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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Aug 29. 2017

나의 사이비 이야기.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이 세상에 있음을 이해한다. 취향 존중 

본의 아니게 몇 달 동안 사이비 종교에 출석을 했었다.

논문을 핑계로 아는 사람을 통해서 와서 의심조차 못 하고 있었다.

망설이다가 다른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니, 그제야 의심스러워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 보곤 사이비 종교임을 알았다.

사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즐거워서 계속 의심하는 것을 미뤄놓고 있었다.


안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할 김에 안 그래도 그 날에 만날 사람(사이비 종교에서 날 담당한 선생님의 지인)이 있어서 한번 가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도망쳐도 될 텐데 한번 봤던 사람이라 그런지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었나 보다.




처음으로 저 사람을 제대로 마주 본 기분.

물론 저것도 나를 속이기 위한 연극이었을 것이고, 진심이 아니었겠지만 괜히 진심 같아 보이는 말이었다.

왜 내 동기 언니는 여기에 넘어갔는가.

왜 나는 넘어갔는가.... 만 보아도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을 힘들게 몰아세우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저 사람도 지금은 그 마음을 이용하여 신도는 뭐든 꼬시고는 있지만 그 전에는 나처럼 힘들어했던 평범한 사람이었겠지.

어쩌면 힘든 것 까지는 아닌 그냥 평범했던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지금은 힘든 것이 평범하거나 평범하게 힘든 세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너는?"

그분은 이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지금까지 서 있지도 못할 정도로 힘들어하고 휘청거리기만 했던 네가 과연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까?


새삼스럽지만 이걸 듣고 이게 사이비고 사기였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 깨달은 것이 있다.

나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나 무언가가 나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살아왔다. 서울에 와서 새로 만나는 사람들은 나의 외로움을 해결해 줄 것이고, 원래 친하던 오랜 친구들은 새로운 사람들과 잘 안 풀리는 속상함을 들어주면서 마음의 짐을 덜어 줄 것이고, 그런 오래되고 좋은 친구들과 비교될 정도로 초라한 나의 모습을 내 부모님은 초라하지 않다고 말해 줄 것이며, 알바를 시작하면 부모님께 염치없이 용돈을 받지 않아도 나의 일상이 풍족해질 것이고, 알바를 그만두면 학점이 좋아질 것이고, 서울에서 지친 마음은 집에 내려오면 없어질 것이라고.  그리고 언젠가 혼자 낯선 곳에서 살게 될 때는 돈을 벌어서 나 말고 다른 반려동물을 책임질 수 있는 여건이 되어서 그때의 외로움과 허무감은 반려동물이 있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그리고 가장 최근까지는 신이라던가 상담사들이 나의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안타깝게도 나 자신이 내 문제를 해결할 의지는 없었다. 자신이 없었다. 의심스러웠다. 

내가?

나를?

"문제를 해결한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는 나를 믿지 못했다. 뭘 하든 믿지 못했다. 잘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못함을 넘어서 무언가를 혼자 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누군가가 해주기를 바라면서 도움의 손길만 뻗었을 뿐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만. 여튼 그렇게 살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선생님인지 뭔지 그때 그분, 이 말을 듣고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나를 믿겠다-는 말만 내가 라틴어같이 낯선 언어로 말해서 못 알아듣는 것 같았다.



참고로 나는 원래 유신론자에요, 선생님.

그런데 신이 나의 삶을 살아줄 수는 없어요,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대신 내가 삶을 살아갈 때 의지를 할 수는 있겠죠. 지치면 조금 쉬어가고.

그쪽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나한테 말해준 것들이 모두 거짓말이었을지 아닐지는 모르겠다만 나는 그쪽이 내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마웠어요. 결론적으론 나 좋은 일만 해준 거겠지만...

그리고 그쪽의 길도 이해는 해요. 세상에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나를 좀 더 믿기로 했습니다.

잘 해낼 것도 없고, 해결하려고 아등바등 만 할 필요도 없이.

그냥 나는 살아갈 수 있다고 믿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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