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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놓아버리는 습관이 있는 사람

그 습관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그 사람의 발버둥 기록

by chul

무슨 일이 있어도 나만을 놓지 않겠다고 결심한 순간들이 있었다. 항상 이런 순간들은 갑자기 떠오른다. 어떨때 떠오르냐면, 적다보니 좀 억울하고 짜증이 나는데. 지금 떠오른다. 그래 젠장, 지금처럼 이미 많은 것을 놓아버리고 수습조차 안 될 때 떠오른단 말이다. 점점 나를 놓기 시작하는 순간에 떠오르지 않는다. 모든것이 휩쓸려져간 후 내가 할 수 있는건 수습이 되지 않으므로 그저 다시 덤덤한 척(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손발을 브레이킹하며) 가면을 쓰고 해야 할 일들을 무던히 하는 것 뿐이다.


회사에서 수습을 한 지 한달 조금 넘은 지금, 너무나도 못하고 있다. 그런 나의 모습에 사수님과 단둘이 있을때 이런 하소연을 잠깐 하고 말았다.

저, 사실 안 맞는 걸까요. 저는 왜이렇게 더딜까요.

이 말을 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다. 이미 이 말을 할 때 나는 운동이며 아침 루틴이며 지출 계획이며 모든 걸 놓고 있었고, 엉망이 된 일상이 일을 열심히 한 증거라며 더 망치고 있었다. 이런 나의 상태와 상황을 뜬금없이 회사에서 들켰을뿐더라 안 맞다는 말을 하는 신입사원은 내가 유일할것이다. 난 이전 회사에서도 오히려 신기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마음속 약함을 내비친 적이 없었기에, 더욱 자책의 구렁텅이게 빠지고 있다.


어쨌든 이런 모습을 보였으니(개인적으로는 일 실수한 것보다 더 큰 실수라 생각한다.) 그만두고 다른 곳에서 다시 시작할지 고민도 하였다. 그 모든게 상황이 안 풀리면 그냥 리셋시키고 놓아버리는 건 나의 징그러운 습관이다.


갑자기 일을 다시 구해야했을때, 100일만 챌린지를 했었다. 100일동안 일상을 꾸미고 스스로를 믿기로 했다. 계속 무너져서 계속 다시 하고 다시하고...그랬더니 요 며칠 그냥 다 놓아버린 나를 보았다. 쓰는 언어마저도 과격해졌다. 머릿속에서 쓰는 언어들은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장소불문하고 튀어나왔고, 원래 회사에서는 어떤 마음이든 티가 안 났던 나는 이제 팀원들이 가장 잘 파악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지금부터라도 다시 하나씩 증축하면 괜찮을까? 자신이 없었다. 나를 놓는건 정말 편했다. 습관이 되어버렸고 다시 리셋할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이었다. 다시 시작하는데는 자신이 있었지만, 이제 내게는 유지와 버팀이라는 큰 과제가 남아있었다. 여기서부터 시작해도 될까.


예약대기 신청좌석이 배정되었습니다.


연휴가 있다보니 ktx좌석이 매진이 되었다. 나는 항상 웨이팅, 날씨, 구매운이 남들보다 탁월(?)했기 때문에 혹시나 하고 예약대기를 신청하였다. 그냥 아무거나 걸리라는 심정으로 5개 다른 시간대별로 넣었더니 전부 다 좌석이 나왔다.


sold out


마음에 드는 컵을 고민하다가 구매했다. 구매 완료 직후, 품절이 되었다.


나 웨이팅 운이 진짜 안좋아서 항상 어딜가나 기다리거든. 그런데 너랑 가면 날씨도 맨날 좋고 기다린 적이 없어.


나도 그렇게 말하고 다녔고 그건 실제로 일어났고 모두가 그렇게 말해주었으며 이건 사실이 되었다.


이 운 외에 나는 나의 불운을 믿어왔다. 이번에 믿어봐야지. 여기서 잘 해내는 내 모습을 믿고, 어제보다 나아지면 남들도 저절로 찌질했던 수습기간의 나를 잊어주길 바란다. 물론 잊기에 치명적인 말실수를 하긴 했다만, 그래도 묵묵히 이번에는 다른 운도 믿으며 일상을 꾸며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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