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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Jun 03. 2020

후폭풍에서 살아남기.

다들 폭풍전야만 알려주고 후폭풍의 무서움은 안 알려주더라.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세상은 다양한 일, event들로 이루어져 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도 수없이 많은 일들이 행사처럼 펑펑 터진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들도 있고, 내 의지가 아니면 아예 일어나지 않을 일들도 있다.

보통 일은 아래와 같은 순서로 일어난다.

실행 전 각오 -> 실행 -> 결과 -> 후폭풍

보통 한국사회는 실행 전 각오와 실행을 강조한다. 눈 딱 감고 바로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은 확실히 드물다. 그런 사람들은 존경할 만하고, 배울 점이 분명히 있다. 오죽하면 자기소개서에 항상 '목표를 갖고 도전한 일'을 적으라고 하겠는가. 이 세상 여기저기서 도전하라고, 실행하라고, 열정을 바치라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망설이지 말라고 외치고 있다. 너무 시끄러워서 세뇌되거나 도망칠 것만 같다.


그리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결과를 감당하는 방법을, 후폭풍을 감당하고, 이를 빨리 끝내는 것의 중요성을.


실행 이후의 결과는 내가 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결과가 주는 후폭풍은 내가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이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는지에 따라 다음 실행의 퀄리티가 결정이 되더라.


예를 들면, 지금 내가 이렇다. 나는 실행을 굉장히 잘하는 편이다. 그러나 후폭풍이 굉장히 오래간다. 나도 몰랐는데, 상담 선생님이 얘기해줘서 알았다.

나는 지금 면접을 앞두고 있다. 지금 같은 취업난에 서류 통과를 겨우 해서 면접을 앞두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굉장히 자신감, 자존감이 떨어져 있다. 왜냐면, 작년에 면접을 봤을 때 제대로 한 적이 없고 항상 떨어졌기 때문에 이번에도 떨어질까 봐 무섭다. 그리고 겨우 붙은 서류의 기회를 그렇게 날려버리면 또다시 언제 붙을 줄 모르는 서류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대야 한다.


그렇다. 나는 지금 작년부터 시작된 취업의 후폭풍에 아직 빠져있다. 그래서 후폭풍과 실행 전 각오가 이어져서 서로 연속적으로, 끈적끈적하게 얽혀있다. 둘은 완전 다른 일인데 말이다.

폭풍전야같은 노을
"후폭풍에 대응하는 힘을 길러야 해요."

 선생님께 이 말을 들었을 때, 누가 찬물을 끼얹은 것만 같았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기에.

일을 제대로 마무리 짓는 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나 아무도, 그 일이 중요함을 안 알려주더라. 다들 시도하라고, just do it. try it 하라고, 경험하라고, 실패에서 배우라고.

아니다. 실패는 아프다. 뭔가를 배워도 많이 아프다. 다음 실행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나를 돌보고, 다독이면서 다음 실행을 하기 위해 완벽한 끝맺음을 하는 시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 그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도 존재하겠지. 그러나 나는 아니다. 난, 끝맺음을 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 일과 이 일은 다르다. 그때 실패했다고 비슷한 이번 일도 실패한다는 것은 억측이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다른 일이다.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여러 성공을 해서 자신감을 많이 채울 수 있으면 가장 좋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힘들면 과거의 성공도, 보람도 기억이 안 날 때가 있다. 이게 후폭풍이다. 이게 심해지면 트라우마로 이어진다. 그리고 더 이상 그 무엇도 할 수 없게 된다. 하던 것도 계속 잇기가 힘들다. 그런 사람에게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하라고 채찍질을 해 봤자, 뭔가 나오겠는가?


후폭풍에서 나오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다음 실행을 위해, 그리고 내가 덜 괴롭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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