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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Jan 18. 2019

멀어지기.

타인에게서 도망쳐서 나에게로 다가간다.

아주 예전에 비슷한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이 글이다 https://brunch.co.kr/@ruddb1155/70)


요즘 유지하기 힘든 관계가 있다. 그걸 계기로 나는 지금까지의 인간관계의 끝을 어떻게 맺었는지 되돌아보았다.

언제 어디서 마주칠지 알고! 상상만으로도 민망하다.


인간관계에는 끝이 없다고 굳게 믿지만(언제 어디서 만날 줄 알고!), 살다 보면 이 쪽에서 의도적으로 끝을 맺거나 차단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의 경우는 그 사람과 주고받는 메시지조차 버거울 때이다. 그리고 그런 경우는 일 년에 많아야 한 번이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서로 멀어지면 좋겠지. 그렇게 각자 살 길을 열심히 살다가 다시 만났을 때, 어색하지만 오랜만에 보아서 반갑게 마주할 수 있다면 가장 좋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기. 그렇게 물 흐르듯 맞이하고 보내는 것이 인간관계라지만, 역류를 해서라도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리고 내가 끊어서라도 멀어지고 싶은 사람도 있다. 


오늘은 멀어지고 싶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해받지 못할 위험과 남에게 상처를 줄 각오와  듣기 힘든 소리로부터


멀어진다보다는 도망간다고 표현해야 맞다.


관계란 두 명 이상이 연관되니까, 아무리 멀어져도 상대방이 다가오면 멀어지지 않는다. 내 행동의 의미는 나 자신만 알 수 있고, 상대방의 행동도 감정도 예상할 수 없다. 그러니까 관계에 있어서 지친 쪽이 도망쳐야 한다. 



도망이라고 생각하니까 조금 더 편해졌다. 


나는 상처를 받아서 멀어지는 순간마저도 상대방의 입장과 감정을 예상했다. 둘의 암묵적인 동의하에 멀어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로가 느끼는 거리감이 같지는 못해도 비슷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랬기에 항상 내가 거리를 두는 그 순간을 경고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납득시키려고 했다. 


예전에는 상대방에게 많은 쓴소리를 던졌다. 전화 그리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이용하여 내가 힘들었고 너를 위해 참았던 그 모든 일들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배려 없는 행동에 내가 상처를 받았는데 나라고 그 친구를 위해 그 많은 에너지와 정성을 쓸 이유가 없다. 상대방이 자기 편한 마음대로 행동한 순간 나에게도 그 권리가 주어진다.


이런 방법만 존재하는 줄 알았다.

그러니까 도망치자. 어떤 방법이든 좋다. 굳이 맞서서 싸우지 않아도 된다. 맞서도 된다. 핑계를 대면서 연락을 끊어도 되고 연락은 하더라도 모임에 안 나가도 된다. 최선을 다 했으니 이제 자기 자신에게 최선을 다 해주자.


나는 항상 모 아니면 도였다. 친한 친구들하고는 서로의 깊은 이야기까지 하고 좋았지만, 언젠가 멀어지게 된다면 꼭 크게 상처를 주고받는 형태로 끊어졌다. 내가 그 방법밖에 몰랐다. 은혜를 받든 상처를 받든 꼭 보답(?)해야만 두 발 뻗고 푹 잘 수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이런저런 일로 상처를 준다면 그 당사자에게 꼭 돌려주고 관계를 끊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나에겐 그것이 최선이었다. 그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가 너무 컸고, 내가 생각한 만큼 그 사람은 나를 생각해주지 않았기에 정당하다고 굳게 믿었다.


 그런 나를 보고 어머니가 걱정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내가 보기엔 너 지금 한 명씩 잘라버리고 있어. 너한테 다 맞는 사람이 어디 있니? 꼭 그렇게 멀어져야 할까?”

난 나쁜 거 없어. 따지자면 먼저 잘못한 건 그 아이야. 


갑작스러운 우주론

하지만 어린 내가 놓친 사실이 있다. 상처도 은혜도 내가 줬으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서 받는다. 그걸 준 당사자에게 돌아갈 필요가 없다. 우주로 넓게 생각해보면 나와 타인(모두)들은 서로 주고받는 셈이다. 그렇게 보존된다. 

나에게 좋지 않은 관계를 굳이 이어가야 할까? 회사도, 학교도 아닌데, 굳이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야 할까? 아직 사회생활을 하지 않은 20대 중반이 어리석은 마음을 갖고 있는 거라면, 다신 가지지 못할 마음가짐이니 괜찮지 않을까!

나는 나만을 위해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나도 상대방도 최선을 다 했지만 내 인생은 내가 살아간다. 


멀어지는 방법에 정답이 있긴 하나? 만약 있다면 배우고 싶다. 교양 있게 멀어지는 관계란 무엇일까? 그 누구도 상처 받지 않고 적당히 멀어질 수는 없을까? 연인처럼 날짜를 세고 끝맺음이 확실한 관계만 있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나에게는 솔직하기로 했다. 그래, 나와 100% 맞는 사람은 없다. 서로가 100% 마음에 들어서 유지되는 관계는 없다. 우린 기대하고 실망하면서도 또 의지하고 바라고 상처 받는다. 하지만 한쪽 혼자 애쓰고 힘이 부친다면 도망갈 용기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해받지 못해도 안 좋은 뒷소리를 들어도 좀 더 자신에게 좋은 선택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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