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가 급 희미해질 각오를 하고 약속장소로 갔다 이 친구야
오늘은 처음의 고양이들과는 좀 더 반대되는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늘 약속이 있을때마다 약속시간에 출발하거나(약속장소가 자기 집에서 1시간 걸리는데)
약속 전에 갑자기 전화를 안받거나 카톡을 확인하지 않거나 해서
약속을 잡는 것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인 친구가 있다.
이번주에도 그 친구와의 약속덕에 진짜 귀찮은데도 그 친구 집까지 지하철 타고 갔다가 결국 늘 있던 패턴으로 가길래 화를 좀 냈다.
친구가 있다 인지 '있었다' 인지는 나보고 알아서 하란다. 자기 일이 아닌 양 그렇게 얘기하더라.
많은 사람들이 그런건지 나만 그런건지는 모르겠다만, 나에게는 누군가가 나에게 지속적인 잘못을 하고, 내가 그에게 안좋은 말을 하면서 끝나버린 오랜 친구관계가 몇 개 있다.
한두개는 내가 말을 좀 심했나, 싶으면서도 후회는 없다. 나머지는 더 심하게 말을 못해서 아쉬울 뿐!
그런 나에게도 꽤나 섭섭하게 끊어진 친구가 있었다.
10년이나 이 친구가 나에게 아무렇게나 대하고 잘못해도 잘못했다고 안하고.
사과하는게 무서웠단다.
내 생각에는 사과하는게 귀찮았던 것 같다.
나라는 인간관계가 끊어져도 자기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살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나도 (내가 아는 모든 강조의 형용사)(부사) 잘 알고 있었다.
꽤나 특이한 케이스인 애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마 이번에 나와 약속을 잡은 이 친구가 그 아이와 같은 부류였던 듯 하다.
다신 만나고 싶지 않은 인간유형이 이렇게나 숨어있었다니 어이쿠 놀라워라 놀라워.
약속시간에 지난 후에 만나서 일단 밥만먹고 헤어질때 가려는 날 보고 이 친구가 하는 말이 참 재미있었다.
"앞으로의 일은 니가 알아서 하세요....."
나보고 자기와의 연락을 끊을지 아닐지를 정하라는 것이다.
그럼 너의 의사는 없냐?
나는 너와 노는게 재미있긴 하지만 너와 있는 트러블이 나의 잘못이란 걸 알지만 딱히 고치긴 귀찮고 사과하기도 귀찮고 그래도 불러주시면 놀긴 하겠습니다.
라는 말이구나.
그 말을 듣자마자 뒤돌아서 웃음이 나왔다.
그 말이 앞으로의 너와 나를 내가 결정하게 만든 결정적인 한마디 였다.
자신의 인간관계가 불만이면서도 스스로 결정하긴 귀찮으니까 모든걸 남에게 맡기는 녀석에게까지 신경을 써 줄 정도로 나는 짱짱맨이 아니다.
너 대신에 내가 결정해 주는건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다.
나는 너와 약속을 잡지 않기로 결정'해 주었다'.
누군가와 인연을 끊는다고 해서 이 넓은 세상에서 그를 만나지 않을리가.
사람과의 관계는 끊는다고 표현할 수 없다고 본다.같은 세상에 사는 한 우린 이어져 있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멀어지는 것 보다는 서서히 멀어지는게 나중에 우연히 만나게 되더라도 웃으면서 인사할수 있다고 고향친구가 말해줬다.
뭐 다시 만나면 마무리가 어떻든 웃어줄 자신은 있다만. 이것도 쌍방이어야 하니까.
이 일로 '너도 당해봐라'며 마지막에 나쁜 말을 퍼붓지 않았다는 것에서 스스로가 조금은 성장한것 같았지만 여전히 그 순간은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