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심리상담 이야기-(1)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by chul

이번주 어느 평일, 나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심리상담을 마무리했다. 이 글은 상담을 하기 전, 나의 상황을 적을 거고 이 다음 글부터 상담에서 한 이야기를 적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가장 인상깊던 순간들을 그림일기로 간추려서 적으려고 한다. 주제에 따라 어느 매거진으로 갈지가 정해질 것이다. 너무 잡것(?)스러운 소리면 하늘 매거진으로 갈 거고, 좀 더 심오해지면 여기로 오겠지. 솔직히 말하면 이건 하늘 매거진의 속편같은 느낌이다. 고양이가 없을 뿐이다.(고양이가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여)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나는 괜찮아졌다. 아니, 내가 괜찮음을 믿는다.


상담을 좀 더 일찍 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물론, 상담을 했다고 모든 상황이 좋아지고, 갑자기 힘이 막 솟고, 머리가 좋아져서 학점을 잘 받게 되고.....그렇지는 않다. (나를 타켓으로 하던 어떤 사이비 선생님은 자기와 함께하면 모든 괴로움이 다 없어진다고 했다.) 그거 사기다.

사실 끝난지 얼마 안 되서 나도 내 마음이 정리가 잘 되지 않는데..... 일단 까먹기 전에 나의 이야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1.내 상황과 고민

내가 '심리상담'이라는 것을 알게 된 지는 1년도 되지 않았다.

카카오톡에서 그림일기를 연재하시는 '서늘한 여름밤'작가님의 글을 보다가 알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은 무조건 정신과에서 치료하는 줄 알았다. 그리고 약물치료만 존재하는 줄 알았다. 워낙 그 방면으로는 정보가 적었고, 나는 내가 우울증에 걸릴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왜냐면 내가 가장 힘들었던 작년과 재작년에는 어떠한 큰 일이나 엄청 절망적인 비극같은건 없었기에.

KakaoTalk_20180223_155619232.gif 딱히 이정도의 비극은 일어나진 않았다.


그러니까 내가 '이 대학'을 와서, '다른 곳도 아니고 서울'로 혼자 와서, '이 학과'에 와서 갑자기 우울증과 공황장애 현상을 겪게 된 것이 아니다.

오로지 내가 '나'라서 겪게 된 것이다.

물론 내가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친구를 사귀기 힘든 대형과의,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에서 혼자 살게 된 것이 아무 영향이 없었을 리는 없다. 폭발하게 된 원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시기가 앞당겨지든 뒤로 미뤄지든 내가 나라서 난 언제든 우울증을 겪을 수 있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나의 상황은 이러했다.

1.공부하기 싫다.

2.친구가 없다.

3.가족도 없다. so lonely.

결론:살기싫다.

원인과 결론 사이에 하나의 블랙홀이 있는 느낌이 드시는가?

KakaoTalk_20180221_183926879.jpg 으음?

당연하다. 아무리봐도 누구나 겪고있는 문제가 아닌가. 누구나 외롭고 공부(또는 일)하기 싫고 힘들고 가족이 보고싶은건데 왜 나는 살기가 싫어졌는가.

나도 이것으로 많이 힘들었고, 내가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는데 거의 1년 반이 걸렸다.

한가지 사실은 '남들 다 하는 일이란 없다!'

남들 다 하는데 내가 못 한다고 너무 괴로워하지 말자. 자신에게 실망해도 좋고,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겨도 좋다.

다 좋은데 그걸로 너무 괴로워하지만은 말아주라. 남들에게 별 거 아닌 문제로 나는 힘들어서 오늘내일 할 수도 있는거다. 왜냐면 나는 남이 아니다. 인정해도 괴로울 건 괴롭다. 사실 지금도 괴롭다.

