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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Jun 13. 2023

우산

 흐린 날이면 하늘을 본다

우산


내가 초,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가정마다 우산이 넉넉하지 않았다.

그래서 등굣길에 비가 오지 않으면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에도 미리 우산을 챙겨갈 수 있을만한 여분이 없었다.

그만큼 우산이 귀한 시절이 있었다.


집 앞에만 나와도 몇 미터 간격으로 자리 잡고 있는 편의점에서 얼마 안 되는 가격에

쉽게 우산을 살 수 있는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갑자기 비가 내리는 날이면

집이 부유하거나 부모가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에선

자가용으로 태우고 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부모들이 우산을 쓰고 학교까지 데리러 왔다.


비 오는 날 하교시간


나는 하교시간에 갑자기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을 가지고 학교로 찾아오던 어머니처럼

아빠가 되었다.

 

아들의 학교는 3년이 조금 넘은 신도시 새 학교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도로가와 맞닿은 정문이 아닌

아파트 단지와 연결된 후문을 주로 이용해서 등하교를 한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에서 설치한 후문은 자동 잠금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우산 하나도 빠져나갈 수 없을 만큼 좁았기 때문에 아이들은 문 앞에서 우산을 접고 들어가 다시 우산을 펴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전교생이 1500명이나 되는 대규모 학교에서는

비가 오는 날이면 동시간에 등하교를 위해 몰려드는 학생, 학부모, 교사들로 압사 사고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항한 아들이 걱정돼서 차로 데려다주거나 데리로 갔다

아직 우산을 펴고 접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데다 밀면 밀릴 만큼 작은 체구의 초등학교 저학년이라

웬만하면 차로 이동했다


내가 이상한 걸까?


그런데 요즘 날씨가 참 변덕스럽다. 일기예보가 정확한 예측을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등굣길과는 달리 하굣길에 비가 오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냥 아침부터 우산을 쥐어 주고 등교를 시키면 될 것을 사서 고생을 한다

날씨가 흐리면 하늘을 봐진다.


며칠 전에는 아침에 등굣길에는 비가 오지 않았지만, 일기예보상에는 하굣길에 비예보가 있었다

나는 쉬는 날이었지만 점심약속이 있어 아들 학교 근처에서 일을 하는 아내에게 아들 우산을 챙겨주라고 부탁을 했더니, 집에서 노는 사람이 챙겨야지 일하다가 중간에 나오려면 어렵다며 짜증을 낸다

나는 점심약속 장소로 가는 길에 잠시 학교에 들려 우산을 교실 앞에 꽂아 두고 갔지만 아내는 그런 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치다.


아들이 비 오는 날 위험한 등굣길도 걱정되고, 그렇다고 아침에 집에서 우산을 챙겨가면

학원으로 이동 중에 잘 잊어버려서 비를 맞는 것도 싫다.

그렇다고 매번 비가 올 때마다 부모가 우산을 챙겨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집에서 접이식 우산을 계속 연습을 시켜서

비가 오는 날이면 책가방 옆에 우산을 꽂아서 학교에 보내는 것이다

이런 내가 이상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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