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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Sep 08. 2024

과자공장 사장님, 부탁합니다

던져 버리고 싶은 도시락 가방


마트에 파는 과자에는 대부분 밀가루뿐 아니라 우유가 들어간다. 아이가 처음 집밖으로 나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간식으로 나오는 과자 때문에 애를 먹었다. 너무 먹고 싶어 했지만 먹을 수 있는 게 없었다. 다른 아이들이 먹는 걸 구경만 하게 할 수도 없었지만, 아이에게만 한눈에 봐도 포장지가 다른 특별한 과자를 주기가 미안했다. 그런데 아내가 알레르기 카페를 드나들다가 마트에서 파는 과자 중에 100% 감자만 넣어서 만든 과자를 찾았다. 그 이름은 바로 '포테이토칩' 이였다. 


그마저도 여러 가지 버전 중에 오직 오리지널 버전만 가능했고, 밀가루와 우유가 완전히 통과되는 8살까지 지겹도록 먹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시중에 파는 과자 중에 다른 아이들이 먹는 과자와 비슷한 과자를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날 이후로 아이는 동네 마트에 갈 때마다 엄마 아빠를 따라나섰고,

과자 코너에는 꼭 들렸다. 그리고 진열된 과자 중에 혹시 먹을 수 있는 과자가 숨어 있는 건 아닌지? 새로 나온 과자가 있는 건 아닌지? 간절한 마음으로 과자봉지 뒤에 적인 성분표를 확인했다. 때로는 "엄마, 이것도 우유가 들어갔어" 하면서 실망한 듯 손에서 과자를 내려놓으며 한동안 넋을 잃고 쳐다보기도 했다. 당시에는 과자 공장 사장님에게 전화라도 해서 우유가 안 들어간 과자 좀 만들어 달라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얼마 후, 계란과 밀가루에 이어 알레르기 3종 세트 중 마지막인 우유치료에 들어갔다. 한때 어린이집에서 쓰레기 분리수거하는 체험학습을 하다가 빈우유각에 묻은 우유에 접촉만으로 눈동자까지 심하게 부풀어 오르는 악몽 같은 경험을 할 만큼 반응이 심했지만 어느덧 우유도 유발검사를 통과하고 증량기에 들어갔다. 

전자레인지로 80초 데운 따뜻한 우유 0.2g부터 시작했다. 처음에 아이는 기존에 먹던 계란과 밀가루와는 다르게 맛이 이상하다며 먹는 것 자체에 굉장한 거부감을 느꼈다.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조금씩 먹여서 내성을 기르는 면역치료는 아이가 스스로 먹지 않으면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사실 힘들게 여기까지 온 것도 온전히 아이의 협조가 제일 큰 역할을 했다. 이데로 포기할 순 없었다. 

 그러나 "꿈을 밀고 가는 힘은 이성이 아니라 희망이며, 두뇌가 아니라 심장"이라고 했던가 아내의 희망과 뜨거운 심장이 또 한 번 아이를 움직였다. 우유에 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해 시중에 파는 ‘제티"(딸기맛, 바나나 맛을 내는 가루)라는 제품을 우유에 섞여서 먹였더니 아이가 다시 우유를 먹기 시작했다. 제티는 딸기맛과 바나나맛을 내는 가루였다. 더 중요한 사실은 우유의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120g을 먹어야 증량 기를 통과 하지만 단 10g만 통과해도 시중에서 파는 우유가 첨가된 과자 정도는 먹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마트에 파는 과자를 먹을 수 있었다.  


 얼마뒤 우유 10g을 통과하는 그날이 왔다. 

나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자기 핸드폰이 생긴 이후부터는 아빠에게 자주 전화를 했다. 전화기 속의 아이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많이 흥분되어 있었다.  "아빠, 올 때 양파링 사와, 우유 10g 통과했어" 마트의 과자코너에는 우유가 들어간 좀 더 비싸고 고급진 과자가 많이 있었지만 아들의 선택은 ‘양파링’이었다. 


그것은 아이가 3살 때쯤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날 행사로 게임을 할 때 천장에 매달린 과자를 먹지 못해 쳐다만 보고 있었던 바로 그 과자였다. 너무 어려서 기억도 못할 줄 알았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과자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전화를 끊자마자 동네 마트로 달려가 '양파링' 두 봉지를 사들고 집으로 갔다. 갈 때마다 먹고 싶어 만지작 거리기만 하다가 다시 내려놓기를 반복했던 과자를 드디어 입속에 넣은 아이의 한마디 

”음~ 이런 맛이었구나, 맛있네 “ 

가장 큰 영광은 결코 쓰러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쓰러질 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아이는 쓰러질 때마다 계속 다시 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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