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디 뮤지엄의 weather전시를 다녀왔습니다!
항상 대림미술관만 갔었는데, 디뮤지엄까지 간 건 처음이네요. 지도로 길을 찾았을때는 많이 멀게만 느껴졌는데 막상 왔다갔다 해 보니까 딱히 못할 건 아니었습니다. 역시 해 봐야 아는 것.
전시를 봤다가 근처 카페나 식당에 들릴까 싶어서 검색을 해 보니, 한남동이 부자동네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도착해 보니 왜 그런 말을 듣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 가진 건 돈밖에 없는 놈이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전날까지 흐리더만, 너무도 맑은 날씨에다가 동네는 조용하고 깔끔하고 너무 좋았어요.
날씨에 대한 기억, 추억이 주제인 전시회라는 말만 듣고 갔습니다. 저에게 날씨 하면 떠오르는 건 '비'. 나중에 제 추억과 엄청 비슷한 사진이 나와서 식겁했습니다. 사람 사는 건 똑같군요.
굳이 저날 저의 날씨를 말하자면, 비가 안 오지만 습하고 흐린...? 다시 서울로 돌아와서 기분이 좋지 않았거든요. 서울에는 친구도 별로 없고 만나 줄 사람도 없는데 어딜 가든 사람들은 자기 일행과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고. 남들 다 한다는 데, 진짜 못하겠습니다. 사람 만드는 거. 서울에서 사람 덕에 즐거웠던 기억이 없네요.
날씨가 말을 걸다.
요즘 느끼고 있는 건데요, 한창 구름그리기에 빠져 있거든요. 구름채색, 명암 등을 하기 전에 항상 구름 형태를 먼저 그려놓는데, 구름이 아닌 것 같아요. 어색하거나 저렇게 생긴 구름 있나? 하는 생각에 다시 지워버리거든요. 그런데 요즘 하늘을 보면 구름들 그냥 다 제멋대로 생겼어요. 제가 어색하다고 생각했던 형태보다 훨씬 더 요상하거나 이상하거나 뜬금없는 구름들 투성이에요. 예, 요즘 날씨는 저에게 '나대지 마라'고 말을 걸고 계십니다.
사실 영어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학기 영어수업도 있는데 망했네. 이 작가분이 저를 보면 많이 착잡해 하시겠죠. 열심히 적었는데, 뜻 이해는 커녕 이국적은 모양의 문자라고 그냥 이쁘다고 사진찍는 저를 보면.... 이 부분은 아마, 햇살에 관한 전시였던 것 같아요. 옆에 햇빝에 말라 비틀어진 농작물들도 걸어놓고 사진들도 다 그 관련된 느낌이었습니다.
아 이 사진 보니까 기억이 나네요. '햇빛'에 대한 파트였던 것 같아요. 왼쪽 작품 너무 감탄했습니다. 촛불의 빛을 사람이 우산을 쓰고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저 동그란걸로 표현한거죠? 맞겠지? 그게 너무 신기했습니다. '빛'에 초첨을 맞추니까 오른쪽은 마냥 귀여워서 찍었는데 혹시 타들어 갈 정도로 뜨거운 태양빛을 표현한 걸지도 모르겠군요.
정말 모르겠다. 그냥 이번 여름이 엄청 더웠다는 것만 확실히 기억납니다. 햇빛을 보면서 예술작품을 떠올리기에는 그냥 원망스럽기만 했어요. 그 정도로 너무 더웠습니다.
오로라 송이 생각나서 하나 찍었습니다. 색이 너무 예뻐요. 저런 색을 주제로 그림을 한번 그려보고 싶을 정도로 너무 예쁩니다.
참고로 오로라 송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사는,
네가 태어난 그 맑은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지구는 46억년을 걸쳐 굴러 온 걸지도. 울고있는 너에게 오오라를 가지고 돌아가는 방법을 생각하는 선데이.
