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ul May 23. 2020

끝나가는 모든 것이 벌써 그립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은 그만 말하고 싶다.

좋아하는 책방이 문을 닫는다.

 물론 온라인으로 활동을 계속하시는 것 같지만, 그 아쉬움을 이루 말할 수 없다. 다 개인의 사정이 있겠지만, 요즘 문을 닫는 그리운 가게들이 많이 보인다. 핫도그 집, 카페, 좋아하던 맛집 등. 어머니가 자영업을 하시는 나로서는 그들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문을 닫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웠고, 아쉬웠고, 손님으로써 내 추억의 장소가 없어지는 듯해서 벌써 그리웠다. 모든 것은 끝이 있고 시작도 있으니까 당연한 거지만. 이렇게 끝날 줄 알았더라면 가까이 사는데 조금 더 자주 찾아갈 것 그랬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후회를 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그럴 줄 몰랐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곤 해도. 그래도. 이렇게 후회를 한다.

서점은 입구부터 어린아이들과 직원분들 혹은 그 아이들의 보호자님들이 함께 떠들썩하게 즐거워하고 있었다. 1년 전의 나라면 아마 갑자기 낯을 가리며 도망쳤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건 이 서점이 내일 문을 닫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1년 전의 내가 아닌 오늘의 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안녕하세요.
가방 내려놓으시고 편하게 보세요~

무슨 책을 읽을까. 여기 있는 모든 책은 이 곳을 닮았다. 제목부터 작가까지 내 눈길을 끄는 책이 너무 많아서 애를 먹었다. 동화책을 살 생각도 하고 있었다. 꽂혀있는 책들은 너무나도 나의 취향이어서, 고를 수가 없었다. 이것도 사고 싶고 저것도 사고 싶다. 최근에 돈이 들어온 일은 있었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나갈 일도 많았기에. 원래 한권만 사려고 했는데 그렇게 두 권을 샀다.

구매한 책 1. 표지 디자인이 바뀐 마당을 나온 암탉

이 책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아마 나중에 따로 이 책과 관련된 글을 적지 않을까 싶은데. 이 책은 영화로도 유명한 마당을 나온 암탉이다. 내가 왜 이 책에 할 말이 많냐면, 일단 첫 번째로는 그 표지가 너무 예쁘게 바뀐 것. 두 번째는 이 책을 내 초등학교 4학년 때 선생님이 읽어주시다가 우셨던 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또한 나중에 혼자 멍때리다가 선생님이 운 구절이 갑자기 생각나서 마음 아프게 갑자기 울었던 기억이 있다.

구매한 책 2. 평일도 인생이니까

버티는 삶을 싫어한다. 지금도 버틴다기보다는 살아가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그러려고 한다. 그런 나에게 '주말만 기다리지 않는 삶을 위해'라는 소제목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그 어떤 선거 유세보다 눈길을 끌었다.

사실, 나는 작가님들의 성함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사실 책 이름도 잘 기억 못 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제목이 맘에 들어서, 띠지의 문구가 맘에 들어서 카페에서 느긋하게 읽을 책으로 골랐다. 그러나 읽다 보니 알았다. 아니, 이 작가님 익숙하다 싶더니 내가 잘 아는 이야기를 쓰던 유명한 작가님이었잖아? 앞으로 좋아하는 카페를 갈 때마다 이 책만 덜렁 들고 갈 생각에 설렌다.

일일 책방지기를 하셨던 허은 작가님. 작가님이 옮기신 동화책 '말의 형태'에서 한 구절을 골라서 캘리그래피를 부탁드렸다. 벌써 아쉽다. 더욱 자주 찾아왔어야 했는데. 내가 충동적으로 지르는 커피값 몇 잔만 아껴도 충분히 책 한 권 정도는 몇 번이고 살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마지막을 맞을 줄 알았더라면 더 잘했을 것들이 너무 많다. 벌써 그립다. 앞으로도 많은 것들이 사라져 갈 것이다. 시간 속으로, 기억 속으로, 과거 속으로. 


그때도 나는 결국 "이럴 줄 알았더라면..."이라고 말하고 있겠지. 그전에 충분히 찾아가서 함께 시간을 누리고 싶다. 나의 모든 추억들이여.


매거진의 이전글 늘어지는 도시는 사랑할 수밖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