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무리하지 말고.
어차피 할 수 있는 만큼밖에 못 해. 계획을 이렇게나 장대하게 세워도 말이지.
이것만큼 해 내야 하고,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아야 하며, 미움은 받지 말아야 하고, 배려있는 행동을 하면서 내 주관은 뚜렷하길 바란다.
그래, 많이 양보해서 누군가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지만 하고 싶은 말도 다 하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인간이니까. 하지만, 이렇게 사니까 너무 괴로웠다. 내가 이 일을 다 해내지 못하면 받을 시선을 버텨낼 그 순간이 너무 두렵더라. 기껏해야 5분일 그 순간을. 무엇보다 내가 나 자신을 용납하지 못했다. 이 많은 시간 동안 이걸 다 해내지 못하다니!
너무 괴로웠다. 어쩌면 이런 삶의 태도 때문에 우울증에 잠식되어버렸을지도. 할 일들을 겨우 마치고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 긴장과 걱정으로 잠이 들 수가 없었다. 내일 아침 일어나야 하니까.
아, 안 되겠다. 눈 앞의 1분 1초마다 생각의 생각을 하면서 덜덜 떨다가 인생 끝나겠다. 나는 내가 편한 게 최고다! 한심해도 상관없으니 마음의 평화를 되찾기 위한 자신들만의 방법을 공유해보자. 별 거 없지만 나는 이렇다.
성인이 되고 나서 나의 상황을 머릿속에 그릴 때, 내 눈으로 보는 상황이 아닌 다른 사람이 나를 보고 있는 시선으로 상상을 했었다. 이렇게 밥을 혼자 먹고 있는 내가 얼마나 구차해 보일까. 이걸 다 해내지 못하고(혹은 별 거 아닌 결과물을 낼 때) 나를 얼마나 한심하게 볼까. 정말 숨이 턱턱 막혔다. 나름 잘 되어가고 있는 일에도 “어, 이거 조원들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어하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는 타이핑하는 글자 하나하나를 의식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3인칭 시선은 내가 볼 기회가 없다. 완벽하게 남의 시선으로 보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남의 눈에서 본 나의 모습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편해졌다. 가끔 다시 불안해져도 금방 털어낼 수 있다.
나의 경우, 보통 일주일 단위로 계획을 많이 세운다. 누군가를 보는 약속도, 공부도, 과제나 모임 등도 웬만하면 일주일 단위이다. 물론 계획대로 될 일은 없는데(사실은 내가 세운 계획만큼 다 해내는 경우가 없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해야 할 일을 마주하면 너무 막막하다. 이 많은걸 언제, 다 해낸단 말인가! 조별 모임도 가야 하고, 시험 범위까지 노트 정리도 해야 하고, 친구도 만나야 하고…
음? 그러고 보니…
조별 모임은 내일이고 시험 범위까지 노트 정리하는 것은 다음 주까지 계획한 것이다. 친구는 오늘 저녁에 만난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눈 앞의 과제 문제 하나만 풀면 된다. 그 많은 일들을 지금 내가 다 하는 것이 아니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내가 못 한건 내일의 내가, 그렇게 일주일을 채운다. 일주일, 오늘 하루만이라도 계획한 일들은 정말 많다. 많지만 지금은 눈 앞의 글 한 문장만 쓰면 된다. 그건 별 게 아닌 것 같다. 못할 것도 없지! 그게 쌓여서 한 시간을, 하루를 일주일을 채운다. 조급해질 때마다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지금 너는 뭘 하고 있어?
그것만 하면 돼.
체념인가? 체념도 나쁘진 않다. 적어도 나는 미래에 엄청난 것을 바라면서 열정을 불태우는 청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면서 살아가기로 했다. 예전엔 아니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났으니 세상에 무엇인가를 해 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다. 그런데 진짜 그런 사람들은 지구를 구할 정도로 무거운 일들을 이미 알아서 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들이 지구를 구하는 동안, 뭔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오늘따라 하늘이 이상한 색이네…”하는 행인 1이 나다. 세상에 영웅들이 너무 많은 필요는 없지 않은가! 물론 이 글을 읽는 그대가 지구를 구하는 영웅이라면 고맙다! 최선을 다 해 주십시오! 그리고 나도 하루하루 할 일들로 이루어진 일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할 것이다. 그 이상은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영웅이 아닌 우리들은 계획한 일을 다 하지 못했다고 너무 괴로워하지 말자. 우린… 여기까지인 것이다…!.(액션만화에서 적에게 맞서 싸우다 전사하는 캐릭터의 톤으로)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다. 요즘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는데 감기에 피로 누적에 돈 나갈 곳은 많지 제대로 해내는 일도 없지. 너무 갑갑해서 나를 진정시키는 김에 한번 써 보았다. 원래는 만화를 그려서 그걸 올리고 싶었는데. 난, 여기까지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기분 좋게 잠이나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