입니다. 정말 이 노래 덕에 막막했던 시절을 버텨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저런 가사를 쓰나요. 커버한 메가테라 제로님도 정말 감사합니다. 저를 몇번이나 살려줬는지 몰라요. 여튼, 저 사진을 보니까 노래가 머릿속에서 재생되었습니다.
검은색 천은 먹구름을 표현 한 걸까요? 나중에는 까만 곳에서 빗소리만 들리거나, 비닐 등으로 크게 안개를 느끼게 한 곳도 있었는데 사진으로는 어차피 찍히지도 않아서 그냥 즐기다가 왔습니다. 눈이 침묵이라니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그런 것 같아요. 침묵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게 눈이 아닐까 싶네요, 막상 저 문장을 보니까. 저에게 눈은 항상 정신없고 시끄럽고 눈싸움을 하거나 미끄러져서 친구들이랑 웃고 떠들던 기억 덕에 활기찬 느낌이 있었거든요. 오히려 비가 조용히 속삭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저 문장을 보니까 그냥 납득이 되어 버리고 만 것입니다! 눈과 비를 정확하게 표현 한 것 같아요. 끝없이 긴 문장이래도 시끄럽다기 보다는, 정말 문장들이 떨어지는, 책의 내용이 나에게 들어오는 것과 같은 느낌이네요. 원래도 비가 오는 날씨를 가장 좋아하는데, 더 좋아졌습니다.
이 사진 보고 엄청 경악했습니다. 제 기억 속에 있는 '비에 대한 추억'으로 고정되어있는 장면이랑 정확히 같거든요. 어렸을때,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서 다같이 자다가 저 혼자만 비가 오는 새벽에 눈만 꿈뻑꿈뻑 뜨고 있었어요. 머리맡에 창문이 있었기에 창문을 계속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제 기억속에 있는 장면은 하늘에서 긴 물줄기들이 바로 제 얼굴 위로 떠오르는 장면인데, 말이 안됩니다 이거.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었을 리도 없고 바로 창문 밑에서 잔 것이 아니라 창문과 제 머리 사이에는 장롱이랄까요 선반이랄까요 뭘 담기도 하고 올려놓을 수도 있는 가구가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더욱 창문에 붙어있다시피 한 그 장면은 사실이 아닌데. 어렸을 때의 기억은 신기한 것 같아요.
tmi지만, 저게 날벌래라고 하더군요. 날벌래를 불빛처럼 묘사하는 작품을 찍는 작가라고 하네요. 요즘은 시골이라도 저렇게(저건 벌래친구들이지만) 별이 있는 곳은 드물지 않나요? 항상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 댁 가면 별을 보러 갔었는데 요즘은 그 정도로는 안 보여요. 뭐, 이런 잡생각이야 지금 리뷰하면서 드는 생각이고 막상 볼 때는 그냥 감탄만 했답니다. 전시회 때, 너무 인증샷을 찍나 싶어서 사진없이 감상만 하고 싶었는데 나중에 머릿속에서 사라질 생각을 하니 찍을 수 밖에 없었어요. 이렇게 감동을 주는데 그걸 다시 꺼내 볼 수가 없으니까 말이죠.
안 짜르고 싶었는데, 직원분과 모르는 아이가 나와서 자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이 전시회에서 가장 유명한 조형물(이라고 부르나요)이 아닐까 싶은데요. 일부로 평일 오픈시간에 맞춰서 가려다가 늦잠자서 오픈시간보다는 좀 늦게 갔습니다. 그랬는데도 아직 개강 전이라 그런지 제 또래 분들도 많이 보였고 하필 유치원생들이 단체 견학을 왔었습니다. 다들 엄청 떠들 나이인데도 적당히 떠들면서 가이드 선생님과 이야기 하는 모습에 요즘 애들은 얌전하구나 싶었습니다만... 그래도 역시 뒤에서 따라붙으면 잘못한 게 없어도 무섭단 말이죠. 굳이 유치원생 아이들이 아니어도 어떤 무리든 뒤에서 무리가 우글우글 따라오면 왠지 긴장했을 것 같아요. 좀 더 보고 싶었는데, 그냥 슬쩍 사진찍고 도망갔습니다.
