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ul Mar 25. 2018

사람과 멀어진다는 것.

누군가가 답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몇년 동안 참았던 서운했던 점을 친구에게 말했다.

아니 이건 틀린 말이다. 나는 서운한 것이 있으면 많은 고민 끝에 한번은 말하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최대한 정중하게. 왜냐면 보통 정말 나를 싫어하는 친구가 아닌 이상은 의도치 않게 나를 괴롭힌 거니까. 본인도 모르는 무언가가 있던 거니까. 


몇년 동안 참았던 것은 서운했던 점이 아니라, 화다. 화를 냈다.

그리고 잘 지내라고 했다.


언젠가부터 주변 사람들을 예측하고 설계하는 것은 그만두기로 했었다.

물론 나도 사람이니까 기대는 하고, 섭섭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관계에 있어서 나는 내 몫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나머지는 상대방의 일이라고.


나에게 '누군가와 인연을 끊는다'는 것은 선뜻 다가오는 이야기는 아니다.


솔직히 사람인데 살아있으면 어떻게든 만난단 말입니다? 알바를 하면 더 잘 만난다고요. 맘에 안 든다고 갑자기 친한 친구를 차단해 버리는 것은 나로써는 이해할 수가 없는 행동이었다.

그래서 언젠가 보더라도 웃으며 인사나 할 수 있도록 천천히 멀어지거나, 적어도 나는 찔리지 않게 그 친구 때문에 힘들었던 점을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싸움을 거는 건 아니지만 친구에게 너의 이런점이 힘들었다 그동안, 이렇게 말하면 나머지는 그 친구들의 선택에 달렸다. 

그걸 반성하고 나와 다시 연락하거나 아니면 도망가거나. '도망'이라는 단어가 제일 알맞다. 왜냐면 내가 이렇게 이야기를 했을때, 반박한 친구는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내가 지금까지 운이 좋아서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만큼 내가 '진짜 잘못한 일'이 아니면 그렇게까지 화가 나지 않는 바보라서 그런것일수도 있다. 나의 이런 점은  쓸데없이 당당하게 내 말이 맞다는 자신감으로 화를 낼 수 있게 해 주었다.


애초에 화가 잘 안 나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런데 모르겠다. 이 친구가 나에게 연락을 끊자는 거냐고 물었을 때

나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나는 여기까지라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라고.

나는 지나가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네 곁에 없어도 큰일이 날 정도로 가치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지금까지 즐거웠던 기억도, 지금 상처를 받고도 있는 너와 나는 서로에게 그 정도의 의미라고. 너의 학창시절에 내가 있다면 나는 그 정도의 의미면 된다고.

그러니까 너도 내 눈치를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설계하는 것은 그만둬. 너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 나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어. 내가 할 일은 여기까지다. 나머지는 너에게 맡긴 것이다. 나도 내 자신이 어떻게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데, 네가 어떻게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를 맞출 수 있겠는가. 나는 더 이상 너랑 할 얘기가 없다는 말을 했고, 너도 할 말이 없으면 억지로 나랑 이야기를 이을 필요는 없다. 나라는 사람이 지나가는 것이 그렇게 큰 일은 아니다. 그게 그렇게 크게 느껴질 정도로 내가 너에게 중요한 사람이었다면 그건 그거대로 꽤 고맙다.


친구가 연인도 아니고, 이제 친구 아님! 이제 친구임! 이렇게 할 수도 없다.

지금 이게 이도저도 아닌 관계라면 우린 그 정도의 관계인 것이다. 이런 관계도 있는 거다. 


하지만 이게 결국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인연끊기'행동이 아닌가. 나는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까? 몇년동안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었으니까, 라는 말로 위안이 되는 걸까. 관계가 멀어지는 것에 규칙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와 멀어지는 과정에 정답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정답은 없고 앞으로 내가 그 정답을 알 일도 없다는 것을 잘 안다. 

하늘이 맑다. 시리도록 맑다.

입 안이 쓰다. 얼음을 마구 입 안에 넣은 것처럼 시리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언갈 한다는 두려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