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1등 아이가 학교폭력 가해자가 된 이유

이기는 법만 배운 아이는 지는 순간 무너진다

by 어디가꼬


이기는 법만 배운 아이는 지는 순간 무너진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일찍 ‘이기는 법’부터 배운다. 태어나기도 전에 비교되고, 걷기도 전에 순위가 매겨진다. 성적표와 등수표, 각종 평가표 속에서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트랙 위에 세워진다. 그리고 그 트랙 위에서 끊임없이 달린다. 문제는 단순하다.

이기는 법만 배운 아이는, 지는 순간 무너진다.


학교폭력 심의위원회 회의실의 공기는 늘 차갑지만, 그날은 유난히 무거웠다.
내 앞에 앉은 아이는 전교 1등을 놓쳐본 적 없는 수재였다. 말은 또박또박했고 논리는 치밀했다. 그 뒤에는 법과 논리로 무장한 의사 아버지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이의 옆에는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처럼 아이의 잘못을 포장하며 두둔하는 아버지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겉으로 보면 흠잡을 데 없는 아이였다.


그러나 8년 차 스쿨폴리스의 눈에는 다른 얼굴이 겹쳐 보였다. 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이의 얼굴.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우지 못한 얼굴. 패배를 견디는 법을 배우지 못한 얼굴. ‘미안하다’라는 말을 삼키는 법조차 익히지 못한 얼굴.


현장에서 나는 그런 아이들을 수없이 보아왔다. 성적은 상위권이지만 관계는 서툴고,
논리는 뛰어나지만 감정 앞에서는 서툰 아이들. 이기는 데는 익숙하지만, 지는 순간 공격적으로 변하는 아이들. 그날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는 같은 질문을 마음속에 품었다.

나는 내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이기는 법인가, 아니면 살아가는 법인가.


모든 경쟁에서 이겨야만 직성이 풀리던 아이가 있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맞닥뜨리자 그는 친구를 돈으로 포섭하고 경쟁자를 밀어내는 방식을 택했다. 가정에서 부모를 이기며 누려왔던 ‘절대 권력’은 학교라는 작은 사회로 옮겨왔다.아이에게 친구는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라 통제해야 할 대상이었다. 규칙은 승리를 위해 조정할 수 있는 장치였고, 반칙은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전략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학교폭력 가해자 중에는 성공 경험이 많은 아이들이 적지 않다. 공부를 잘했고, 늘 칭찬받았고, 부모의 기대 속에서 자랐다. 그런 아이가 처음으로 실패를 마주하는 순간, 세상은 견딜 수 없이 거칠어진다. 나는 그들을 보며 자주 생각했다.

“이 아이는 한 번도 져본 적이 없구나.”


그날 저녁, 집 거실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펼쳐졌다.

승부욕이 유난히 강한 아들은 나와 메모리 게임을 하다가 전세가 불리해지자 소리쳤다.

“나는 두 장, 아빠는 세 장씩 뒤집어!”

규칙을 바꾸려는 아이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많은 부모는 이 순간을 가볍게 넘긴다.

“놀아주는 것만 해도 충분하지.”

그래서 기꺼이 져준다.


아이의 눈물을 막기 위해, 그 순간의 평화를 선택한다.

하지만 그런 ‘가짜 패배’가 반복될수록 아이는 패배를 받아들이는 대신 판을 뒤엎는 법을 배운다. 불리해지면 규칙을 바꾸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감정을 폭발시키는 방식이 몸에 밴다. 부모가 오늘 아이를 울리지 않기 위해 택한 선택은 훗날 사회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아이가 버텨낼 힘을 조금씩 빼앗는다. 지는 연습을 해보지 않은 아이는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법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말해주었다.

“져도 괜찮아.”
“틀려도 괜찮아.”
“다시 하면 돼.”

이 말은 위로가 아니었다.훈련이었다.


내가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었던 것은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실패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태도였다.

세상은 항상 이길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시험과 등수로 이기고 지는 것이 명확하지만 실제 삶에서는 늘 이길 수 없다. 취업, 인간관계, 경쟁, 실패 등등 생에는 수없이 많은 패배가 기다리고 있다. 어릴 때 지는 경험을 건강하게 해보지 못한 아이는 처음 패배를 겪는 순간 쉽게 좌절하거나 분노한다.


지는 순간 아이들은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속상함, 분노, 부끄러움, 억울함 같은 감정이다. 중요한 것은 이 감정을 폭력이나 공격으로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다시 도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지는 경험은 아이에게 감정 조절 능력을 키워준다.


항상 이기는 아이는 쉽게 착각한다. “내가 더 뛰어나서 이겼다”는 생각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는 경험을 해본 아이는 상대의 노력과 능력을 인정하는 법을 배운다. 그래서 겸손과 존중이 생긴다.

패배는 끝이 아니라 다음 시작의 출발점이다.


지는 경험을 해본 아이는 “다음에는 더 잘해보자”는 회복력을 기르게 된다. 이 힘은 성적보다 훨씬 오래 아이의 삶을 지탱한다. 성적은 한 시기의 결과지만 패배를 견디는 힘은 평생을 지탱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항상 이기게 해주는 부모가 아니라

져도 다시 일어나는 법을 가르쳐 주는 부모다.


부모에게 남기는 말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패배 후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마음이다.

이기는 기술은 세상이 가르쳐주지만,
지는 법은 부모만이 가르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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