장 사랑하라고 말하면서 정작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아이 덕분에 그 사실을 깨달았고 그 이후로 편안하게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었다. 가장 소중하고 사랑해야 할 대상은 “나”라고.     


앞으로 더욱 나를 관찰하고 알아가며 사랑해줄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취미를 갖고 싶은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말이다.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그런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가길 바라본다.



Image by nguyen hoang trong from Pixabay


작가의 이전글 내가 나를 속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