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여행다운 여수를 갔다.
이번에 여행을 한번 갈까 말까 귀찮으니까 그냥 쉴까 하다가 갑자기 여수에 꽂혔다. 그래서 부랴부랴 갔다 온 여수!
나는 여수에서 태어났고 그 옆의 순천에서 자랐기 때문에 여수란 나에게 그렇게 흥미 있는 도시는 아니었다. 그런데 우연히 친구가 여수를 언급했고, "오"하는 마음가짐으로 여수로 출발했다.
일단 1박 2일의 일정!
1일째 : 기차 타고 여수엑스포역 -> 그림정원 게스트하우스 -> 중식 '산해 반점' -> 종포 쪽의 카페들(이름 모름, 원래는 '여수에서'로 가려고 했음) -> 오동도 -> 돌산대교에서 이사부크루즈 -> 숙소
2일째 : 숙소에서 조식! -> 카페 '나의 여수' -> 빵집 '싱글벙글' -> 게장 식당 '이화 식당' -> 엑스포역
그리고 이동은 버스랑 택시를 적절히 이용했다. 의외로 버스가 잘 되어있다. 그리고 매직넘버 2! 웬만하면 2번 버스로 다 간다. 오동도는 그대의 백만 불짜리 다리를 믿으면 ok.
이 여행을 가기 며칠 전, 여천을 버스로 갔는데 순천에서 몇십 분을 멈춰있더라. 화장실이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그 정도 시간이면 환승하는데도 문제없으니 우린 기차로 순천역에서 환승해서 가기로! 물론 환승시간이 10분일 때는 엄청 쫄렸다.
순천역이 넓지 않아서 가능했다.
첫날은 날씨가 너무나도 좋았다. 일요일이었으나, 이 시간대가 애매해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난리법석을 피며 사진을 찍는 게 가능했다.
사실 사람이 많아도 우리는 그냥 허튼짓을 잘한다. 어차피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이고 그렇게 민폐가 되는 일도 아니니까 아무 생각 없이 멋진 사진들을 위해 바닥을 구를 각오가 되어있다. 나의 신조는 내 일행의 인생 샷은 내가 찍는다!(부작용: 자신의 인생 샷에 대한 감각은 없음)
첫날의 환승시간은 20분에다가 사람이 별로 없어서 느긋하게 여수 엑스포로 가는 기차를 탔다. 순천에서 여수엑스포까지는 30분도 안 걸린다.
안타깝게도 바로 여수 엑스포역에 도착했을 때는 길 찾느라 정신이 없어서 도착 샷이 없다. 우리의 숙소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므로 그냥 걷기로 한다.
크리스탈 제과점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가는 길에 마주한 '크리스탈 제과점'에서 야식거리들을 샀다.
이런 '~~ 제과점 ', '~~ 당'의 이름을 가진 빵집들의 빵을 좋아한다. 뚜레쥬르나 파리바게트보다 거의 천 원 정도 저렴한 데다가, 굉장히 맛있다! 화려한 빵들도 좋지만 기본기가 충실한 빵들을 사랑한다. 예를 들면 식빵이 맛있는 빵집! 기본이 맛있으면 그 어떤 빵이든 맛있기 마련이다!
야식이라고 했지만 일단 쿠키는 먹어본다. 엄청 맛있다! 깔끔하고 담백하지만 계속 생각나고 달달하다. 산산조각이 된 남은 쿠키는 다음날 어머니를 드렸더니 좋아하셨다. 우리 어머니도 우리 할머니도 여수 사람이라서 굉장히 음식을 잘하고 음식에 까다로운데 어머니가 좋아하는 쿠키는 오랜만에 봤다.
나는 카스텔라와 애플파이를 골랐는데, 애플파이는 못 먹었지만(동생 한태 뺏김) 카스텔라는 정말...! 감동이었다. 내가 먹은 카스텔라 중 가장 무난하게 동그랗게 생겼는 제 가장 맛있었다. 커피와도 우유와도 어울릴 그 맛!
숙소 도착!
그림정원 게스트하우스.
1층은 카페와 숙소 그리고 2층부터 4층까지는 숙소로 이뤄진 게스트하우스다. 일단 직원분과 사장님이 굉장히 친절하시고 1층 카페도 방들도 너무 분위기가 좋다. 커피만 마시러 올 수는 있는가? 그건 모르겠다.
