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보는 취준 생활 - 면접+ 아이패드 배경

잘하는 사람 말고 못 했던 사람 이야기 괜찮으신 분들만 읽어주세요:)

by chul

장기 취준생을 지내고 있거나 그냥 취준생이거나 곧 취업준비를 할 사람들을 위해 조그맣게 글을 쓰려고 아이패드를 켰다. 이 비슷한 글을 예전에도 쓴 바가 있는데, 아래의 링크 글이다.

https://brunch.co.kr/@ruddb1155/632


그렇다. 나는 남들이 말하는 ‘실패’, 혹은 ‘가능한 저렇게 되고 싶지 않음’을 쓰는 작가다. 작가라고 말하기도 양심에 찔리는데 브런치에서는 다들 작가님이라는 호칭을 쓰니까 나도 그렇게 스스로를 말해본다. 대학생 때는 대학 초반에 적응하지 못해서 우울증 및 여러 병원과 심리상담을 다닌 이야기를 하였고, 취준생 때는 아싸가 되어버린 대학생활,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이야기를 해 보았다. 그리고 지금은 칼 취업을 하지 못한 누군가를 위해 취준 생활이 길었던 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내가 그 긴 터널을 어떻게 대충 살아와서 지금은 어찌어찌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 되었는지.

잘 살 진 못했다. 당연히. 나는 졸업 전에 정말 가고 싶던 회사의 최종면접에서 떨어졌다. 당시 졸업 프로젝트 1등, 기술 특허 출원 대표라는 기계공학과의 좋은 스펙을 갖고 있었기에 (물론 이 전공은 여학생은 취업하기 난이도가 헬이다) 대기업이 아닌 중견 정도는 바로 붙을 줄 알았다. 욕심이 적었기 때문에. 당연히 흔한 오픽도 없었다. 대기업은 꿈도 못 꿔서 4학년 때 도전도 하지 않았다.


나의 취준을 3 단어로 줄이라면

면접

보상심리

건강관리 시작


오늘은 면접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남들은 서류 합격이 어렵다는데 나는 기계설계 - 연구 - ux - 기획 이렇게 지원직무가 바뀌는 동안 서류는 50%는 붙었다. (그중 경쟁률이 100대 1이던 서류도 있었다.) 이름만 들으면 아는 대기업 대부분 인적성까지 쉽게 뚫고 모두 면접에서 패배했다.

패배했다.

그 단어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다. 남들의 위로인 ‘그 회사랑 네가 안 맞는 거야’라는 말도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그 누구와도 맞지 않다는 패배감만 몰려왔다. 나중에 내가 최종으로 붙은 3곳의 면접과 특징을 생각하면 그 인사과 사람들의 안목이 맞았고, ‘안 맞다’는 말이 맞았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납득이 안 되었다.

그때의 내 상황은 ‘유일하게 떨어진 인턴’으로 스스로를 규정짓고 있었다. 모두들 나더러 그 회사는 잊으라고 했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들도 내 상황이었으면 그럴 수 없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많은 패배감 중에 최고였다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모두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확신했다. 이런 상태로 면접에 들어갔으니 당연히 모두 떨어졌다. 면접을 보는 내내 그들의 눈치를 계속 보고 답을 맞히려고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 때문에 떨어진 것은 아니다. 수많은 면접 중, 내가 붙은 면접들은 보통 ‘과거 경험’에 기반하거나 ‘인성’적인 것들을 묻는 경우였다. ‘직무 지식’이나 회사와 관련된 깊은 상식을 묻는 경우에는 내 준비가 철저하지 못해 떨어졌다. 내 나름대로는 준비를 해갔지만 막상 질문을 받으면 머리가 엉켜서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하거나 헛소리를 하곤 했다.

두 번째는 너무 빙빙 돌려 말하는 내 말투였다. 지금 회사를 다니며 뼈저리게 알았는데 내가 너무 서론이 길었다. 나름의 예의 차림이었지만 면접이나 회사 소통에서는 빨리 결론을 이야기해야 했다. 글로는 그게 잘 되는데 어른들과 이야기하면 잘 안 되었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이런 것들을 고치거나 잘 반영한 면접도 굉장히 의외로 떨어지기도 했다. 특히 L이라는 회사, H자동차 계열사부터 본사까지 각각 거의 5번의 면접을 보았는데(간 것도 용하다 정말) 그 5번 모두 잘 봤다고 생각했는데도 떨어졌다. 반대로 붙은 면접들은 망한 것 같다, 안 뽑을 것 같다, 라는 생각도 하고 ‘논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까지 받았었는데 붙었다. 그 면접들은 지금 생각해도 가장 ‘나다운’ 면접이었다.


