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2년동안 내 계정에서 축척된 알고리즘들로 인해서 여러 채용 공고들이 올라오고 있다. 보고 싶지 않아도 유튜브에서부터 그냥 구글 알고리즘인가 무언가까지. 지금 삼성전자 올라오고 엘지도 올라오고… 주변 친구들이 가고 나는 떨어졌던 여러 기업들이 올라오고 있다. 아직 취업 준비를 하지 않은 친구들의 환상(연봉과 커리어와 스펙과 동떨어진 상향지원뿐 아니라 면접과 자소서에 대한 잘못된 인사이트까지. 하지만 그들이 곧 겪게될)을 들으면서 그냥 웃고 마는 요즘이다.
나는 감사하게도 갑작스럽게 합격을 몇군데에서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고 거절도 하면서 이런 일도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거절만 당했던 내가 거절을 하는 상황을 보면서, 정말 맞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고, 취준생이 절대적인 을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솔직히 지금 일을 하면서도 재택인지라 그냥 자기소개서 쓰던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실감이 안 났다. 그러다가 최근에 여러 결정을 내리고, 룸메 자리로 떨어진 인적성과 토익 문제집을 버리면서, 정리하면서 깨달았다.
나 취준 끝났구나.
이젠 주니어고 시니어로 성장해야하는구나.
그리고 아는 분이 해주셨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다신 없을 신입 취업준비 기간이에요. 이젠 다신 없을 것이다. 생신입이 아니기 때문이다.
취업준비기간이 길어지면, 무력해진다. 내가 선택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어보인다. 실제로 꽤 적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보인다. 채용공고는 자기들 맘대로고, 열심히 해도 자소서나 면접은 떨어진다. 인적성은 또 무엇인지 모르겠다. 나빼고 다 취업한다. 그들이 내는 취업턱으로 밥을 얻어먹으면서 입안이 씁쓸하다.
거의 2년동안 생고생한 ‘과거’취준생으로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지원만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하고 싶은 곳에만 넣을지, 다 넣을지, 면접은 어떤 우선순위를 둘 지, 시험은 치러 갈 것인지 안 갈 것인지. 이것들이 전부 나만이 선택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그리고 얼마나 중요한지는…굳이 내가 부족한 글솜씨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모두 알 것이다. 그냥 할 수 있는거나 열심히 할 수 밖에.
여러 선택을 할 때, 연봉이 아니라 시작과 방향만을 따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본능이 일깨워주었다. 하지만 겁나 떨린다. 맨날 불안하다. 실수는 왜 이렇게 많이 하는지 연구 대상이다. 전공 살린 것도 아니라 맨날 배워야한다. 그 와중에 너무 말을 못해서 ‘일 잘하는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같은 책 읽고 있다. 내가 이래서 면접에 그렇게 많이 떨어졌구만. 무언가를 클릭할때마다 자소서 제출보다 더 떨리는 게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클릭해놓고 실수를 발견하고 육성으로 이런 젠장!을 외친다. 기분전환으로 카페에서 일을 하면 개강시즌이라 대학생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는 정원을 발견하곤 한다.
빈말로도 순탄하다고 표현할 수 없는 시간을 거쳐온 주제에, 이제 취업 준비를 걱정하는 후배나 동기들을 보며 다 괜찮다고 말하는 내가 개구리다. 올챙이 시절 모르는 개구리. 그들은 아마 나처럼 되고싶진 않겠지. 거의 2년은 고생했으니. 그러든가말든가.
친구의 부탁으로 합격한 자소서들과 인적성 팁들을 정리하던 중에,(면접은 워낙 많이 떨어져서 할 말이 없는데 확실한 것은 자신감이다.) 진짜 할 수 있는 거 다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과가 어떻더라도 아쉽지 않았던 거겠지. 속상할때는 많았지만.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일에 몰두하고 집중할 수 있었다. 과거의 내가 해야 하던 일들에 몰두했기 때문에.
입시 졸업 취업 …20대에 해야 할 것들을 어떻게든 해내고 보니 이제 진짜 어떻게 될 지 상상이 안된다. 가이드나 퀘스트가 없는 것이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한 한국사회…짜증난다. 왜 짜증나냐면 내가 모자란 사람이라서. 시간 좀 줘. 같이 가자 얘들아. 앞으로 얼마나 더 엉망진창 얼렁뚱땅으로 살아갈지 가늠이 안 된다. 늘 그랬듯이 시간이 걸려도 어떻게든 살아가길. 결국 누군가는 자신의 길을 찾아 갈 것임을 내 자신이 증명하면서. 평범한 직장인처럼 월요일을 두려워하며 이 글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