연남동의 단골 카페도 1층은 카페고 위부터 게스트하우스던데, 그 카페가 생각났다.
여기서 조식도 먹고, 조식 시간이 아닐 때 무언가를 먹으려면 여기서 먹으면 되나 보다. 우리는 먹고 남은 탕수육을 밤에 숙소 도착해서 여기서 데워먹었다. 전자레인지도 있었고 그릇들도 있었고! 사장님과 다른 일행분들 얘기를 들어보니 꼭 조식 시간 아니래도 커피머신으로 커피도 마실 수 있는 것 같다. 조식이든 간식이든 그릇은 자신이 씻는 시스템.
우리는 3층의 방을 배정받았다. 아늑 그 자체. 화장실은 바깥쪽에 있다. 물론 방 안에 있긴 하지만 그 사이에 문이 하나 더 있다. 나름 센스! 방음이 잘 되는지는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이 조용하셨는지, 늦게 들어오셨는지 사람은 못 마주쳤다. 다만, 계속 휴대폰 진동소리 같은 소리가 들리던데 그게 무엇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침구도 엄청 푹신푹신. 넓진 않았지만, 두 명이 하루 이틀 묵기엔 좋았다. (내 자취방보단 넓은 듯....)
이제 진남관을 지나서 신나게 점심을 먹으러 갔다.
산해 반점
항상 탕수육이 먹고 싶었는데 못 먹었다. 그래서 여수에서 그 한을 풀기로! 그런데 양이 너무 많아서 막상 식당에서는 탕수육 다 못 먹고 포장해갔다.
원래 나는 짬뽕 파인데, 친구가 짬뽕을 시키길래 짜장을 시켰다. 탕수육도 짜장도 정말 맛있었지만....
짬뽕이 너무 맛있었다!
저 많은 해산물들의 양이 보이는가? 국물도 장난 아니었다. 아 나도 짬뽕시킬걸....!
그리고 동네 주민분들은 혼자서 오시기도 했다. 부럽다 나도 집 주변에 혼자 먹을만한 맛있는 중식집이 있으면 항상 맛있게 먹을 자신이 있다.
가고 싶은 카페를 가기 위해서 걷다가 바다를 마주쳤다.
그날 날씨가 너무 좋았다. 다음날부터는 밤부터 비가 오느라 흐렸는데, 첫날에 많은 일정을 넣기에 잘했다. 날씨가 좋아야 바다도 돋보이는 법!
문제는... 가고 싶었던 카페가 너무나도 언덕 위에 있었다....! 오동도를 위하 비축한 체력은 무슨 완벽한 오동도 등산을 위한 좀 격한 워밍업을 강제로 했다. 왠지 지도가 너무나도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느낌이더라.
'여수에서'카페를 지도를 찍어서 종포 쪽에서부터 올라가면 감성적인 카페들이 많이 나온다. 어디서 무엇을 찍어도 인생 샷을 건질 수 있으나 어디서 어디를 가도 전부 사람이 많다는 게 단점이다! 일요일이라서 그랬나? 그리고 카페들이 아기자기해서 좁다. 자리가 없기도 하고 사진을 찍으면 다른 사람도 찍힌다. 성수기에는 피하는 게 좋을 듯? 우리는 '여수에서'는 가지 못하고 근처 더 올라가서 다른 카페를 갔다.
이렇게 사진을 찍어대고, 7시에는 크루즈를 타야 하니까, 빠르게 오동도로 이동하자!
오동도
버스를 타려니 은근히 걸어야 해서 그냥 택시를 불렀다. 가는 길은 동백열차를 타지 않았다. 날씨가 좋기도 하고 걸어갔다.
오동도로 가는 길. 먼 것 같은데 별로 안 멀다. 날씨가 좋으니까 볼거리도 많고(끊임없는 바다와 하늘) 그냥 헤헿하면서 걷다 보면 오동도를 도착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걸어서 올라가기 시작한다.
조금 위험해 보이지만 여기가 사진 스폿이었다. 약간 높아서 바다와 하늘과 나 자신만 나올 수 있다. 물론 깡이 좀 있어야 한다.
찍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시선이다.
이렇게 찍힌다.
