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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Mar 04. 2024

이 또한 지나가리

 20대, 아직은 뭘 모를 나이에 첫째를 낳았다.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 엄마가 처음이니까, 누구나 처음은 서툰 법이니까. 살아가다 보면 익숙해지리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남편이 평일, 주말 모두 바쁜 직업으로 일하고 있어서 함께 육아하는 모습은 바라지도 못했다.     


친정, 시댁 어디 하나 가까이 지내지 못했기에 기댈 곳조차 없었다. 결혼과 함께 끊겨버린 인간관계. 누군가와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자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살아갔다. 당시엔 아무에게도 힘들다고 말을 못 했다. 그냥 묵묵히 엄마로서 당연히 해내야 하는 일이라 여겼기에.      


지금 돌이켜보면 솔직히 쉽지 않았다. 왜 아무에게도 힘들다고 말 못 했는지, 남편에게 함께 해달라는 부탁하지 못한 건지, 많이 후회된다. 참고 버티던 게 내 몸엔 무리가 왔는지 심한 산후 우울증이 왔고 결국 정신 병동에 입원하는 상황까지 왔었다. 정신과 몸은 정직하다.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 우리 몸엔 어떠한 증상으로도 무리가 온다.     


지금은 남편과 어느 정도 서로 도와가며 함께 육아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고 그 부분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이제 막 육아를 시작하는, 혹은 준비하는 예비 엄마, 아빠가 있다면 꼭 이야기해 주고 싶다. 육아는 어느 한쪽이 감당해야 하는 업무 같은 일이 아니다.      


서로 도와가며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육아에 관해 충분히 대화를 나누며 그 동지애 속에서 사랑도 싹틀 수 있고 아이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다. 벌써 결혼 12년 차, 육아 11년 차인 내가 생각하는 육아는 그렇다. 절대 혼자서 낑낑거리며 고군분투한다고 잘 될 일이 아니다. 가정이든 내 몸이든 아이에게든 무리가 올 수 있다.   

  

육아하면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힘들어서 주저앉아 울고 싶었던 기억도 아이 덕분에 방긋방긋 함께 웃었던 기억도 많다. 모두 다 지나간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너무 힘들어 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아이가 성장 하면서 언젠간 지나갈 거라 믿는다. 오늘도 육아로 울고 웃는 모든 엄마 아빠를 응원한다.



Image by Pexels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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