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하듯

나를 가장 빛나게 해준 사람

여행하듯 살고싶다

by 어디가꼬


50번째 생일을 맞았다

늙고 싶지 않지만 피할 수 없다

우아하게 늙고 싶어

열심히 뛴다

그리고 책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사색을 즐긴다


40이 넘어 만난 아이는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나의 삶의 이유가 되어 버린 아들

며칠 전부터 아빠 생일을 묻는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혹시 뭘 준비하려는 걸까?

기대 아닌 기대를 해본다


설레는 마음으로 퇴근하고 집으로 들어섰다

식탁 벽 한쪽에는 생일축하 글귀가 세겨진 조그만 현수막이

걸려있고, 풍선도 불어서 붙여놓았다


아들과 아내는 뭘 하는지 꼭 닫힌

안방 문 안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뭘 준비하는지 어설프지만

그 소리마저 행복하게 들린다


문이 열리고

케이크를 들고나온 아들과 아내는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세상 그 어떤 하모니 보다 더 아름다운

노랫소리였다


케이크는 아들이 혼자 가서

직접 골라 왔다고 한다

그래서 더 유심히 바라보았다



뭐가 더 있다며 준비한 걸 꺼내온다

아들이 손수 쓴 편지와

아빠를 주려고 산 껌 한 통을

들고 와서 수줍게 건넨다

나는 편지부터 꺼내 읽었다

어떤 내용을 썼는지 궁금했다


아들의 편지에는

아빠 생일 축하해요

아빠 키워 주셔서 감사하고,

제가 무언가를 성공할 때 같이

축하해 주시고 즐거워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빠 생일 축하해요.

사랑해요

라고 적혀있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받은 그 어떤

선물보다 더 감동적이고 뭉클한 생일 선물이었다

평소 무덤덤하고 표현이 서툰 아들이라 더욱 그랬다

무엇보다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그 말 한마디는

50살의 나를 가장 빛나게 해주었다


내일은 아들이 선물해 준

껌을 차에 두고 출근할 때마다

씹어야겠다


나이 50살

결코 쓸쓸하거나 외롭지 않게

콱콱 채워준

아내와 아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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