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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Oct 05. 2018

타인의 무게 내려놓기

조금씩 거기서 빼시오.

나 지금 누구랑 이야기 하고 있니?

상대방의 이야기도 재미있고 그걸 반응하는 것도 즐겁지만, 너무 자기 얘기만 하면 지친다. 차라리 힘든 상황이라서 징징거린다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너무 즐거운 생활중이라서 계속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내 이야기를 하면 읽고 무시했다가, 한참뒤에 다시 자기얘기를 시작하는 친구가 있다. 그것도 카톡으로 하니까 전화처럼 실시간으로 반응할 수가 없어서 그 증상은 악화된다.


사실 여기는 그 친구와의 채팅방이 아니라 그 친구의 개인 sns가 아닐까. 인별이라던가 블로그라던가…?



친한 사람에게 자신의 소소한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을 넘어섰다. 말 그대로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것이다. 언제는 우연히 둘의 카톡 접속 시간이 겹쳐서 채팅처럼 실시간으로 얘기하였다. 그때도 대화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이야기만 하더라. 아무래도 연애도 순조롭고 나름 건강한 생활을 하면서 바쁘게 지내는 것 같다. 다행이다. 잘 지내니까, 그럼 굳이 나 하나가 카톡을 보고 대답하지 않는다고 그 생활이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그 친구는 나에게 비중을 두지 않을거니까. 그리고 이쪽도 마찬가지이다.

예전에는 남들을 예측하고 이해하려고 했다. 나와 다른 도덕관념을 가진 사람때문에 기분이 나빠졌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라고 가르쳐주려고 애썼다. 그리고 ‘위대한’ 내 가르침을 듣고 자존심이 상해서 나와 연락을 끊어버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부분이 지금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어른이라는 나이가 되면서 남에게 그 정도의 에너지를 쏟지 않게 되었다. 물론, 내가 힘들어질 때 까지 참지는 않는다. 힘들면 말하겠지. 하지만 그건 그 사람을 바꾸려는 시도가 아니라, 내 속이 후련해지기 위한 자기위로의 행동이다. 내 말을 듣고 상대방이 당황하든 반성하든 관심없고 그냥 그 말을 하면 내 속이 후련해지니까. 상대방도 나를 배려해주지 않아서 이 사단이 났으므로 나도 그럴 자격이 있다.


나를 위해서! 나는 나만을 위해서!


1년전만 했어도 나는 장문의 카톡으로 그 친구에게 불만을 토로했겠지. 최대한 예의를 지켜서 말이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이미 그 친구와 비슷한 주제로 한번 얘기한 적이 있다. 그는 연락이 끊기는 것을 각오하기에는 소중한 친구고 그렇다고 계속 끙끙거리면서 참기에는 그 정도로 절대적 권력을 가진 친구도 아니다.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때 이야기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친구가 계속 그 이야기를 듣기 거북해한다면 그만 둘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까지만 하기로 했다. 감당할 수 있는 것 까지만. 그런데 내가 의도한 것이나 행동과는 다르게 감당할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닫는다면 ‘당황스럽군요’하고 도망칠것이다. 신고당할 정도의 죄질이 아닌 한 그러고 싶다.

사람과 사람간의 일은 어느 한쪽이 억지로 수습하려고 해서 수습되는 것이 아니더라. 머리를 엄청 굴려서 예측한다고 해도 아예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어긋나버렸다. 그걸 알면서도 본능적으로 예측하고 설계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자. 그것도 내가 나라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감안하고 감당해야 한다.

길게 주저리주저리 적다보니까 나도 내가 뭐라는 지 잘 모르겠다. 결론은 그냥 조금씩 내려놓고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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