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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May 23. 2020

'동네'가게를 좋아합니다.

평일도 힐링시켜주는 그런, 일상같은 곳을 좋아합니다.

오늘은 안 좋은 일들만 있었다. 일이 있어서 멀리 나온 김에 근처 브런치 카페를 찾았다. 가격도 괜찮고 후기도 좋다. 직접 가보니 동네 카페 같은 분위기에 가 맘에 든다. 물론 인테리어는 영락없는 프랜차이즈의 깔끔함이지만, 안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직감했다. 여긴, 동네 카페다. 내가 좋아하는 동네의 가게이다.

 


나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걸고, 까르르 웃으면서 화장실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직원분들, 화장실에 다녀오니 손님들과 "오늘은 두 명이서 일하는 날 아니야?" "아뇨, 오늘은 3명이서 일해요~"라는 대화들. 그래. 맞다. 여긴 동네가게이다.

여행을 가면 무조건 그곳의 '동네'카페나 맛집을 갔다. 낯선 사람이 들어오는 게 낯선 직원분들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나에게 말을 걸곤 하는 그런 곳 말이다. 혹은, 나를 제외한 모두가 서로를 잘 알아서 자기들끼리 즐거운 대화를 하고 나는 배경이 되는 그런 곳을 좋아한다. 대화를 해도 좋고 안 해도 좋고, 그곳이 프랜차이즈여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그냥, 모두가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는 곳을 좋아한다. 그런 곳은 높은 확률로 동네 카페였다. 누군가가 오면 "오늘도 아이스?"같은 말이 자연스러운 공간을 좋아한다.

사실, 난 예전에는 동네가게를 싫어했다. 나만 이방인이 된 듯한 소외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나는 갑작스러운 서울 생활에, 대학 생활에서 많이 움츠러들었다. 그렇기에 나는 못 가진 동네를 가진 그들이 부러웠다.

그러나, 시간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법. 나는 뻔뻔해졌다. 어디든 나 혼자 앉아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았고, 오히려 그 시간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들끼리 까르르 웃는 소리는 기분 좋은 배경음악이 되었다. 옆에서 자기들끼리 싸온 간단한 빵 같은 것을 먹어도, 얻어먹게 되어도 나는 웃으며 그 자리에 함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가끔 나 또한 (특히 카페 같은 경우는 오래 있는 경우가 많아서 미안해서) 마카롱 같은 간단한 군것질거리를 사서 가곤 했다. 그렇게 나 또한 동네 카페의 한 단골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동네 카페의 단골이 되어버렸다, 는 확실한 지표가 있다. 내가 들어오는 모습을 본 직원분이 인사보다 먼저 "오늘도 아이스 라테?"라고 말하기 시작했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단골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한 음료만 시키라는 것은 아니다. 나는 늘 가던 시간대랑 다른 시간대에 갔을 때, "오늘은 특이한 시간대에 오셨네요?"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다른 음료를 시켰다면 "단 거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요?"라던가 새로운 메뉴가 나왔으면 그걸 추천받는다. 이 모든 말은 당신이 단골이기에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오늘도 동네 어디선가 혼자서 멍하니 있는 손님으로써, 배경이 되는 손님으로써 임무를 충실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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