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나 의무같이 중대한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왜 난 쉬는것도 제대로 못 하는거지! 충분히 쉴 시간이 있는데도...!"
느긋했던 시간은 지나갔다.
이제 해야할 크고 작은 일들이 있다.
내 의도,잘못도 아닌데 귀찮음을 감당해야 하는 일들도 산더미다.
아니, 좀 귀찮을 뿐이지 그렇게 큰 일들이 있는것도, 작은일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아니다. 지금 빈둥거리는 것이 그 증거!
그런데 그게 뭐라고. 한다는 것,바쁘다는 게 뭐라고 이렇게나 두렵고,생각만 해도 힘들까.
차근차근 하면 될 일인데 왜 이리 부담스럽고 도망치고 싶을까. 일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일정들 뿐인데.
작년이 너무 괴로웠다.
계속 해야 할 일들이 터지고, 그것도 그냥 과제나 시험이나 약속 등 못해서 크게 문제될 일은 아니었는데 난 지구를 구하지 못한것 마냥 부담스러워하고 힘들어했다.
나에게 '바쁨'은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바빠서 트라우마가 된 게 아니라 그 때 나의 마음이 힘들었기에 바쁜 것이 트라우마까지 되었던 것. 생각만 해도 온 몸이 굳고 잠도 설칠 정도로 말이다. 그러다 보니 쉬는 것도 부담이었다. 쉬어야 하는데,쉬어야 하는데....쉬는 게 뭔데?
Do. 무엇을 한다. 이 동사 자체가 나에겐 너무 큰 부담이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할 수 있을까를 되뇌이는 나의 모습을 보면 내가 과연 상담을 받은 사람인지 의심스럽다. 예전이랑 다를게 뭐가 있나.
의무도 임무도 파견된 특사도 아닌데 고작 세탁소에 가고,교재를 환불하고,아침에 일어나는 게 두렵고 불안해서 난 잠을 설치고 있다.
대체 그게 뭐라고?그리고 그렇게 살지 않게 되는게 내 상담 목표였다.
아니 근데 잘 안 되면 어떤가. 안 되는게 두려운걸까? 아니면 사소한 거 하나라도 잘 하고 싶은 욕심이 내 목을 조르고 있을까?
아 많은 일들이 번거롭구나. 바쁜건 너무 오랜만이고,바쁠 때 좋은 기억이 없어서 내가 이렇나보다.
바빠도 되고,한가해도 되고,정신없어도 되고,느긋하게 쉬어도 된다.
바쁠때 화를 내고 한가해서 쉴때 불안해 하지 않도록 노력하자. 지금 보기엔 그대로 인것 같아도,분명 바뀔꺼니까. 바꾸고 싶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