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방콕

여행은 공부다

by 어디가꼬

여행은 언제나 옳다


코로나로 3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계획했다. 코로나가 오기 전에는 매년 한두 번씩 여행을 다녔다.

그동안 아들이 많이 커서 함께 여행을 즐길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우리 가족에게 더욱 특별했다.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빠 등쌀에 돌 때부터 필리핀 보라카이를 시작으로 벌써 5개국을 갔다 왔지만, 그저 이리저리 유모차를 타고 끌려다녔을 뿐, 일일이 기억도 못하고, 제대로 여행을 즐긴 적도 없었다. 여행 같은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획부터 좀 특별했다.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을 검색하다가 태국의 방콕을 여행지로 결정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첫 번째로 방콕은 여러 가지 교통수단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교통체증이 심각하기로 소문난 방콕은 대중교통으로 택시를 주로 이용하는데, 기사들의 바가지 요금으로 인상을 찌푸리거나 미리 흥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태국정부에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심을 가로지르는 BTS(지상철)와 MRT(지하철)을 설치했고, 예전부터 대중교통수단이 없었던 구시가지 차오프라야 강 주변에는 셔틀보트와 톡톡이라는 오토바이를 계량한 교통수단이 다녔다.

방콕의 날씨는 우리나라와는 정반대.

태국은 항상 덥다. 3~9월은 낮에는 덥고 비가 자주 오며, 밤에는 열대야로 습하지만, 10~2월은 낮에는 덥고 밤에는 시원하다. 그래서 방콕의 1월은 여행하기 좋은 시기다. 추운 겨울에 더운 나라로 떠나는 것은 또 다른 세상 구경이다.

방콕은 동물의 천국이다.

방콕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오픈형 야생 동물원인 사파리 월드가 있어 얼룩말, 코끼리, 기린 등 동물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고, 사랑스러운 호랑이 및 기린 새끼들을 만나 먹이를 줄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는 각종 동물쇼를 가족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또 도심지에 위치한 룸피니 공원에는 악어만큼 큰 야생 물도마뱀이 사람들과 어우러져 생활하는 기이한 모습을 볼수도 있다.

방콕의 태국마사지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방콕의 왓포에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마사지 학교가 있고, 수많은 현지인과 외국인은 이곳에서 교육을 받을 정도로 마사지가 유명하다. 이곳에서 한 번쯤 마사지를 받으며 여행의 피로를 푸는 것은 가장 멋진 여행코스 중에 하나인데, 이곳에는 가족이 함께 마사지를 받을 수 있도록 어린이 성장 마사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스파가 있었다.

방콕의 아이콘시암 쇼핑몰에는 초대형 키즈카페 하버랜드가 있다. 이곳의 규모는 지금까지 봐왔던 수많은 키즈카페 중에 단연 최고다. 자칫 한눈을 팔면 아이를 찾아 한참을 해메야할 정도로 넓은 곳이다. 그리고 세계 각국의 아이들이 만나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며 함께 축구를 하고, 짐라인을 타며 뛰어 논다.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아들에게도 여행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함께 즐길수 있도록 여행 출발 몇 달 전부터 미리 태국과 관련된 책들을 읽어주며 날씨와 정보, 간단한 인사말 '사와디 캅' 정도를 알려주고, 가방을 따로 준비해 화폐단위와 환율에 대해 설명하고 500밧, 100밧, 50밧, 20밧 지폐를 각각 한 장씩 넣어 주며 사고 싶은걸 살 수 있도록 했다. 효과가 있었는지 출발하기 하루 전부터 "태국 언제가?, 빨리 가고 싶다 태국"을 외쳤다.


여행은 공부다

여행은 즐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공부다. 여행이 인생이고, 인생이 곧 여행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모든 과정이 인생의 축소판이다.

나는 30살이 훌쩍 넘은 나이에 프랑스 파리와 스위스의 알프스를 간 적이 있었다. 루브르 박물관이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박물관에서 학창시절 세계사 시간에나 배웠던 '함무라비 법전'의 실물을 보았다, '인류가 만들어낸 역사상 가장 오래된 성문법'으로 자주 시험문제에 출제되었지만, 비석이나 무덤처럼 생긴 것이 왜 법전인지 좀처럼 외워지지 않았었다. 어린 시절 겨울방학 때면 따뜻한 이불속에서 TV속 동화로만 보던 알프스의 절경은 30대인 나를 단숨에 10살로 돌려놓기도 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은 그동안 책이나 학교에서 배운것과는 많이 달랐다. 여행을 다니기 전까진 미리 만들어진 틀안에서 벗어날때마다 막연한 불안감을 느꼈지만, 다른 것이지 틀린것이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이처럼 여행은 새로운 환경에 나를 노출시키면서 계속 나를 확장해가는 시간이었다.


아들은 이번여행에서 영어 실력이 서툴러 여행 첫날 아침 조식에서 음식성분을 일일이 물어보지 못해 출처 불명의 음식을 먹고 심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젝스트 주사까지 맞으며 오전 일정을 모두 망쳤던 일, 미리 싸간 음식을 호텔 냉동고에 보관 해달라고 전화기를 옆에 두고도 로비까지 내려갔던 일, 예약해 두었던 픽업장소를 찾지 못해 헤매었던 일, 방콕 3대 재즈카페에서 피아노연주만 듣고 온 일, 키즈카페에서 영어로 숨박꼭질을 하는데 함께 할수 없었던 일을 경험하며 영어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고,

아빠가 바가지를 씌우는 택시기사와 싸운 일, 야시장에서 우리나라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득템 한 포켓몬카드, 마사지를 받은 후 직원에게 수줍게 건넨 팁을 보면서 경제관념과 물가를 알게 되었을 것이고,

그림책에서만 보던 동물들을 만나 먹이를 주고, 비행기와 각종 교통수단을 경험하면서 책을 더 열심히 읽을 것이고, 서로 다른 인종과 언어, 날씨를 경험하면서 견문을 넓혔을 것이다.


아들에게 여행은 공부라고 말해주고 싶다.

순수한 마음으로 여행을 바라볼수 있고, 오로라를 기다리며 밤을 새울수도 있고, 쉴세없이 걸어도 금방 지치지 않는 가장 젊은날 바로 지금 여행을 떠나라고 시간이 지나면 무작정 여행을 떠날수 있는날은 그리 많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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