이 글은 심리상담을 내가 어떻게 했고, 어떤 내용이었는지 나의 주관적인 생각과 사색(?)등을 의식의 흐름으로 적을 생각이므로 내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 등에 힘들었는지는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도록 한다.(이미 브런치 글에 엄청 적어 놓았다.) 왜냐면 힘든 것을 하나하나 다 이야기하면 나니아 연대기 못지 않은 긴 이야기가 나온다. 상담 내용 중간중간에 내가 무엇으로 힘들어하는지가 또 나올 것이므로.

KakaoTalk_20180221_183926688.jpg 나 좋자고 적는 글이라서 읽는 이들에 대한 배려가 1도 없다. 양해부탁드립니다.

넘어가자!


2.자살

작년의 나는 자연스럽게 죽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신호를 기다리면서 지나가는 차들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아 지금 뛰어들면 죽을 수 있을지도.

근데 실패할 수도 있잖아. 에이 하지 말자.


그리고 높은 빌딩에서 점프하는 상상을 계속 했다.

나는 한때 파일럿, 우주비행사가 꿈이었다. 난다는 것에 동경이 있었다.

오른발로 도약을 하고 두 팔을 벌리며 왼 발을 힘차게 공중에 놓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상상을 해도 내가 떨어지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더라. 늘 높은 곳에서 내가 뛰는 상상을 할 때마다 나는 떨어지는 게 아니라 공중을 향해 도약하듯이

아, 그래

마치 떨어지는 게 아니라 다이빙하듯이.

떨어지는 게 목표가 아니라 나는 듯한 스릴을 느끼는 것이 목표인 듯한 장면만 상상이 되더라.

그때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만 했다. 아 난 죽고싶은게 아니다. 죽고 싶지 않다.


KakaoTalk_20180223_180541655.jpg 딱 이런 상상만 되더라. 사진은 핀터레스트



그리고 우울증으로 인한 누군가의 자살소식을 들을때마다, 그가 살아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학교 커뮤니티 홈페이지에 긴 글도 올려보았다. 난 글 쓰는 재주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무언가를 간추려서 딱! 하고 표현하는 재주가 없다. 이 내용도 원래는 그림일기처럼 그리고 싶었는데 그 순간순간을 압축해서 표현하지 못해서 글로 길게 블라블라블라하고 늘어지듯이 쓰게 된다. 언젠간 그림일기형식으로 그리는게 내 목표이다..... 아 이 이야기는 나중에 상담얘기할때 한번 더 나온다. 뭐 여튼. 거기서도 글을 썼다. 그래서 엄청 긴 글이 나왔다. 퇴고도 안 했다. 그런데 생각외로 많은 수의 공감수를 얻었다. 슬펐다. 나는 힘든 게 맞고, 힘든 사람이 나뿐인건 아니지만. 왜 이리도 많은 사람이 힘들어하고 있는거야. 나의 길고 허접한 이야기따위는 공감이 안 될 정도로 잘 지내는 사람이 많으면 좋을텐데. 나는 그럴 수 없겠지만.


3.자해(라기엔 허접하지만)

소제목들을 자극적이게 적어놔서 좀 민망한데, 내가 한 자해는 손목을 긋는다거나 하는 정도로 심각 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일이 마음대로 안 풀릴때, 예를들면 시험 날짜가 앞당겨지거나 피곤해서 자고싶은데 잠이 안 온다거나 할때 온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그냥 옆에 누군가를 주먹으로 온 힘을 다해 치고싶은데 그러면 경찰에 잡혀간다. 그래서 내 머리를 주먹으로 쳤다. 아주 세게 몇번.

그러면 잠시 현타가 오면서 진정이 된다. 최근에 안 건데, 자해를 하면 무슨 호르몬?이 갑자기 나오면서 마음이 진정이 된다고 한다. 아 이래서 자해를 하는구나 싶었다. 물론 요즘은 안 하려고 한다. 머리에 충격이 갈 때마다 같이 충격을 받을 나의 뇌세포들을 상상해 보았다.

KakaoTalk_20180126_151140242.jpg 안그래도 머리 안 좋다고....미안하다 나 자신.

4.뭐라구요?

