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닥이라고 정하면 바닥이고, 지옥이라고 생각하면 지옥이다.
내 삶은 20대 이후로 나락을 찍고 있다고 생각했다. 바닥을 밑에는 또 바닥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바닥에 빠져있기를 선택했다. 바닥에서 튀어나오기를 선택하는게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나는 공부를 꽤 잘했고, 대학도 (무려 졸업프로젝트 1등!) 잘 졸업했으나 사회에서 여러모로 부딪히곤 했다. 워낙 부딪히다보니 나는 나를 잃어갔다. 지금의 기록도 내가 나를 잊고 잃어버릴까봐, 필사적으로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나는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기로 했다. 바닥에서 튀어나오기를 선택했다. 이 선택은 그냥 절망에 빠져있는것보다 크고 귀찮은 일들을 요구한다. 일적인 면에서 수습을 잘 보내기 위해 나는 쓰다쓴 이야기들을 진심으로 받아들여야하고, 발표시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들키면서도 끝까지 발표를 해내야만 했다. 사람들은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았으며 잊을만하면 실수를(아직 커다랗게는 아니어도) 하며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치기도 했다.
이런 내 모습을 진심으로 받아들여야했다. 자존심상하지만 나는 안 좋은 피드백들을 들으면서 계속 피곤해했고 무너졌다. 무너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너진 것을 인정하면서 다시 시작하기를 선택했다.
다시 생각해보았을때, 두달간의 나의 업무를 돌아보니 자존심이 상하게도 대부분 혼나는 영역이 비슷했다. 그리고 혼나는 영역은 내 인생에서 꽤 큰 걸림돌이 되어왔고 내가 애써 모른척해왔던 부분이었다.
나는 너무 감각적으로 일했다.
멋진 카레를 만들 줄은 알지만, 누군가에게 카레를 만드는 법을 설명하라던가, 구체적으로 카레를 잘 만드는 자신만의 방법을 전달할 줄은 몰랐다.
나는 신입치고는 혼자서 타 부서와 많은 협의를 이뤄냈으나, 늘 결과만 말하느라 '그냥 일이 이렇게 되었다.'정도로만 보고를 올렸다. 어떻게 했냐고 하면 어째선지 필요없는 애매한 말들만 하곤 했다.
그렇니까 정말 감만으로만 일을 했다.
그 감으로 어찌어찌 잘 흘러가며, 그 감은 대부분 맞았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혹 또 구직을 하게 될 때는, 구체적인 근거가 필요했다. 근거가 없으면 구체적인 설명이나 분석만이라도 있어야했다. 결과가 없더라도 어떤 태도를 무엇을 대했는지가 필요했다.
다시 자소서 쓰듯이 내가 해온 모든 일들을 분석해보려고 한다.
나의 방황의 끝은 거기서 시작할 것이다. 나를 잃지 않으면서 내가 한 것을 잊지 않으려는 여정에서. 그 여정이면 나는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씩씩하게 잘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