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 때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를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집 앞 미용실에서 단발로 잘랐다. 그 이후로 점점 머리가 짧아져서 숏커트 기장을 유지하는 중이다. 내겐 로망이 하나 있었다. 다시 가슴 밑까지 긴 머리를 한 번이라도 해보는 것. 그게 여성스러움이며 아름다움의 기준이라고 여겨졌다. 남의 생각하고 또 내가 생각하는 그런 모습이 되어야만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꼭 머리를 길러야지 하고 다짐했고 참지 못하고 자른 후엔 후회하고 나를 자책하며 다시 길러야지 다짐했다.
그러던 내가 오늘 커트머리인 머리를 더 짧게 자르러 미용실에 갔다. 더 이상 긴 머리가 내겐 아름다움이 아니며 편하고 내가 관리할 수 있는 적정 길이인 짧은 머리가 최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머리를 길면 예뻐 보일 순 있다. 하지만 그 긴 머리를 관리하는 건 정성이 필요하고 관리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나에겐 그 정도의 관심도 정성을 들일 힘도 없다. 그냥 빡빡 샴푸를 하고 탁탁 털고 찬바람으로 휙휙 말리면 금방 마르는 짧은 머리가 좋다.
긴 머리가 아름다움의 기준이란 생각은 아마도 내가 가지지 못한 무언가라는 점에서 나온 심리일 것이다. 이젠 가지지 못한 것을 남과 비교하며 괴로워하지 않을 것이다. 내 본연의 아름다움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이며 편안한 아름다움도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