여차저차 다시 걸어서 내려오면 음악분수대가 있고, 동백열차를 탈 수 있는 곳이 있다. 자판기에서 표를 구매하자. 동백열차는 15분 간격마다 있는 것 같다.
돌산대교, 이사부크루즈
버스를 타고 가던 중에, 환승을 해야 하는데 두 번째 버스가 너무 안 오는 게 아닌가! (많은 버스들이 기본 20분 배차였다.) 그래서 그냥 바로 택시를 불렀는데, 막상 어디서 내려야 할지 몰라서 급하게 다시 지도를 켜서 근처 보이는 건물 아무거나 이름을 댔다. 죄송합니다.
우린 홈페이지에서 미리 2인과 식사까지 예약했기에, 근처에 밥 먹을만한 곳도 없고, 카페는 문을 안 열었고... 그래서 큰 편의점에서 음료와 약 등등을 시키고 앉아있었다. 주인분의 하모니카를 들으며 멍 때리면 금방 승선시간이다.
7시 출발이지만, 승선은 6시 20분부터이다. 우린 식사를 예약해서 그런지 식사를 미리 하면 된다고 예약한 내 휴대폰 번호로 전화를 주셨다.
식사를 예약했으니 먹어야지! 식사를 예약한 사람만 자리를 잡을 수 있나 보다. 자리를 잡고 싶으면 식사를 시키면 된다. 우린 돈가스를 하나 시켰는데 하나에 15000원..... 친구 말로는 인터넷에서 '엄청 맛있다'는 후기가 있어서 꼭 먹고 싶다고 하는데... 나는 그 후기 못 찾았다.
아, 자제분들과 같이 간 어떤 분이 '아이들이 좋아할 맛'이라고 언급한 건 봤다.
맛은 정말 아이들이 좋아할 맛. 엄청난 토마토스럽고 소스 색에서도 토마토가 자기주장이 강하다. 맛있긴 한데, 굳이 15000원을? 물론 안 먹어본 것보다는 낫겠지만! 이날은 의외로 춥지도 않아서 거의 밖에 있었다. 만약 앉아서 술과 안주를 즐기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비싼 음식 시켜서 앉아있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니면 경험 삼아 저녁시간도 애매한데 여기서 먹어도 좋고.
일단 빨리 밥 먹고 야경이 궁금해서 친구랑 같이 튀어나왔다. 춥긴 한데, 자리 잘 잡으면 바람이 덜 부는 곳에 있을 수 있다. 이사부크루즈는 돌산대교로 돌아오는 왕복 크루즈다. 그런데 밤이기도 하고 예뻐서 그냥 바라보느라 어디가 어딘지는 신경 쓰지 않았고 알 수도 없었다. 후에 여수 출신인 우리 어머니가 여기로 가면 뭐가 있고.... 하면서 설명해줬는데 전혀 알 수 없었답니다.
매우 빨간 저 분위기가 홍콩을 떠오르게 한다.(물론 홍콩 가 본 적 없다.) 지금 보니까 유명한 낭만포차 같다. 나는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술자리를 싫어해서 낭만포차는 제외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친구는 가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뭐, 지나간 일이고. 예쁘지 않나요. 반사되는 모습이 예쁩니다.
이사부 크루즈는 불꽃놀이 다음에 이런저런 공연을 보여준다. 공연은 굉장히... 4,50대 남성분들이나 좋아할 법하다. 요즘 시대에도 거의 비키니인 삼바 옷을 입은 여자분들이 춤추는 모습을 볼 줄은 몰랐다. 어린애들도 많았는데, 크루즈분들은 그런 걸 전혀 고려하지 않으신 듯?
여하튼 불꽃놀이는 굉장했다. 다른 크루즈들은 이사부크루즈에서 쏘는 불꽃을 보고, 우리는 이사부크루즈니까 바로 아래서 본다.
하지만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굉장히 예뻤다. 그러나 잘 안 찍힌다. 친구의 폰 카메라는 깔끔하게 잘 찍혔으나, 불꽃놀이는 주로 동영상이라서 저만 보겠습니다.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다. 굉장히 예쁘다. 이걸 위해 35000원을 썼다. 물론 나는 사진을 못 찍는다.