순서가 좀 달라졌네요. 이 사이에 여러 전시들이 있었어요. 한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그 작가에 대한 설명도 벽에 붙여져있었습니다. 덕분에 감상 포인트를 알 수 있었어요. 저는 막눈이라서 너무 어려우면 이해를 잘 못하거든요. 사진들 하나하나 다 매력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작은 사진들을 많이 전시했더군요. 앞에서는 이렇게까지 많지 않고 대신 크게 전시되었거든요. 여러장이다 보니까 하나하나 꼼꼼히 보는 맛이 있네요! 왠지 이국적이고 익숙하지 않아서 좋은 사진도 있었고, 익숙하고 제 추억을 꺼내주는 사진도 있었습니다.
다른 작가의 설명에도 있었는데 제가 못 봤을 지도 모르겠는데, 이 분의 사진은 포토샵 작업이 들어간다고 하더라구요. 인위적인 느낌이 아니라, 정말 실제로 사진으로 찍기에는 무리아닐까? 싶은 연출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아, 하고 납득했습니다. 제가 사진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저런 장면이 그냥 사진기 셔터를 누르는 것만으로 연출 할 수 있어? 같은 느낌의 사진들이었거든요. 물론 제 취향을 저격했습니다. 정말 신비롭고 몽환적이었어요. 저 fly라는 글자, 그냥 봤을때는 몰랐는데 두번째 보고야 알았습니다. 귀엽지 않나요.
이건 제가 보정을 좀 했네요! 맑은 하늘과 수영장이 테마인 것 같은 작가였습니당. 이번 여름에 여름의 청량한 하늘이 너무 그리고 싶어서 아등바등했었는데, 딱 이런 느낌의 청량함을 원했어요. 물론, 이번 여름은 청량함보다는...습기? 찐만두? 탈수?가 더 어울릴 듯. 다 파란색인데 중간중간 나오는 모델이 주황색 수영복을 입고 있는 게 뭔가 매력적이네요. 물놀이를 안 간지 진짜 거의 10여년인데 이번 여름방학때는 친구들이랑 바다도 가 보고, 좋았습니다. 그래도 역시 바다의 청량함과 수영장의 청량함은 다르네요. 깔끔하고, 조용한 사진들이에요.
이게 마지막 장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곳곳에 이런 문구들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잘 어울리는 문구를 찾아서 기획하는 것도 누군가의 능력이겠죠.
요즘 가을이 올 것 같은 냄새가 나는데요. 개인적으로 저는 이 때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반수를 하면서 점점 미래에 대한 불안이 시작되던 때였기에. 그래서 저에게 가을냄새는 수능냄새입니다. 게다가 그 두번째 수능때 울면서 실패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온 건...어쩔 수 없던 일이죠. 이 때가 되면 그 때가 생각이 나서 한없이 우울해지곤 합니다. 게다가 보통 방학이 끝나고 다시 혼자 학교로 돌아가는 시기다 보니까 더 심한 것 같아요. 뭐 주저리 주저리 다른 이야기가 많았는데, 주변에 분위기도 조용하고, 산책하기도 좋고, 한번 가 볼 만한 전시였습니다. 안그래도 잡생각이 많은 저의 추억을 마구 건드리는 아련한 전시였네요. 날씨에 대한 추억은 누구나 있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해는 지고 뜨고 비가 오다가 그치고 눈이 올때도 있고 아닐때도 있고....살다보면 겪을 수 밖에 없는 경험이니까요. 다만, 요즘 워낙 이쁜 전시들이 많다 보니까 사진을 찍는 것에 좀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사람이 없었으면 사진 찍고 감상도 느긋하게 했을 텐데, 사람들이 많다보니까 사진만 찍고 제대로 구경은 못 하고. 나는 사진이나 건질려고 전시에 왔는가. 복잡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