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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Dec 09. 2022

한 살 많은 인생

물려주기 싫은 엇갈린 삶

한 살 많은 인생

나는 주민등록상에 내 나이보다 한 살 많이 되어 있다

본 나이보다 한 살 많은 인생을 산 것이다


그래서 공무원인 나는 남들보다 정년이 1년 빠르다

좋게 생각하면 1년을 더 빨리 쉴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남들보다 1년을 덜 번다.


이유는 어머니가 누나를 낳고, 나를 뱃속에 임신했을 때

아버지한테 군입대 입영통지서가 날아왔다.

아버지는 생계를 위해 동사무소 직원한테 술 한잔 사주고 꼼수를 썼다고 했다

당시 군입대 전 자녀가 2명이면 군면제를 받을 수 있어, 뱃속에 있는 나를 출생 신고한 것이다.

지금 들어보면 중대한 범죄자처럼 생각되지만 그 당시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나는 초등학교 6년 동안 반에서 1번을 놓쳐본 적이 없다.

당시 초등학교에서는 생일이 빠른 순서대로 1, 2. 3번 번호를 정했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지만

6학년 때 2번인 친구가 너무 궁금해서 나에게 진지하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난 생일이 1월 1일이라, 5학년 때까지 1번을 한 번도 놓쳐본 적이 없는데

너 때문에 6학년이 되어 처음으로 2번이 됐어, 넌 도대체 생일이 언제야?"

"응 난 한 살 많아~"


초등학교에 빨리 입학을 할 수 있었지만,  

어머니는 내가 또래보다 덩치가 작아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학습을 따라가지 못할까 봐 못 보냈다고 했다.


해병대 입대

그렇게 한 살 많은 삶을 살게 된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군대 신검(신체검사)을 받게 되었다. 신검은 고등학생도 예외는 없었다.

당시 부산에 있던 병무청까지 혼자 가기 겁이 나서 학교를 자퇴한 친구에게 밥까지 사주며

같이 가자고 사정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군대는 빨리 갔다 와야 하는 걸림돌처럼 느껴졌다.

충동적으로 병무청을 찾았다. 창구에 직원에게 물었다.

    나    :  지금 바로 지원할 수 있는 군대는 어디예요?

 병무청 :  '정보사'는 지원은 가능하지만, 가 비밀이라 언제 연락이 올지 몰라요.

              '특전사'는 지원 가능하고, 직업군인이라 복무기간이 4년 6개월입니다

              '해병대'도 지원 가능하고 복무기간은 2년 4개월입니다"


   나     :  제일 빨리 갈 수 있는 군대가 어디예요?

병무청  :  해병대요, 다음 주에 바로 입대가 가능합니다


당시 나는 체대 입시를 준비할 만큼 운동신경과 체력이 좋았기 때문에

이왕이면 힘든 곳으로 가서 제대로 즐기고 오겠단 생각으로 해병대를 지원했다.

그리고 다음 주 머리 깎고 바로 군대를 갔다.


많은 친구들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 입대하는 나를 호기심 있게 바라봤고.

군입대 전 근처 여관까지 따라와 함께 하루를 보낸 후, 부대 앞까지 배웅해 주었다.

그렇게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입대한 후, 친구들과는 전혀 다른 엇갈린 삶을 살게 되었다.


엇갈린 운명

내가 휴가를 나왔을 땐 친구들은 하나둘 군입대를 시작했고,

제대할 무렵에는 모두 군대를 가고 사회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군 제대 후 사회에 나와보니 세상은 IMF라는 국가부도사태로 엉망이 돼있었다

오래간만에 찾은 대학교도 다르긴 마찬가지였다.

남학생들은 학비 부담에 군대를 가고, 여학생들을 학비를 벌기 위해 휴학을 했다. 학교는 텅 비었고 삭막했다. 복학을 기다리던 1년은 너무 지루하고 답답했다. 빨리 취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그렇게 준비하게 된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서 학교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직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친구들 중 제일 먼저 군대를 가고, 취직을 했지만

세상을 너무 빨리 알아서였을까? 너무 많이 알아서였을까?

결혼은 친구들 중 제일 늦게 하고, 제일 늦게 아들을 만났다.

공감대가 없어지면서 그렇게 친구들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져 갔다.


한 살 많은 인생을 살다 보니

뭐가 그리 급했는지 늘 쫓기듯 인생을 살아온 느낌이다

늘 외로웠고 혼자라고 느껴질 때가 많았다

내가 원하고 선택한 삶은 아니었지만,

한 살 많은 인생은 결코 나의 아들에게 물려주기 싫은 좋지 않은 기억이다.

인생은 다 때가 있다는 옛말이 생각난다

남들 공부할 때 공부하고, 일할 때 일하고, 놀 때 노는 평범한 인생이 제일로 행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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