여기까지 찍고 나서 그만뒀다.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보다 보면 조금 울컥한다. 흩어지는 불꽃처럼 잠깐 화려하다가 사라진 내 인생이 생각나서는 아니고(내 인생이 마치 화려한 것 마냥 얘기했다. 경솔했다.), 그냥 정말 너무 예뻐서. 예뻐서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순수한 아름다움이다!
힘들다. 집에 다시 왔다. 그림정원 게스트하우스는 미리 알아봤던 후기에서 봤듯이, 옥상과 그 옆의 다락방이 너무 예뻤다. 그러나 추워서 오래 있지는 못 했다.
옥상에서 바라보면 다닥다닥한 집들이 예쁘게 보인다. 사진은 안 예쁘지만 예뻤다. 여수 골목을 다닐 때마다 정말 할머니 집을 돌아다닌 기억이 계속 난다. 이제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이 몇 년이 지났고 옛날의 집은 팔렸다. 나는 그 골목들을 평생 잊지 못하겠지.
더 피곤해지기 전에 친구를 설득해서 밑의 1층에서 남은 탕수육을 먹는 데 성공했다. 하하. 요즘 식성이 좋아서, 계속 친구 옆에서 "먹을 거!" 하다가 혼났다.
침구는 정말 푹신했고, 솔직히 이불과 매트리스 어디 거 쓰시냐고 여쭤보고 싶었다. 난 돈이 없지만, 기억해놓았다가 언젠가 돈 벌면 사기 위해!
그렇게 아침이 되어서 배고픈 자는 일어났다.
나는 아침도 잘 먹기 때문에 과일도 샐러드도 치즈도 크림도 잼도 햄도 우유도 시리얼도 주스도 마지막 커피까지 잘 먹었다. 더 먹고 싶었으나 눈치도 보이고, (아무도 눈치 준 적 없다) 친구랑 이런저런 얘기하다 보니까 어느새 조식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조식 뷔페(?)를 찍고 싶었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많아서 못 찍었다. 물론 맛은 좋았다. 역시 시리얼은 맛있다! 빵도 햄도 잼과 치즈의 조합도! 꼭 다시 먹고 싶다.
그림정원 게스트하우스는 가기 전에 사람들의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신다. 우리가 꽤 자리를 잘 잡았는지 예쁜 사진이 나왔다. 한 장밖에 없어서 가져가긴 그렇고, 대신 앨범에 꽂아놓고 다시 찾으러 오겠다고 사장님과 약속했다!
그렇게 하루를 다시 시작했다. 둘째 날은 흐렸다. 밤에 비가 왔다. 전날 바다를 보길 잘했다!
나의 여수
이 곳 또한 나의 친구가 "타마고 산도!!!(계란 샌드위치!!!!)"를 외치며 추천한 곳이다. 다행히 숙소와는 걸어서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아마 주인 분들이 일본에서 직접 공부하신 듯? 군데군데 일본어가 적혀 있었고, 다기들이 자주 못 보던, 유튜브에서나 보던 것들이었다.
위아래로 모닝빵(추정)이 알맞게 구워져 있고, 아마 모닝빵을 합친 크기보다 클 계란 겉에는 와사비 소스가 있다. 깃발을 빼고 빵을 돌려서 먹으면 된다. 일본 계란찜도 계란말이도 그리고 이번 타마고 산도의 계란도 그렇고. 일본인들은 정말 부드럽고 달달한 계란을 좋아하나 보다. 매우 맛있다. 달고 느끼할지도 모르는데, 고추냉이 소스 덕에 엄청난 균형! 와사비 소스는 처음 먹어봤고 처음 봤는데, 약간 양배추를 예쁘게 표현한 소스 같다. 친구가 와사비 소스라고 말 안 했으면 몰랐을 것이다.
내가 시킨 음료는 아이스 말차. 밤 만쥬랑 같이 주셨다. 친구는 아마 스페셜티를 마셨던 것 같은데, 차 종류를 잘 모르는 나도 이해가게 설명을 많이 해 주셨다. 친구의 디저트는 바나나에 홍차 시럽을 뿌린 것! 음료에 어울리는 디저트들도 주신다. 평소에 어떤 음료를 마시는지 여쭤봐 주시고 이것저것 추천도 해 주셨다. 주인 분들이 두 분인데, 이것저것 말도 걸어주시고 일정도 물어봐주셔서 즐거웠다. 얘기를 하다 보니까, 카페 이름이 주인 분들이 여수에서 살다가 부산으로 갔다가 일본에서 공부하다가 다시 돌아와서 '나의 여수'라고 지어졌다고 한다. 순천에서 살다가 창원으로 갔다가 여수나 순천에 가끔 돌아오는 나랑 비슷해서 서로 신기해했다. 돌아갈 곳이 있는 건 좋다. 특히 고향이 내 가게의 뮤즈라면 더욱!
