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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Dec 26. 2019

짜증 나면 무언가를 만드는 버릇.

그래서 이번엔 책갈피 선물을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나의 '짜증'이 만든 오레오 치즈케이크, 귤커피, 아인슈페너.




기분이 나쁜 일이 있으면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버릇이 있다. 지금 이 글을 써서 '만들고'있는 것도 방금 안 좋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분이 안 좋을 때, 이를 위로해주는 나만의 무언가를 만드는 건, 꽤나 좋다. 물론 무언가를 만드는 내내 짜증 나는 일이 생각나기는 하는데, 그래도 무언가를 계속하다 보면 언젠간 진정하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친구들에게 줄 책갈피를 만들었다. 오전에 서류가 떨어졌다는 메일을 받았기 때문이다.

타로카드는 잘 모르지만, 내가 생각하는 그 친구들의 이미지랑 비슷한 (정방향일 때, 좋은 뜻을 가진) 의미를 가진 타로 카드를 간단하게 그림으로 그렸다. 

오랜만에 손그림을 그리니 재밌었다.


이렇게 앞이 아니라 뒤에 적혀져있다. 


"자, 이 중에 네 것이 있어. 타로 의미 나는 잘 모르고, 그냥 내 마음대로 내 안에서 너의 이미지랑 어울리는 타로카드로 그렸어. 맞춰봐! 정답은 날 만나는 날에! 내가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무엇이든 잘 해내는 친구에게는 마법사 (The magician), 한때 법조인이 어울린다는 소리를 늘 들을 정도로 정의롭고 똑 부러지는 친구에게는 정의(Justice), 대학원에 가서 자신의 성장을 위해 항상 외길을 묵묵히 걸어가며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장인정신 친구에게는 운명의 수레바퀴(Wheel of Fortune), 항상 책을 들고 다니며 다양한 지식을 습득해내는 친구에게는 교황(The High Priestess), 지금까지 고생을 해 왔기에 앞으로는 좋은 일만 일어날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은 친구에게는 별(The Star). 



마침 크리스마스이기도 하고, 이 친구들의 공통점이 '독서광'이기에, 기다란 책갈피를 만들었다. 하나는 안쪽에 끼우고 하나는 바깥으로 내놓는 형식으로. 그런데 내가 손재주가 없어서 그림은 나름 맘에 들었는데 코팅부터 리본 만들기까지 굉장히 허접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친구들이 내가 시간을 들여서 자기들을 생각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 바랄 뿐이다.


이렇게 간단한 채색도 했다.

의외로 친구들은 잘 맞추지 못했다. 전부 타로의 이미지가 아니라 "자신과 관련된 그림"을 찾기 바빴다. 예를 들면, 여기 있는 이 고양이가 날 닮았다, 이 아이템이 나를 상징하는 것 같다.... 등등. 다 틀렸다. 중요한 건 의미니까! 그렇기에 타로를 잘 아는 친구 두명만 정확하게 본인 것을 맞췄다. 타로를 잘 알고 있다고 해도, 자기 자신이 타인인 나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알기 힘들기 때문에 아마 생각하는데 고생을 했을 것이다. 


나도 뭐가 뭔지는 알아야하지 않겠니.

그리고 더 의외였던 것은, 선물 포장택 바로 뒤에 정답이 있는데 다들 그건 모르고 다 펼쳐보고 나서야 답을 알더라. 의외로... 친구들은 멍청했다.... 나도 뭐가 뭔지 구분해야 할 것 아니냐... 그렇다고 이름 적기엔 멋이 안 살고. 세뱃돈도 아닌데 말이다. 

참고로 이 중 하나는 내 것이다. 세계(The world). 이번에 이 책갈피를 만들면서 이런 의미의 타로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나는 세계 정복이 꿈이기에 세계를 나에게 주었다. 굳이 내 것까지 포장한 이유는 나에게도 주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다음 날 또 짜증 나는 일이 있어서 그림을 그렸다. 네버 엔딩 짜증 스토리...



잡념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은 지나간다. 괴로운 시간을 대충 보내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겠지. 그러니까 괴로울 때, 나를 위한 '행동'을 정해놓으면 편하다. 시간이 금방 간다. 잡념이 있을 때, 가장 괴로운 건 가지 않는 무거운 시간이니까. 그 시간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무언가를 찾아내자. 이것저것 해보자. 그러면 새로운 '세계'가 우릴 맞이해 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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