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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Feb 13. 2020

행복해, 고마워.

나의 사람들에게 들은 흔한 말, 그러나 듣기 힘든 말.

곧 보게 될 풍경
행복해졌어. 행복해. 고마워"

어디 여행을 갔다가, 그냥 그 친구가 좋아할 만한 자그마한 물건들을 사서 택배로 보내줬다. 간단히 감사인사나 할 줄 알았는데 "행복해"라는 엄청난 말을 들었다. 행복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비싼 선물들이 아니었는데. 아니, 행복하다는 말은 어떤 무게를 갖고 있는 걸까? 그 흔한 '행복'이란 단어를 '행복하다'라는 말로 듣는 것이 너무 신선하고 낯설었다. 흔한 단어인데, 노래 가사나 시 문구에서나 본 것 같다. 사용하는 사람도 거의 처음이다. 심지어 행복하게 해 준 사람이 나라니.

지금 후회 중이다. 나도 행복하다고 말해줄 걸. 네가 행복하다고 나에게 말해줘서 나도 "행복해졌다"라고.

서울엔 하늘이 좁다고 생각했는데, 이날의 풍경은 누구보다 넓은 하늘이었다.
야 역시 넌 대단해, 항상 그랬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면접이 잡혔냐고 물었다. 나는 저번에 망한 면접을 생각하면서 '잡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친구가 사색이 되더니 하는 말이 "아니, 내가 아직 대학생이고 취준을 시작 못 해서 그런데, "

너 지금까지 인적성 보고, 면접 본 거 다, 서류 통과하고 본 거야?
당연하지. 뭐든지 서류가 먼저야.
야, 너 대단하잖아! 준비할 시간도 없었을 텐데.


친구가 대단하다고 말하는 것에는 '그 어렵다는 서류를 붙다니'만 들어있지 않았다. 많은 느낌들을 통틀어서 '역시' 넌 대단하다!라고 말해주는 그에게, 나는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나는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못했기에.


이런 아기자기한 것들이 예뻐 보일 때가 있다.
취준생이지만 소중한 20대이기도 하니까 소중하게 지내자! "

정말 가고 싶던 곳의 면접을 망치고, 우울해서 학교 커뮤니티에 짧게 징징거렸다. 그냥 어디에서든 토해내려고 그랬는데, 의외로 엄청난 위로의 댓글이 달렸다. 그중, 나에게 가장 큰 울림이 된 말이다. 나는 항상 미친 듯이 열심히 살려고 했다. 그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나는 항상 '잘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20대임을 까먹고. 지금 나는, 다시 오지 않을 20대를 살아가고 있다. 나를 구성하는 것은 비단 '취준생'뿐이 아니었다. 

여름이 되면 이제 장미도 핀다.


내 친구여서 고맙다."

내가 할 말이다.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주변에 폐만 끼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의 친구가 되어서 기뻤다. 고맙다는 말까지 듣고. 앞으로도 내가 놓칠만한 말들을 모아야겠다. 나도 누군가에게 해 줘야지. 


어렸을 때는 오글거린다고 할지 몰라도, 이젠 좀 뻔뻔해졌으니까! 당연하지만 잘 안 했던 말들을 해야겠다. 앞으로도 계속 뻔뻔하게, 오글거리는 말을 해야지. 사랑한다 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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