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객기가 불러일으킨 참담한 결말
매일 특별한 일을 찾는 아이들
특별한 일을 찾는 아이들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한 아이들은 항상 특별한 일을 찾아 헤맨다. 그날도 pc방에 태원이, 영호, 상덕이, 재필이가 모였다. 모두 한부모 가정이거나, 부모님의 잦은 다툼으로 집 밖을 배회하는 아이들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친구와 같이 있기만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하고, 즐거웠다. 같은 처지에서 서로를 이해해주는 말과 행동이 강하게 끌어당긴 것이다.
태원이: 아, 뭐 재밌는 일 없나?
상덕이: 영철이 있잖아, 엄청 잘 사는 아
태원이: 영철이가 뭐?
상덕이: 개 부모님이 급하게 서울 가서 오늘 집 빈단다
아이들: 잘됐다. 영철이한테 전화해 바라, 놀러 가자
그렇게 아이들은 집에 가서 놀기로 했다. 영철이 집은 엄청난 부자다. 100평이 넘는 초고급 아파트에 현관문이 기와집으로 리모델링을 해서 궁전 같았다. 집안에는 방이 7개, 화장실이 3개, 주방이 2개나 됐다. 아이들은 방마다 돌아다니며, 안마기에 누워 안마를 하기도 하고, 미니 골프장에서 골프채를 휘두르기도 하고, 영화관처럼 꾸며놓은 홈시어터에서 영화도 봤다.
시간이 좀 지나자 따분하긴 마찬가지였다. 잠시 후 영철이가 고급 양주 한 병을 들고 왔다. 아이들은 일제히 특별한 일을 준비해온 영철이를 칭찬했다. 그렇게 아이들은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금세 술 한 병을 비웠다. 술이 떨어지자 아이들은 다 같이 술이 진열된 영철이 아버지의 방으로 장소를 옮겼다. 방에는 헛개나무주, 인삼주 등 담금주에 위스키, 브랜디, 보드카 등 고급 양주를 비롯해서 루이 로드레, 할란 이스테이트 등 유명 와인이 휘황찬란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난생처음 먹어보는 담금주와 고급 양주에 아이들은 술에 취했다. 태원이는 넘어졌다 일어났다를 반복했고, 상덕이와 영호는 서로 싸우다가 소리 지르며 울었다, 잠시 후 벨소리가 울려 확인해보니 아래층 주민의 신고를 받고 올라온 경비원이었다. 경비원은 아이들끼리 술에 취해 있는 모습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고, 아이들은 집 밖으로 도망을 나왔다. 집 밖은 영하 3도의 한겨울 날씨였고, 아이들은 갈 곳이 없었다. 그러다가 주차장에 주차된 영철이 아버지의 차를 보게 되었다.
불행이 시작을 알리는 굉음소리
영철이 아버지의 차는 시트만 몇천만 원에 고급휘발유를 넣고 다니는 지방에서도 보기 드문 고급 스포츠카였다. 아이들은 영철이를 꼬드겼다.
태원이: 영철아, 추운데 안에 타고 있자
상덕이: 그래 안에 타고만 있으면 되지 뭐
영철이: 타고만 있어야 된다, 아버지 알면 맞아 죽는다
영철이는 집에 가서 몰래 차키를 가지고 나왔고, 아이들은 차 안으로 들어갔다. 길에서도 보기 힘든 차 안에 탄 아이들은 차의 고급스러움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때 아빠 차를 운전해본 경험이 있다며, 태원이가 운전석에 앉았다. 그리고 히터를 켜기 위해 시동을 켰고, 시동 소리를 들은 아이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태원이: 와, 달리고 싶다!
상덕이: 엔진 소리 죽인다, 그런데 니 진짜 운전할 줄 아나?
태원이: 그래 아빠 차 몰고 해운대까지 가봤다
아이들: 그러면, 우리 해운대 가자
그렇게 아이들은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고, 속도감을 느낀 아이들은 하나같이 창문을 열고 찬 겨울바람을 맞으며 "달려라, 달려!"를 외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쾅!' 하는 굉음소리가 났다
스포츠카와 끝나버린 비행
차량이 길가에 주차된 트레일러를 보지 못하고, 들이받아 차량 밑으로 완전히 들어가 버린 것이었다. 지나가던 목격자의 신고로 현장에는 119 구급대와 경찰관이 출동했다. 현장에는 적막감이 돌았고, 화물차 밑으로 완전히 들어간 스포츠카를 밖으로 끌어내는 작업은 시간이 꽤 걸렸다. 약 2시간이 지나자 완전히 찌그러져 지붕이 날아간 스포츠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앞 좌석은 시트가 완전히 뒤로 넘어간 상태로 운전석에서 태원이가 신음하고 있었고, 조수석에 있던 영철이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이들은 모두 응급실로 이송됐다.
30여 분의 작업을 더 거친 후 뒤로 완전히 젖혀진 시트를 앞으로 빼냈다. 현장은 갑자기 숙연해졌다. 작업하던 119 대원도, 현장 상황을 파악하던 경찰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시트 뒤에 몸이 구겨진 상태로 납작하게 눌려있는 아이 3명을 발견한 직후였다. 아이들은 호흡과 맥박이 없었다. 바로 영안실로 이송됐다. 시트에 눌려 압사당한 것이었다. 치료를 받던 영철이도 상태가 나빠져 심폐소생술 끝에 영안실로 자리를 옮겼고, 운전을 했던 태원이는 정신이 나간 듯 치료를 받다가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며 여기저기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현장은 완전히 아수라장이었다. 이런 상황을 부모들에게 알리는 경찰관도 할 짓이 아니긴 마찬가지였다.
경찰: 어머님, 영철이가 교통사고 나서 현재 영안실에 있습니다
영철이 어머니: 네, 거짓말이죠? 잘못 전화하신 거죠?
청소년기 부모들의 부재나 잦은 싸움은 아이들을 불안하게 하고,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주 집 밖으로 돌면서 친구들에게 의지하게 된다, 영철이와 아이들의 사건은 철없는 아이들의 잘못된 선택과 부모의 부재가 결합해서 발생한 참극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아이들과 부모들 상대로 강의를 할 때마다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