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ul Oct 04. 2017

친구 왜 안 만들어?

그게 내 맘대로 되나.

"오 생각해보니까 진짜 실패밖에 없는데"

오랜만에 대학생들의 커뮤니티를 들어가 보니, 신입생이 자신의 인간관계 전혀 만들지 못해서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든다는 내용의 글이 있었다.

그 글이 나와 너무 비슷해서 나도 대학교 이후의 인간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나름대로 열심히 해 보았지만 나를 제외하고 이미 친구를 사귀어버린 모든 사람들. 이미 형성된 관계에서 더 끼워주지 않는듯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충분한 친구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관심을 주지 않는' 모습은 초,중,고, 성인까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글 읽으면서 신입생만 이런 고민을 하는게 아니고(나도 일단 신입생이라기엔 학교에 n년째 다니고 있으니), 노력만으로 안 되는 것도 있다는 게 다시 실감이 났고, 나와 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위안도 받았다.


나는 이불밖은 위험하다고 배웠는데요.(뱅크시 전시)


"왜 친구를 안 만들어? 너의 노력에 따라 달린 거야!"

대학교에는 딱히 친구가 없다는 나의 말에 친구가 많은 그들이 한 말이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노력이란 이런것이다.

쉬는시간에 말도 좀 걸,밥을 같이 먹자고 말해보고,번호를 주고받고 계속 카톡을 하고,친구를 '만들고'.

안타깝게도 진짜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나의 친구를 만들기에는 그것만으로도 역부족이다. 상대방이 같이 합을 맞춰주어야만 관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웃으면서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말을 걸었는데, 뭔가 꺼려하는 느낌을 숨김없이 드러내면서 다른 친구들과 그 자리를 떠버리는 걸 보게 되면 왠만한 사람들은 위축이 되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노력했는데도 친구를 만들지 못한 우리들, 너무 자책하지 말자. 

고등학생때처럼 계속 같은 친구들과 수업을 듣는 소수과거나, 사람이 많은 과이지만 오티때 선배나 아는 동기를 만들어서 그 안의 무리에 소속이 된다. 계속 신경 써 주는 사람이 있다. 말을 걸었는데 그 친구가 정말 잘 받아줬고 다음에도 만나자고 했다.

그들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지내고 있는 순간들은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순간이다.


생일이 아니어도 행복하게 지낼 364일이 있는데(앨리스 전시)

대학친구가 없는 나를 이상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내가 다가가도 밀어낸 사람들보다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아마 친구를 만들지 못하는건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을 거라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겠지. 나도 한때는 그랬었다.


지금이야 "이런 사람도 있는겁니다!"하고 웃고 말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다. 정말 나의 성격이 이상한 걸까? 그 누구도 나를 받아 줄 수 없는걸까? 아니면 내가 그 누구도 받아줄 수 없는 사람인걸까?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자, 어딜가든 '꾸준히 가기'라는 인간관계의 기본조차 지키지 못하고 도망치기 일쑤였다. 그러니 악순환이 반복될 수 밖에 없었다. 고독을 받아들여야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 주위의 사람들은 그 누구도 날 이해하지 못했고, 오히려 남아있는 그들에게 집착하면서 나는 그들을 힘들게 만들뿐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본 도라에몽.  울지말고 차분히 말해봐.

그런 내가 혼자라는 나의 위치를 받아들일 수 있던 계기가 있었다. 믿었던 사람이 알고보니 사이비종교를 위해 나에게 접근했던 것. 오랫동안 깊게 믿어와서 이젠 진리라고 생각했던 하나의 세상이 무너지며 벗겨졌다. 어째선지 후련해졌다. 아 그렇구나 세상은 혼자구나. 완전 혼자인 것 같으면서도 어떤 의미로는 혼자가 아니구나.

나는 내가 지금 혼자임을 인정했다.

남들이 말하는 행복해지기 위한 '대학생활의 친구'라는 조건이 나에게까지 적용되는 건 아님을 알았다. 그러므로 내가 생각하는 조건이 남들에게도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했다.

 간단한 결론.  난 혼자이고 그게 외로울수는 있지만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것.  한 문장이 정리되는데 적어도 1년은 넘게 걸렸다.





받은 편지들.

그래서 나는 좀 더 나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타인으로 인해 생긴 공허함을 또 다른 타인에게 메꾸어 달라고 조르는건 그만하기로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오히려 귀찮았던 적도 있었다.  그러니 이 상황이 언제라도  바뀔수 있고 지나가면 그리 하게 될지도 모른다. 언제 이렇게 시간을 오롯이 나 자신에게만 쓸 수 있겠는가! 물론 외롭지만 외롭기만 하지 않으니까. 마음껏 생각에 빠져보고 마음껏 놀러다녀보고 마음껏 나의 사람들에게 고마워할것이다.

비록 외롭지만 나는 확실히 지금 여기에 있다.


덧붙여 나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사람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란건 내가 나를 가꾸는 것, 비단 외모를 단정하게 꾸미는 것 뿐 아니라, 사람에게 집착하지 않고 나만의 일을 열심히 하는 것, 알바를 시작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꾸준히 나가 것 같다. 여기서 중요한 건 '사람에게 집착하지 않는 것'이.  물론 그게 어려워서 나는 방황했지만.  누군가에게는 쉬웠을수도? 그렇게 나는 오늘도 혼자만의 하루를 시작한다.



집으로 가는 길

나를 완전히 혼자가 아닌 존재로 만들어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나의 사람들에게 고맙다.

매거진의 이전글 저는 생각이 많은 사람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