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디가꼬 May 09. 2023

아카시아꽃 필 무렵

만감이 교차하는 아카시아 꽃

아카시아 꽃 필무렵


우리기 흔히 아카시아 나무라고 하는 것은 북아메리카에서 관상용이나 약용으로 심어던 아까시나무를 말한다. 보통 5~6월 이때쯤이면 흰색으로 꽃을 피우고 향이 아주 강하다.

난 매년 산과 들에 흰색 아카시아 꽃으로 뒤덮여 향이 진하게 풍기는

이맘때를 참 좋아했다.

향기뿐만 아니라 이 무렵이면 춥지도 덥지도 않은 온화한 초여름 날씨라 참 좋아했다.


아카시아 꽃이 피고, 꽃향기가 풍길 때면

예전에 많이 불렀던 '과수원길' 노래가 생각난다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하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 보며 쌩긋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길"


아카시아 달콤함 추억


아카시아 필 무렵 가족들과 동네 공원 계단을 오르며 가위바위보를 해서 각자 똑같은 개수의 아카시아 잎을 하나씩 따서 모두 먼저 없애 버리는 놀이도 어릴 적 좋은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그 아름답고 달콤한 향기 뒤에는 아카시아가 가지고 있는 가시처럼

아픈 추억도 함께 가지고 있다


어릴 적엔 몰랐던 알레르기 비염이 점점 크면서 아카시아 필 무렵이면 함께 떨어지면서 날리는 원인 모를 꽃가루 때문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아카시아 꽃이 필 무렵이면 KF94 마스크를 코 위와 턱밑까지 밀착해서 착용하고 혹시나 모를 코막힘과 만성피로 춘곤증 등으로 바짝 긴장하는 때이기도 하다


아카시아 가시 같은 아픔


그리고 아카시아 꽃이 필 무렵 아버지는 아카시아잎을 따서 술을 담가 놓고 갑자기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아카시아꽃을 따서 술을 담가 먹으면 몸에 좋다고 해서 매년 이맘때면 얼굴 여기저기 여러 곳을 벌에 쏘여가며 아카시아 꽃을 따서 술을 담가 가을쯤에 마시셨다. 그날도 그랬다 아버지는 갑자기 돌아가셨고, 부엌에는 갓 담은 것으로 보이는 아카시아 꽃 술단지가 놓여 있었다

그 후로 매년 아카시아 꽃이 필 무렵이면 여러 가지 감정들로 만감이 교차한다


오늘 야간 근무 들어가기 전 동네 호수공원을 산책하는데 온산이 아카시아 꽃으로 뒤덮이고 아카시아 향기로 가득했다. 나는 그 향기에 집중하며 애써 무언가 떠올리기라고 하려는 듯 말없이 걸었다.


그만큼 아카시아는 나에게 특별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다

 

매거진의 이전글 봄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