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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달리 May 05. 2023

발레하는 뇌

심폐소생중.......

이미지 출처 : EBS1


발레라고 하면 보통 유연성을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발레는 근력이라고 생각한다. 

동작 하나 하나를 하기위해서 근력이 없으면 도저히 버틸 수 없는 동작들이다.


발레리나들은 

- 발은 양쪽으로 벌려서 서고(1번 발)

- 두 다리는 젓가락처럼 꼿꼿이 펴고

- 아랫배에 힘을 주고

- 엉덩이는 잠그고( 엉덩이에 힘을 주는 것을 말한다.)

- 윗배는 횡경막을 모아 몸통을 작게 쓰고 (몸통 작게 만들기)

- 양 어깨는 최대한 내려 (귀와 어깨를 최대한 멀게 만들기) 

- 두 팔은 양쪽에서 잡아당기듯이 어깨선부터 당기는 듯한 느낌으로 손끝까지 힘을 주고

  (그러나, 보기에는 자연스럽고 우아하게)

- 목선은 살리고(목은 최대한 우아하게 길게 뺀다)  

- 턱은 당기고

- 시선은 멀리

- 머리끝은 위에서 누가 잡아당기는 듯이

                                                                   서 있는다. 


인간의 본능과 지구의 중력을 완전 무시한 이 자세가 기본이다. 

한 동작 한 동작 할때 이 자세를 반드시 유지하면서 해야 한다. 

그러려면 당연히 근력이 뒷바침 되어야 한다.

온 몸에 항상 힘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근력이 없으면 절대로 버틸 수가 없다.

거기에 유연성은 따라 오는 것일 뿐이다.


더욱이, 

발레 선생님은 발레 첫 시간에 

"발레는 수학입니다." 라고 강조하셨다. 


"수학에는 숫자가 있듯이 발레에도 마찬가지로 동작마다 번호가 있어요.

발레는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번호에 따라 여러 동작들을 조합해서 안무를 짜는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반드시 기본동작을 외우셔야 합니다. " 하고 강조 강조 하셨다. 


하지만, 우리 딸처럼 춤을 재능으로 타고 난 재능충에게는 당연한 동작이 몸치인 나에게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나는 손과 발이 자연스럽게 함께 나가는 동작이 불가능한 사람이다. 

그러니 발레를 하면서도 몸보다 머리가 먼저 움직인다. 

나는 이를 '발레하는 뇌'라고 부르고 싶다. 


발레를 하기 위해서는 발레하는 뇌가 작동해야 한다.

신기하게도 이때 자극을 받는 뇌가 전혀 다르다. 

뇌마다 맡은 기능이 각기 달라 사용하는 뇌는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는 뇌는 점차 소멸한다고 한다.

이를 청소년기에는 '가지치기'라고 부른다.

그러니 청소년 시기에 학원을 오가며 공부만 하다보면 뇌가 불균형하게 발달한다.

따라서, 청소년 시기에는 학습과 더불어 다양한 경험을 해야만 뇌의 전 기능이 풍부하게 발달한다. 

  

이미 소멸해 죽어버린 나의 발레하는 뇌.

이 뇌를 반백살에 자극을 주니 머리가 아프다.

그렇지만 뇌가 새로운 자극을 힘들게 받아 들이는 것이 느껴진다.

따라서, 자세가 바로바로 나오지 않고

좀 전에 했던 동작도 

갸우뚱하며 다시 떠오르지 않는 경험을 자주 한다.

이때는 내가 발레 부진아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다행인건 <직장인 왕초보 다이어트 발레 클래스>라는 사실이다.

나만 그런게 아니다. ^^


선생님도 우리의 어려움을 잘 아셔서

항상 그날 배운 동작은 그날 동영상을 찍도록 하시고

우리끼리 밴드에 올려주신다.


그러면 다시 복습할 수 있다. 

매번 <직장인 왕초보 다이어트 발레 클래스>가기 전에 복습하고 갔으나,

이번에는 그렇게는 해결이 안되어 나름 메뉴얼을 만들었다.


발레는 오른쪽 방향으로 동작을 하고 나면 왼쪽 동작을 반드시 한다.

오른쪽으로 드방(앞) -> 사이드(옆) -> 데리에르(뒤) -> 사이드,

왼쪽으로 드방(앞) -> 사이드(옆) -> 데리에르(뒤) -> 사이드까지가 한 세트 동작이다.


이러니 몸의 균형을 자연스럽게 체크하게 되고 어느쪽이 근력이 부족한지, 유연성이 부족한지 자동 체크하게 된다. 그래서 발레는 자세를 바르게 하기에 정말 탁월한 운동이다. 단, 전공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여튼 발레하는 뇌를 작동시키기 위해서 몸치인 나는 노력을 할 수 밖에 없다.

앙파세, 에파세, 에까르떼, 크루아제 순으로 오른쪽, 왼쪽을 각각 해야 한다.

선생님은 갑자기 "오른쪽 에까르떼~", "왼쪽 에파세" 하신다.


헉~


그래서 나만의 메뉴얼을 만들었다.

찍은 영상을 보고 연습하자면 오른쪽, 왼쪽이 반대라 헷갈려 아예 왼쪽 화면을 캡쳐해서 오른쪽 앙파쎄, 에파쎄, 에까르떼, 크루아제 동작을 만들었다. 


몸치인 나는 머리로 먼저 이해하고 암기해야 머리가 명령을 내려 몸이 움직일 수 있다.

엄마. 발레는 자연스럽고 우아하게 하는 거야~

미안. 나는 자연스럽지도 않고 우아하지도 않다.

우선, 동작부터 익히고 보자.  

청소년 시기에 가치치기 해버린 발레하는 뇌를 반백살에 다시 살려보자.


심폐소생중....... 

뇌야.. 조금만 기다려라..골든타임 4분만 버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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