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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Dec 05. 2022

아내의 특별한 도시락

아내는 매일 도시락을 싼다


아내는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싼다


아내는 심한 식품 알레르기를 가지고 태어난 아들을 위해

외식을 할 때나 여행을 할 때나 어린이집에 갈 때마다 도시락을 싼다.

태어나서 7살이 된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도시락을 싼다

외식을 할 때나 여행을 할 때는 먹을 수 있는 음식만 따로 싸서 가면 되지만,

어린이집에 갈 때는 아들만의 특별한 도시락을 싼다.


어린이집 식단표를 미리 받아서 최대한 비슷한 음식으로 대체음식을 만든다

좀 더 비슷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가까이는 일본부터 멀리는 유럽에 이르기까지

대체 음식을 공수하고 있다.


아내도 직장생활을 하지만 도시락을 싸야 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일찍 일어난다.

시집오기 전에는 아침잠이 유난히 많아 아침도 제대로 먹지 않고 출근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아내가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싼다.


아내는 학교에서 보건교사로 일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불어 낙치 코로나의 영향으로 학교에서도 일이 부쩍 늘어

얼마 전에는 과로로 쓰러져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


아내를 돕기 위해 교대근무 부서에서 주간 근무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아침에 바쁜 아내를 대신해 어린이집 등원도 시키고,

주말에는 아내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좀 주기 위해서였다.


아들은 5살 때부터 알레르기 유발 음식에 대한 면역치료를 하고 있고,

지금은 계란 완숙에 이어 밀가루를 매일 용량을 올려가며 치료 중이다.

최근에 밀가루 용량을 올려서인지?

어린이집에서 알레르기 음식에 노출이 되었는지?

아침저녁으로 몸 여기저기에서 발진이 심하게 올라온다.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발진 부위에 연고를 발라주고

약을 먹일까? 고민하다 그냥 보냈다

알레르기 약은 독해서 아이의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지는 바람에

심하지 않으면 먹이지 않는다.


우리는 어린이집을 선택할 수 없었다.

어린이집은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우리는 어린이집을 선택해서 보낼 수 없었다

알레르기가 심하다는 이유로 몇 군데 어린이집에서 입소 거부를 당한 후

아내도 나도 상처를 많이 받았다.

받아준다는 어린이집이 있으면 고맙게 생각하고 그냥 보낸다.

그래서 집 앞에 어린이집을 두고도 차로 10분 거리의 어린이집을 돌아서 간다

가는 도중 차 안에서 조금 하던 두드러기는 점점 더 커졌고, 왼쪽 팔까지 번졌다.

몹시 간지러워하는 아이를 옆에서 보고 있자니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서 힘들어할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부랴부랴 출근 준비로 바쁜 아내에게 또 전화를 했다,

다행히 아이의 도시락 가방에 비상약이 구비되어 있었다.

아들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3살 때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책가방보다 더 큰 커다란 도시락 가방을 따로 들고 다녔다.


다행히 비상약을 먹였다,

하지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니 출근하는 마음이 무겁다.

알레르기 발진에 약까지 먹였으니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하루 종일 힘들 아이를 생각하며 오후 4시 육아시간을 쓰고

퇴근길에  곧장 어린이 집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아이는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서 괜찮았다고 한다.


퇴근길 차 안에서 이번엔 아들이 손가락이 간지럽다고 긁는다,

집까지 가는 10분 내내 긁는다.

"아빠 간지러워, 얼마나 간지러운 줄 알아,

 나중에는 하도 긁어서 피 도난단 말이야"


이런 일은 매일 반복된다

어서 빨리 이 고통에서 벗어나

이 큰 도시락 가방을 던져 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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