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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Apr 15. 2020

엄마는 내가 안타깝다고 울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며 웃는 나이인데, 하며 울었다.

넌 맛있는 것을 생각 없이 먹으면서 웃을 나이인데. 친구들과 웃고, 실수도 연달아서 하는 해맑아야 할 나이인데. 지금 너는 돈에 긍긍하면서 먹고 싶은 것을 아끼고 실수 하나를 할까 봐 온 몸에 긴장을 하고 있어. 그러면 안 되는 나이인데. 예쁜 나이인데, 그저 웃으며 살아가야 할 나이인데.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지고 있어.”


항상 고생은 젊어서 사서 하는 거라고 얘기해주던 엄마가 속내를 얘기하면서 울었다.

나는 힘들 때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며 잘 놀 나이인데.’를 떠올린다. 


요즘 굉장히 피곤하다. 신체적으로는 괜찮지만, 정신적으로 피곤하다. 무언가 해결되는 것은 없는데 굉장히 빠르게 뭔가가 지나간다. 그 와중에 생각은 많아진다. 

이럴 때 엄마가 말한 ‘맛있는 것을 먹으며 놀 때인데’를 떠올린다. 엄마를 위한다는 핑계로 돈을 아끼지 않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간다. 오늘은 비싼 커피에 디저트까지 시킬 것이다.

언제부터 20대는 고생이 당연한 나이가 되었는가. 

굳이 따지자면 한국에서 고생이 당연하지 않은 나이는 없었다. 10대는 수능 공부에 목숨을 거는 게 당연하고 20대는 취업과 스펙에 목숨을 걸어야 하고 30대 그 이후부터는 말할 것도 없이 다들 힘들어한다. 현재를 고생하면 미래에 편하다고 하는데, 딱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고생을 덜 해야 하지 않을까, 미래는 내 알 바 아니다.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니까.

취준생이기도 하지만 소중한 20대이기도 하니까. 너의 청춘을 갉아먹지 않으면 좋겠다.”


학교 커뮤니티에 졸업 전 취업을 실패했다고 징징거리는 글을 썼는데 달린 댓글이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나에게 이 시기는 취업을 위해 전전긍긍해하면서 고생하고 잠도 못 자는 게 당연한 시기였다. 한 번도 ‘소중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꼭 청춘이라 불리는 20대가 아니어도, 지금 이 시간이 지나갈 것이기 때문에 소중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여겨본 적도 없었다. 나에게 고생은 당연했다. 힘든 게 당연했다. 하지만,


힘든 게 당연한 삶을 살고 싶지 않다.


고생은 적당했으면 좋겠다. 그놈의 젊으면 사서 하는 고생. 안 사고 돈 아껴서 맛있는 거 사 먹고 싶다. 자소서를 위해 노트북에 고개를 처박고 있다가도 가끔 고개를 들어 햇볕을 보며 커피를 마시고 싶다. 공고를 찾아보며 어깨가 무거워지다가도 귀여운 동물 사진을 보면서 다시 어깨를 으쓱하고 싶다. 1000원 더 싼 생필품을 사다가도 만원이 훌쩍 넘는 맛있는 음식을 사 먹고 싶다. 잠을 아끼며 공부하다가도 늦잠을 마구 자고 싶다. 내 나이답게 살고 싶다. 이 시기가 곧 지나갈 것이기에 소중하게 살고 싶다. 

눈초리를 받아도 좋으니 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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