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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Jan 11. 2019

중심은 나에게.

어떤 관계든 나를 중심으로 맺기연습.

현재 그리고 있는 중!
좋은 사람은 못 되어도 나쁜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았는데 그게 어렵다.


내가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를 그대로 다른 누군가에게 주기가 쉽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그랬다가는 나 자신이 터덜터덜 갈리는 결과만 맞이한다.


그래서, 어떤 관계든, 중심은 나에게 두기로 했다.


재작년과 작년에는 어떻게든 사람을 만들어보려고 스스로를 ‘을’..... 은 무슨, 하인의 위치에서 살았다.


누군가와 같이 있는 것이 그렇게까지 즐겁지 않았지만,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안절부절 못 하면서 약속을 잡았다. “토요일에 밥 먹을까?”하는 톡을 보내는데만 거의 30분을 고민했고, 상대방이 읽었는지 언제 답이 오는지 직접 만든 가시방석에 앉아 카톡의 ‘1’을 확인했다. 약속이 성사되면 아직 나에게 사회성이 남아있고 사람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듯해서 매우 기뻐했다. 만약 거절당하면 누가 만든 지 알 수 없는 기준에 불합격을 통보받은 느낌이었다.


이건 좀 이상하다.
내가 거절 ‘당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거절’ 한 거다’.


이 관계는 회사나 기업 안에서 승인이 떨어져서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크고 작은 손실이 일어나는 게 아니다. 그냥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호감과 관련된 관계이다. 그런데도 나는 나 자신이 호감이라는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고 믿고 거절을 당한다고 말해왔다. 우리 중 갑도 을도 없는데 말이다.




친구에게 그려준 엽서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상대방이 나를 받아주지 않을까 봐 관계의 중심을 넘겨주는 짓은 그만두었다.


물론 마음이 그렇게 되긴 쉽지 않지만, 노력했다. 피곤하면서 억지로 누군가의 약속에 나가려고 하지 않았고, 덜 친한 사람과 더 좋아하는 사람 사이에서는 후자를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있으면 가볍게 먼저 연락했다. 그들에게 보낼 카톡을 쓰면서 거절당할까 봐 두려운 마음을 최대한 억누르려고 했다. 아닌가? 아, 그렇다. 거절당할까 봐 두려운 마음 대신, 만나게 될 기쁜 마음에 집중했다. 어차피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더 마음을 쓰는 게 당연하다면, 그냥 내가 더 마음 쓰는 사람이라고 인정했다.


그 사람이 나를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그렇게 조금씩 관계의 중심을 나에게 두었다. 내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섣불리 남의 관점으로 바라보려고 하지 않았다. 어차피 나는 남이 아니라서 남의 관점으로 보려고 해도 결국 그게 내 관점이고, 오답일 경우가 많으니까.



그렇게 살다 보니, 반대의 입장이 되는 경우가 생겼다.

에둘러 거절하고, 카카오톡 메시지에 성의 없이 대답하고 읽고 답을 하지 않아도 계속 나와의 만남을 고대하는 친구 때문에 골머리를 앓게 되었다. 처음에는 나도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잘 안 받아줘서 상처 받았던 기억이 많아서 어떻게든 받아주려고 했다. 결국 내 중심을 잃어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친구를 만나고 싶지가 않았다.


대화 스타일이 나랑 안 맞는 것을 넘어서, 이런저런 일로 이미 정이 떨어진 친구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준 것밖에 없는 친구였다. 슬프게도 나는 그 친구에게 상처 받고 정이 떨어지는 동안 그 친구는 나에게 정이 들고 친근감이 생겼나 보다. 이래서 타이밍이 맞는 관계가 소중하다.



여하튼, 이제는 그 친구에게서 온 카카오톡 메시지를 읽는 것도 숨이 막힐 정도로 힘들다.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 나쁜 사람이 될 용기가 없어서 도망쳤더니 결국 이런 결과다. 거절당했기에 거절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거절하련다.


그 친구가 손꼽아 기다리다 못해 계속 카운트다운을 세고 있는 내가 집으로 돌아갈 날이 되어도. 다시 원래 살던 동네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그 친구를 만나지 않겠지. 이런저런 핑계를 댈 것이고, 상처를 주고 말 거다. 하지만, 그런 말이 있지 않나! “나는 이 애한태 뭐지?”하는 의문이 드는 관계는 억지로 잇지 않는 게 좋다고! 나에게 그 친구란 그런 관계였다.

네가 짱이야! 멋져!

모든 관계의 중심은 나에게 있다. 내가 맺기 때문이고, 나는 평생 나인채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동안 애쓰고 배려해왔던 것과 다르게 나는 결국 나쁜 사람이 되겠지만, 나 자신에게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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