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기꺼이 못한 사람이 되세요.

현문우답 첫 번째, Q: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죠?

by chul
자기 생일 케이크를 for we 라고 당당하게 주문한 바보를 보십시오.


Q: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죠?
A: 기꺼이 일단 못한 사람이 되어보세요.


현문우답이라는 매거진을 새로 들고 왔습니다. 예전에 세바시와 밑미 프로젝트에서, 치어리더님들이 주시는 질문 카드에 답을 하는 활동을 해 봤어요. 취업준비에 찌들어있던 제게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환기시킬 수 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활동은 끝났지만 저는 이어서 하고 싶고, 또 브런치에서 조금 더 친근하게 글을 써보고 싶어서 새로 시작해봤어요.

네, 또 일을 새로 벌렸네요.


쉿. 나의 작은 구독자.

평소에도 자주 듣지만, 올해 들어서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렇네요, 저는 학부생 때부터 기계과면서 UX 디자인 수업과 프로젝트를 했고, 도면 한 장 들고 전문가분들께 부탁도 드려봤으며, 인턴은 엔지니어인주제에 지금 서비스 기획 쪽에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새로운 매거진도 있고, 그 외 다른 콘텐츠 들고 생각 중이고요, 새벽 헬스도 시작했어요.



제가 감히 도전할 수 있는 이유는, 기꺼이 못해봤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가 특히, 잘난 사람보다 못난 사람이 더 돋보이잖아요. 저 또한 교복을 입었을 때는 꽤 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림도 곧잘 그렸고, 성적도 나름 괜찮았고, 칭찬도 많이 들었죠. 그런데 대학교에 와서 100점 만점의 전공 시험을 9점을 받았습니다. 안타깝게도 놀지 않고 밤새 공부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요령이 없었고, 그럴 수밖에 없던 방향이었어요. 어찌 되었든 저는 당황하고 방황했습니다. 못 한 사람이 된 것이 거의 처음이었거든요.


저는 달리기를 하더라도 꼴찌로 들어오면 울었던 아이였습니다. 그런 20살의 제가 느꼈던 굴욕감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저는 굉장히 못 했습니다. 못 한 사람으로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프로토타입 발표 때 모델이 부서지고, 인턴 중 실습 점수 꼴찌로 떨어지고, 2년이 다 되어가도록 정규직 취직을 못 했고, 심지어 지금 매니저 일을 하던 초반에도 엄청난 실수도 저질렀죠. 못하고 서투른 상태를 겪다 보니, 여전히 민망하고 얼굴이 붉어지지만 예전만큼 죽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못 했다고 죽지도 않고, 재수 없게 아침은 계속되고 해는 동쪽에서 또 뜨고.

젠장!

그래서 저는 이것저것을 도전했습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의 그 당연히 서투를 수밖에 없고 못할 수밖에 없는, 그 상황과 상태가 익숙해졌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여기까지 왔네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결국 취직 아직 못했네요’, ‘하나 꾸준히 하지 못하니까 늘 포트폴리오가 그 모양이죠’라는 말을 듣곤 하는데, 사실이라서 딱히 큰 타격도 없습니다. 제게 내일 해가 동쪽에서 뜬다는 사실과 같거든요. 저는 기꺼이 못 하고 안 좋은 상황의 사람이 되니까요. 그래도 오해받는 글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취직을 열심히 준비 중이랍니다. 한 사람 몫은 올해 할 수 있도록!



우리가 살면서 어떻게 잘할 수만 있을까요? 다들 인생은 곡선이라고 표현하면서, 항상 상승곡선이기만을 바라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그런데 변곡점은 급하게 내려갈 수도 있고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방향은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우리는 얼마나 앞으로 더 못할까요?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잘할 수 있고, 그 상승 곡선이 왔을 때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저는 기꺼이 못한 사람이 되어서, 할 수 있는 일을 도전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