최종 합격한 회사 중, 가장 컸고 심지어 경력직들과 함께 본 면접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면접관님 : 각자 이메일을 적어주셨는데 이메일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그때 아차, 했다. 예전에 아는 분이 이메일, 적어도 지메일은 사람들이 기억하기 쉬운 주소로 만들어놓으라고 했었는데 무시했다! 나름의 의미가 있어야 관계된 사람들이 기억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초등학생 때 만들어놓은 주소였다.


지원자 1님 : 저는 여행을 좋아해서, 세계와 삶을 여행하자는 의미로 여행이라는 단어와,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숫자를 적어서 제 포부를 표현했습니다.
지원자 2님 : 대충 비슷한 느낌의 멋진 이메일 비하인드 스토리


재수 없게도 내가 마지막 질문이었고, 나 혼자만 신입이었다. 솔직해질 수밖에 없었다.


면접관님 : 그럼 철경 지원자님은?
나 : 면접관님, 정말 민망하게도 저는 의미가 없습니다.


면접관님 : 그래도, 아무 타이핑이나 하진 않으셨잖아요?
나: 네, 저는 당시에 A시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b시로 이사를 했습니다. a시가 너무 그리운 나머지 그 지명을 한국 타이핑으로 적었고 뒤의 네 자리 숫자는 제 생일입니다만, 당시 그 길이가 짧다고 더 길게 하라고 하여서 12를 붙인 것뿐입니다.

다음 주에 오퍼 메일이 왔다.

물론 이 문답만으로 내 면접 합격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다른 모든 것들이 작용되어서 합격을 했을 것이다. 결국 나에게 좋은 인상을 받게 되면 저딴(?) 대답을 해도 결국 붙기는 붙었다. 하지만 ‘나다움’을 면접에서 보여주려면 많은 우연이 겹쳐야 한다.

1. 나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내 상황과 면접 질문

2. 그 나다움을 마음에 들어 하는 회사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나다움’이 나쁘지 않고 괜찮다는 진지한 믿음이다.

나는 그 ‘나다움’을 싫어했다. 내가 유난하고, 미움받기 쉬워서 인턴에서 혼자 떨어졌다고 생각했으니까. 나에 대한 의심이 오래 있었으니, 당연히 누구보다 불합격에 더 큰 충격과 후유증을 겪었을 것이다. 나에게 ‘나다움’은 뻔뻔함이었다. 굳이 포장하지 않고 서론을 하지 않았을 때, 면접관에게 죄송하지만 꽤 솔직했을 때 붙었다.

어떤 인상을 줄 것인가, 이건 대기업 인성검사와 ai면접을 할 때는 잘 통했다. 도전 열정 팀워크 순서대로 강조해야지. 이렇게 하면 대부분 인성검사는 붙었다.(적성검사는… 내가 공부를 열심히 했다.)

면접은 아니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냥 나를 잘 아는 수밖에 없었고 그런 나를 강조해야만 했다. 그럼 그런 나를 필요로 하는 회사가 뽑을 뿐이었다. 모든 회사의 면접에 다 붙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의 회사가 좋아하는 인재상에 아주 잘 맞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근데 나는 그게 아니었다. 그러니 그냥 계속 도전할 수밖에 없었고.


올해 초에 2개의 회사에 졸업 전부터 원했던 UX 기획 직무로 붙었다. 최종적으로는 당시 프리랜서로 일하던 플랫폼에서 서비스 기획 및 운영 매니저로 정규직으로 일하게 되었다. 신입 한 달 차라고 하기에는 미리 일에 조금씩 투입되던 덕에 일다운 일을 바로 하고 있다. 다들 나의 이런 여정을 보며 ‘전공은 필요 없었네’ ‘경영 직무를 갔으면 고생 안 하고 붙었을 텐데’ 같은 말을 한다. 2년이라는 시간에 대한 그들의 안 부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기계공학으로 나는 개발과 기획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 모든 여정이 나의 여정이라고, 내 삶이라고 진심으로 믿는다.


다음 글은 멘탈 관리 관련한 보상심리와 건강관리에 대해서 적어보겠다!

아이패드 배경을 그렸으니 상업적 이용만 아니면 자유롭게 쓰셔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