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돌아올 곳은 여기야.
오늘은 추웠어.
나는 서울이 항상 더 춥다는 것을 까먹어. 서울에만 몇 년을 살았는데 말이지. 그래서 급하게 서울에서 다른 사람들과 살기로 했을 때, 얇은 옷밖에 안 들고 왔어. 그래서 추웠어. 날씨는 좋았어. 내가 비참해질 정도로.
갈 곳이 없었어.
몇 년 동안 혼자 살았던 나는 누군가와 같은 방을 쓰는 게 익숙해지지 않았거든. 갈 곳이 없었어. 몇 년 동안 이 거리는 너무나도 바뀌어버려서. 나의 졸업과 동시에 내가 좋아하던 식당, 카페가 없어졌거든. 이젠 예전처럼, 그곳처럼 커피 시켜놓고 눈치 안 보고 쉬고 있을 곳도 없고, 천천히 먹어도 괜찮은 곳이 없어졌어. 낯설지 않은 거리인데 왜 이렇게 낯설었지. 나는 마스크를 낀 사람들 사이에서 잠시 머뭇거렸어. 어딜 가도, 심지어 몇 번 갔던 곳이라도 편하게 있을 수가 없었어. 돌아갈 곳이 없어졌어.
이 시간이 어디로 흐르는지 알 수 없었어.
나는 예전처럼 시험이 끝나고 푹 쉴 수 없어. 집에서 혼자 크게 노래를 틀어놓고 편하게 있을 수 없어. 무엇이 펼쳐질지 모르는 나날들이기 때문이야. 졸업했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고, 자취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지.
돌아갈 곳이 없을 때는 내가 항상 여기 있음을 기억해.
어디든 내가 있는 곳이 네가 있는 곳임을 기억해. 나는 나와 함께 있고, 네가 나와 안 좋게 끝난 사람이라도 씁쓸할 때 내가 전화 한두 시간 정도는 받아줄 수 있음을 기억해. 그게 아니라면 나와 네가 함께 행복했던 추억으로 도망쳐. 도망치든 그만두든, 어디든 네가 돌아갈 곳이 있음을 기억해.
네 옆에 벚꽃이 피었음을 기억해.
너에게 인사를 하는 고양이와 강아지를 위해 고개를 가끔 밑으로 내리는 것을 잊지 마. 이것만으로도 너에게 충분한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마. 그곳은 네가 돌아갈 곳임을 잊지 마. 어디든 어깨를 피고, 허리에 힘을 주고,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고 당당하고 여유롭게, 원래 너의 것인 양 들어가도록 해. 그곳에 내가 있어. 나는 너와 함께함을 잊지 마. 네가 돌아갈 곳은 네가 있는 곳. 네가 만들어 감을 잊지 마.
네가 밥을 먹고, 벚꽃이 져간다는 것을 보고, 고양이에게 무시당해서 머쓱해지고,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눈을 감으면 자연스럽게 내일이 올 때. 그럴 수 있을 때 까진, 그러니까 네가 살아있을 때까지 너는 돌아갈 곳이 항상 있음을 기억해. 네가 있는 곳에 내가 있음을 기억해. 너는 항상 나에게로 돌아가고 나도 항상 너에게로 돌아감을 기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