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ul Nov 01. 2018

5년 후 나에게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데 5년이면 뭐가 변할까!

[5년 후 나에게]


내일 있을 전공시험 때문에 공부하다가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책상을 마구 뒤엎다가 발견한 책이다. 매우 오랜만이군! 완전히 잊고 살았었다.

꽤나 유명한 책이라고 하는데, 후기 같은 것도 꽤 많았고. 나는 재작년 생일선물로 친구에게 받았었다. 당시 그 친구가 내 생일을 착각해(하루 이틀도 아니고 아예 계절 자체를) 예쁘게 포장한 직사각형을 들고 내 앞에서 "아 생일 아니었어~? 4개월 뒤에 공개됩니다~"하고는 가버렸는데, 당일날 택배로 받아보니 이 책이었다.

2년 동안 사용한 횟수를 금방 셀 수 있을 정도로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던 주제에, 생일선물로 받아서 괜히 몇 번이나 짐을 싸고 이사한 와중에도 항상 내 주홍글씨인 마냥 들고 다녔나 보다.


책이라고 하기엔 애매하고 정확하게는 다이어리라고 해야 할까. 요약하자면,

하루에 하나의 질문들, 1년 동안 다 다른 질문들, 5년 동안 답하기!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내가 답한 질문은 부끄럽게도(선물 준 친구: 강철경 이 나쁜), 한번 촤라락 하고 책을 펼치면 금방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은 개수였다. 이걸 받았던 해와 그 후의 1년은, 내 인생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기에 질문에 대한 답을 읽으면서 참.... 스스로가 많이 힘들었구나, 시간이 지나가긴 하는구나 하고 새로운 감각을 느꼈다.

요런 느낌이다. 벌써 2년전이다. 심지어 17년은 거의 적지도 않았다.

이 책, 처음에는 뭐 하자는 건지 낯설었다. 모든 책들이 그렇지만, 처음에 책을 살 때는 책과 관련된 리뷰나 찬사 등을 적어놓은 책갈피라고 하나, 그런 것이 책을 감싸고 있지 않나. 이것도 그랬다. 그런데 다들 뭐 자신의 인생이 달라졌다느니, 변화가 생겼다느니 어쩌고저쩌고. 아니! 이거 적어서 뭐가 달라진다는 건가. 게다가 질문들도 다 사소한 것들이었다. 오늘 즐거운 일이 있다면? 머리를 안 감고 가장 오래 버틴 기간 등.

당시에 나는 이 책이 나에게 무언가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확히는 책뿐 아니라 그 모든 것들이 모든 순간과 경험과 사람이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의미와 무게와 교훈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랬었기에 그 모든 것이,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고 커피를 사는 일조차 그렇게나 무겁고 힘들어서 많이도 울었다. 아무 의미도 찾을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오랜만에 펼쳐보니 알았다. 나는 작년과 재작년에 정말 숨이 넘어가도록 괴로워했구나. 그리고 지금은 그렇게 잘 살고 있지는 않지만 그 괴로움이 과거로만 느껴진다. 그렇게나 변했다.

이 책은 독자에게 어떤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당신은 변한다는 것, 시간은 흐른다는 것을 당신 자신으로 하여금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내가 작년 이 때는 어떤 기분이었는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즐거워했는지 지금과는 얼마나 다른지. 그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어제 오늘 내일 하루하루가 모여서 그때의 내가 상상도 하지 못한 변화가 일어나는지.

1년이 지난 지금도 많이 변했는데 5년이면 변화를 훨씬 더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이 책을 펼쳤을 때, 엄청 식겁했다. 당시 그 페이지에는"오늘의 기분 좋은 일"을 물어보는 듯한 질문(기억이 잘 안 난다...)이 있었는데, 거기에 내가 올해 괴로워서 심한말을 하고 연락을 끊다시피 한 친구의 이름이 있었기 때문! 그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았었다. 그랬었구먼, 참 세상일 모른다.

 지나온 순간들이 전부 꿈만 같다. 이제 이것들이 나의 세상이고 변하지 않을 거라고 마음을 닫고 움직이지 않았는데, 좋은 말도 좋은 친구도 가족도 음식도 음악도 소용없다고 확신했는데. 시간은 내 세상을 변하게 했고 그 시간은 좋은 말과 좋은 친구, 가족, 음식, 음악 모든 순간으로 채워져 있다. 

지금도 주변 사람들의 눈으로 봐도 내 눈으로 봐도 그닥 잘 지내고 있는 건 아니다. 돈은 함부로 쓰지, 알바도 안 하지, 성적은 좋지도 않고 그닥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지 않지 잠은 기본 10시간은 자고 있다! 그렇기에 썩 맘에 들진 않지만 또 1년 후의 나에겐 이건 과거일 뿐이겠지.

악필이다. 요즘은 거기에 많은 생각이 드네. 그렇게 해 오고 있었는데 과연 그게 옳은지 모르겠어. 라고 쓰여있다.

그렇게 다시 채워봐야지. 새삼스럽게 느낀 '시간'을 느끼면서.

자기 자신에게 책을 선물하기도 쉽지 않은데, 친구에게 책을 선물한 그 친구는 얼마나 고민했을까. 연락을 안 한지 꽤 오래된 네가 생각나는 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절대적' 친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