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기 전 5분

욱하는 성질

by 어디가꼬

욱하는 성질


성질 없는 게 사람이야, 하지만 성질도 정도가 있다.

사람이 좋을 때 좋아하는 것은 신생아도 가능하다.

하지만 화가 나면 화를 내는 방법이 사람의 성숙도와 됨됨이를 말해주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나는 빵점이다.

한 번씩 나도 모르게 화가 조절되지 않아 '버럭' 할 때가 있다. 자주는 아니지만 치명적인 결점인 것은 분명하다. 그 대상은 주로 가장 가까운 나의 가족 '아내와 아들'이다. 화를 내고 나면 마음이 좋지 않다. 상대방은 더욱 그럴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는 것은 화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5분도 지나지 않아 미안한 마음이 밀려온다. 그럴 때마다 상대방 마음을 풀어주려고 노력하지만 이미 상한 마음을 달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것도 계속 반복되면 면역이 생길 것이다.

나름대로 여러 가지 원인을 찾아본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해서일까? 해병대 곤조가 있어서일까? 25년 경찰생활로 인한 직업병일까?

아내는 이 모든 것을 인정하지 않고, 태어날 때 배속에서 부터 가지고 온 '화'라고 말한다.


어제는 아들에게까지 욱했다


어제는 어머니와 세금신고 문제로 전화통화를 하며 다투었다. 화가 많이 나있었다.

아들이 내 기분을 읽었는지 옆에 꼭 붙어 앉아 계속 말을 걸었다. 아들은 내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뻤다. 그 이쁜 마음을 알기에 계속 대꾸를 해줬다. 하지만 좀처럼 화가 풀리지 않았다. 5분쯤 지나자 화가 아직 다 풀리진 않았지만, 어머니 마음을 좀 풀어주려고 다시 전화통화를 시도했고 통화가 연결되었다. 그런데 아들이 내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다가 전화를 꺼버렸다. 순간 욱하는 화가 치밀어 올라 아들에게 모든 화풀이를 해버렸다.


소리를 버럭 질렀더니. 평소 한없이 자상한 아빠가 크게 화내는 모습에 놀랐는지 계속 엄마품에 안겨 운다.

엄마는 여러 번 경험해서 알고 있는 듯 아들을 품에 안고 달래준다.

한 5분쯤 지났나? 어머니한테도 미안하고 아들한테도 미안해진다.

차례차례 이야기하며 사과하고 달래주었다.

아들이 많이 놀랬는지 좀처럼 달래지지가 않았다.

차근차근 아빠가 화난 상황을 이야기해 주었더니 그때서야 진정이 되었다.


화내기 전 5분만 생각하자


다음날 출근하니 걱정이 밀려온다. 아들이 내 이런 모습을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 아들을 안았다. 아들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해맑게 나에게 안겼다. 어제 아빠가 화낸일을 이야기하며 아빠도 그렇게 화내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걸 잘 알고 있고 고치려고 노력하지만 잘 안 되는 부분에 대해 말해주었다. 화내는 방식은 엄마를 닮았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아들은 이제 8살인데 이런 아빠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나의 사랑하는 가족 아내와 아들 앞에서 다시는 그렇게 버럭 하며 소리 지르는 방식으로 화를 내지 않고 싶다.

어른이 된다는 건 내 마음대로 세상을 통제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과정이라지만 아들에게만큼은 물려주기 싫은 능력?이다.

화내기 전에 5분만 생각하자, 그리고 화가 진정되면 차근차근 화난 이유를 이야기하며 풀자

올해 내 가장 큰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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