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ul Mar 27. 2017

오랜관계일수록 더욱 힘들다.

관계가 급 희미해질 각오를 하고 약속장소로 갔다 이 친구야


오늘은 처음의 고양이들과는 좀 더 반대되는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늘 약속이 있을때마다 약속시간에 출발하거나(약속장소가 자기 집에서 1시간 걸리는데)

약속 전에 갑자기 전화를 안받거나 카톡을 확인하지 않거나 해서

약속을 잡는 것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인 친구가 있다.

이번주에도 그 친구와의 약속덕에 진짜 귀찮은데도 그 친구 집까지 지하철 타고 갔다가 결국 늘 있던 패턴으로 가길래 화를 좀 냈다.

친구가 있다 인지 '있었다' 인지는 나보고 알아서 하란다. 자기 일이 아닌 양 그렇게 얘기하더라.

기분이 꽤나 씁쓸해져서 그렸던 엽서(물론 고향친구한태 편지를 보낼때 같이 보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건지 나만 그런건지는 모르겠다만, 나에게는 누군가가 나에게 지속적인 잘못을 하고, 내가 그에게 안좋은 말을 하면서 끝나버린 오랜 친구관계가 몇 개 있다.

한두개는 내가 말을 좀 심했나, 싶으면서도 후회는 없다. 나머지는 더 심하게 말을 못해서 아쉬울 뿐!

그런 나에게도 꽤나 섭섭하게 끊어진 친구가 있었다.

10년이나 이 친구가 나에게 아무렇게나 대하고 잘못해도 잘못했다고 안하고.

사과하는게 무서웠단다.

내 생각에는 사과하는게 귀찮았던 것 같다.

나라는 인간관계가 끊어져도 자기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살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나도 (내가 아는 모든 강조의 형용사)(부사) 잘 알고 있었다.

꽤나 특이한 케이스인 애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마 이번에 나와 약속을 잡은 이 친구가 그 아이와 같은 부류였던 듯 하다.

다신 만나고 싶지 않은 인간유형이 이렇게나 숨어있었다니 어이쿠 놀라워라 놀라워.

약속시간에 지난 후에 만나서 일단 밥만먹고 헤어질때 가려는 날 보고 이 친구가 하는 말이 참 재미있었다.


"앞으로의 일은 니가 알아서 하세요....."


나보고 자기와의 연락을 끊을지 아닐지를 정하라는 것이다.


그럼 너의 의사는 없냐?

나는 너와 노는게 재미있긴 하지만 너와 있는 트러블이 나의 잘못이란 걸 알지만 딱히 고치긴 귀찮고 사과하기도 귀찮고 그래도 불러주시면 놀긴 하겠습니다.

라는 말이구나.

그 말을 듣자마자 뒤돌아서 웃음이 나왔다.


그 말이 앞으로의 너와 나를 내가 결정하게 만든 결정적인 한마디 였다.

자신의 인간관계가 불만이면서도 스스로 결정하긴 귀찮으니까 모든걸 남에게 맡기는 녀석에게까지 신경을 써 줄 정도로 나는 짱짱맨이 아니다.

너 대신에 내가 결정해 주는건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다.

나는 너와 약속을 잡지 않기로 결정'해 주었다'.



누군가와 인연을 끊는다고 해서 이 넓은 세상에서 그를 만나지 않을리가.

사람과의 관계는 끊는다고 표현할 수 없다고 본다.같은 세상에 사는 한 우린 이어져 있는 것이다.

볼때마다 지겨우면서도 이제 멀리살아서 반가울 지경인 녀석들

갑작스럽게 멀어지는 것 보다는  서서히 멀어지는게 나중에 우연히 만나게 되더라도 웃으면서 인사할수 있다고 고향친구가 말해줬다.

뭐 다시 만나면 마무리가 어떻든 웃어줄 자신은 있다만. 이것도 쌍방이어야 하니까.


이 일로 '너도 당해봐라'며 마지막에 나쁜 말을 퍼붓지 않았다는 것에서 스스로가 조금은 성장한것 같았지만 여전히 그 순간은 씁쓸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뭘 먹으면 다들 그렇게 크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