싱글벙글
빵집이다. 앞에서 언급한 크리스탈 제과점과는 다른 종류의 빵들을 판다. 이 빵집 또한 '옛날 빵' 슈크림, 소시지 빵, 샐러드 빵, 크로켓 등. 몇 개 더 있었는데 우리가 산 건 4종류라서 기억이 안 난다.
한 입 먹은 순간 후회했다. 아.... 더 살걸! 하나당 800원밖에 안 해서, 주인분 중 한 분이 "10개사도 8000원이야!" 하셨는데... 그러게요... 더 살 걸 그랬어요. 옛날 빵 맛 그대로!라고 하기엔 너무 맛있다. 하나하나 쫀득하다. 소시지빵과 사라다빵에는 케첩을 발라 주신다(소세지빵은 발라주실지 먼저 물어봐주신다.). 정말 빵의 정석! 둘 다 배가 불렀는데도 돌아가는 기차에서 커피랑 같이 바로 흡입했다. 친구는 녹차, 나는 커피와 함께.
이제 우리 여행의 하이라이트이자 여행의 이유! 게장을 먹으러 가자.
이화식당.
원래는 명동게장을 가려고 했다. 현지인들이 많이 갈 느낌의 이화식당이 더 끌리긴 했으나, 명동식당이 워낙 번화가에 있으니까 찾아가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화식당을 포기할 수가 없어서 한번 길을 알아보니 걸리는 시간은 비슷했다! 의외로 여수는 돌아다니기 나쁜 곳은 아니다. 택시를 타도 거의 기본요금만 걸릴 곳들을 돌아다니다 보니, 마음껏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용기가 생겼다.
이 엄청난 반찬수가 보이는가...! 사실 나는 저 밑반찬들로만으로 이미 밥 한 공기를 끝냈다. 무한리필인데, 처음부터 게장을 너무 많이 주셔서 다 못 먹었다. 친구는 주로 게딱지와 내장, 나는 다리를 공략했다. 이 팀 플레이는 마치 여행 계획을 짤 때, 친구는 볼거리, 나는 먹거리를 상의도 없이 맡은 상황을 떠오르게 한다. 멋지다.
나는 여수 할머니(외할머니)네 게장만 2n년째 먹고 있는데, 할머니네 게장보다 훨씬 덜 짰다. 그래서 밥을 조금만 먹어도 괜찮았다. 게다가 살은 얼마나 통실한지!
+여담인데, 여수는 다 삶이 비슷한가? 이 가게의 냄새는 우리 할머니 댁 냄새와 100000프로 일치했다. 다 같은 방향제를 쓰는가?
+여담 2, 우리 할머니도 한 음식 하신다. 게다가 엄청난 미식가. 자신의 입에 들어온 음식이 너무 자극적이거나 입에 맞지 않으면 그곳이 10만 원의 식당이든 종업원 앞이든 손녀딸 앞이든 뱉고는 욕하신다.
항상 간장만 받아서 먹었는데, 거의 10년 만의 양념게장이다. 와, 오랜만에 먹으니 너무 맛있었다. 약간 매운맛이 완전 내 스타일! 국물 적신 밥과 양념 게장 한 입이면 세상 살만하다. 그 순간만. 그러니까 끊이지 않도록 이 맛난 음식들을 먹어야 한다.
그리고 환승해서 다시 엑스포역으로!
집이다.
집에 도착하니 8시쯤. 비가 오고 있었다. 정말, 전날에 많은 일정을 소화한 건 신의 한수이다. 여수가 이렇게나 많은 것들이 공존하고 있을 줄은! 나에게 익숙한 풍경과 조금 낯설지만 매력 있는 풍경들이 섞여있다. 이래서 젊은 사람들도 자주 가나 보다. 여수! 폴라로이드 사진을 가지러 꼭 다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