종강 후, 잦은 감기로 고생하던 나는 집에 내려와 집 근처 병원을 갔다. 그런데 의사선생님이 갑자기 맥박이 이상하다고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란다.

KakaoTalk_20180122_113023608.jpg 아니 왜 제 맥박에 시비 거시는 거에여

흐음?


그래서 엄마와 같이(라고 적고 엄마에게 끌려가서) 큰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해 보았다. 결과가 썩 좋은 것은 아니지만 썩 나쁜 것도 아니다. 그냥 이렇게 살다 가라. 가 결론이었는데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는데 의사선생님이 갑자기

"아직 젊은데...." 하고 운을 떼서 엄청 식겁했다. 옆에 있는 엄마의 심장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런데 결론은 별 거 아니었다.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나는 그때까지 그냥 아 언제 죽지 어떻게 죽지 이제쯤 죽을까, 하고 있었는데 검사를 하는 동안 갑자기 엄청 두렵더라. 엄청 살고 싶어진 거다. 자살 생각한거 반성할테니까 살려만 달라고 남몰래 빌었다.

KakaoTalk_20180221_183922531.jpg 코쓱

그래서 새삼, 사람들이 자살을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만 해도 갑자기 목숨에 위협을 받으니까 어떻게든 살고 싶어지더라.

하지만 나처럼 갑자기 인생의 전환점에 급 목숨이 위험한 진단을 받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게다가 운이 좋게도 별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런 진단, 충격 등을 받기 전에, 받지 않더라도 그대들이 다시 살고싶어지면 좋겠다. 오지랖이지만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



내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길었다.

심리상담, 우울증 등에 대해서는 '서늘한 여름밤'작가님의 이야기를 통해서 조금 더 잘 알게 되었다.

카톡 친추해서 서밤님의 그림일기나 블로그의 심리상담 후기 등을 보면서 많은 공감을 했고, 심리상담을 받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심리상담을 등록할 때 까지 많은 삽질과 고생이 있었다.

KakaoTalk_20180221_183921019.jpg 생각해보면 내 인생중에 삽질을 하지 않던 적은 없었다.

일단, 학교 상담센터에 연락을 해 보았다.

그때는 학기중이라서 정말 힘들고 죽을 것 같았다. 언제든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자기소개서 같은 무언가를 작성하고 메일을 보냈더니 한참 후에 온 답이 3달 후에나 일정을 잡겠단다.

3달? 3주여도 누군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충분한 시간이다. 그런데 3일도 아니고 3달? 메일을 잘 못 읽었나 싶어서 몇번이나 다시 보았다. 3달이 맞다.

KakaoTalk_20180122_113023194.jpg 그래....여러분의 잘못이 아니에요.....

물론, 이건 학생상담소에 인력을 부족하게 배치한 학교 행정상의 문제일 것이다. 그분들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일단 여기서 내가 도움을 받기는 힘들어 보였다. 종강하고 한참 뒤에야 학생상담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일정을 잡겠다고는 했지만, 나중에 전화해서 취소할 생각이다. 나보다 더 급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뭣보다 타이밍을 놓쳤어.


그리고, 나는 돈이 없다.

KakaoTalk_20180128_210647320.jpg 돈이란 절대자에 거부조차 할 수 없는 나란 백성1

간간히 알바나, 용돈이나 새뱃돈으로(내 돈이 아닌) 모은 돈이 있었지만. 그 돈으로는 방학때 여행을 가고 싶었었다. (엄청 이기적이다.) 그래도 부모님께 이야기해보고 힘들다고 하시면 내가 모은 돈으로 상담을 가고자 했다.

다행이 부모님이 허락해 주셨다!

부모님 세대는 '요즘 젊은이들은 근성이 없어'세대니까, 허락 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허락해 준 것, 상담료를 지불해주시기로 한 것 모두 너무 고마웠다. 하지만 나는 그 고마움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아직도 표현하지 못한다. 보답은 무리니까 감사함이라도 표현하고 싶다. 그것도 잘 안 된다. 사실 어제도 엄마랑 싸웠다. 허허......(머쓱)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어떻게 등록을 해야할지, 어디가 좋을지 몰랐다.

무엇보다 계속 미루고 미루다가 방학이 한달남은 시점에서 시작하려니 ...

'아니 한달동안 많이 들어봐야 5회기나 10회기일텐데 이렇게 들어도 되는건가 중간에 끊겨서 더 애매모호한 상태로 돌아가게 되는 게 아닌가...'

또, 'ㅇㅇ지역 심리상담'을 검색해보니 너무 한 상담소만 계속 나오는 게 아닌가. 너무 자주 광고하고 많이 보이면 오히려 거부감이 들지 않습니까? 저만 그렇나여? 알 수 없는 반항심에 남들 다 보는 유명한 드라마나 유명한 작가의 책을 읽지 않는 그런거 뭐 있잖아요?

KakaoTalk_20180122_113023410.jpg 머리에 남은 건 그 상담소 이름 뿐. 하지만 지금은 기억 못한다.

앞서 언급한, 서늘한 여름밤님의 네이버 블로그에 한번 들어가 보았다.

서밤님의 블로그에는 심리상담 후기들도 있었다. 그 중 많은 회기를 하지 못해도 만족하고 호전된 분도 계셔서, 회기수가 중요한 건 아니라고 용기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블로그 글을 이것저것 보다가, 전국의 괜찮고 남들이 추천하는 심리상담소를 지도에 표시한 게시글을 발견하였다. 다행히 내가 살던 지역과 가까운 곳에 하나가 있었고, 나는 그곳을 가기로 했다.


심리상담을 시작하기 전, 학기중에 엄마한태 심리상담을 받고 싶다고 했다.

'알았다.'

라는 너무도 간결한 답에 자격지심으로 좀 쫄았다. 항상 죽을 것 같다고 죽을 거라고 외치다가 심리상담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딸을 보는 부모님의 마음이 어땠을지는 모른다.

'날 한심하다고 생각할거야, 그래 근데 내가 좀 한심하면 어때.'

그렇게 생각하고, 종강 후 집에 내려와서 거의 일주일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엄마가 예상치도 못한 말을 꺼내더라.

'내가 심리상담소에 전화를 해 봤는데....'

하고 엄마는 운을 떼었다.

잔잔한 충격이었다. 관심도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날 창피해 할 거라고 생각했다. 인터넷에서 ktx예매도 못 해서 직접 역까지 가서 표를 예매하는, 복잡한 것이라고는 전혀 하지도 못하는 엄마는 심리상담소를 어떻게 알아보고 어떻게 전화를 했을까. 그리고 무슨 마음으로 상담선생님과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KakaoTalk_20180221_183922305.jpg 뒹굴거리다가 결정도 못한 나와 다르게 엄마는 부지런했다.


비록 나는 엄마가 전화한 심리상담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상담을 받게 되었지만. 엄마가 나에게 심리상담에 대해 먼저 말을 꺼내던 순간은 어떤 의미로든 나에게 충격이어서 그 때 집 안으로 들어오던 햇빝의 방향, 나와 엄마의 위치 등이 하나의 장면처럼 기억에 남아있다.

그리고 내가 놀랐던 또 하나.

"어머님이 전화하셨더라구요. 당신께서 해야 할 일이 뭐가 있을지 알 수 있다면 알려달라고 하시면서."

두번째 회기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다.

상담내용은 기본적으로는 누출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 엄마도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알 수 없다. 내 입이나 나의 허락 하에 선생님의 입으로 듣지 않는 한.

전화까지 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왠만한 가족들 다 그러겠지만, 자식도 부모도 하나의 사람이기에 마냥 '좋은'부모, '좋은'자식이란 없다. 좋은 기억과 상처가 플러스마이너스가 되지 않듯이, 나 또한 내가 엄마를 보는 시선이 일정치 않았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우리 부모님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주려고 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나는 한달동안 상담을 듣게 되었다.

다음에는 그 이야기를 이어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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