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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Apr 14. 2018

날 신경써주고 싶다는 너희에게.

항상 고마워하고 있다능.


그래서 항상 바빠서 (카톡확인,답장,연락 등등)이 늦었다고 했다. 미안하지만 하나의 팩폭을 하자면,

아마 나도 너희만큼, 너희도 나만큼 바쁠 것이다. 우리 중 그 누구도 취업한 사람이나 학업 외의 다른 일에 뛰어든 사람은 없으니까. 개인적으로 나는 너희가 바빠서 그랬다는 핑계는 대지 않았으면 했다. 그 말은 너희가 아무리 나에게 미안해함을 알아도 마음 어딘가에서 '나는 안 바쁜 줄 알아?'가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정신이 없었다고 해도 좋고, 그냥 아무말도 하지 않아도 된다. 핑계를 댈 필요가 전혀 없는 문제니까.

 그러니까 너희는 나에게 신경을 못 쓰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도 된다. 그거 때문에 너희가 나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 들 이유는 전혀 없다. 누군가를 신경쓴다는 것은 정말로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는 일이라는 것을 나도 잘 안다. 그리고 내가 가족이나, 상사나, 바로 옆에 존재하는 사람도 아닌데 나를 위해 그렇게나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아도 된다.

내가 너희가 있는 곳에 놀러갔는데 유난히 그날 그 곳의 날씨가 덥다고 너희가 미안해할 필요는 없는 것처럼 말이야. 물론 조금 이야기를 해 주었으면 좋긴 하겠다. 여긴 더울테니 반팔위에 가디건을 입고 오라는 연락을 준다거나. 하지만 굳이 안 그래도 된다. 

나에게 '친구들이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은 그 정도의 무게이고 의미니까. 이렇게 말하면 너희는 서운해할까? 내가 난 신경 안 써줘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을까? 근데 아니다! 나는 힘드니까, 너희가 날 신경써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너희가 나를 신경쓰지 못 하는 상황이나 한계때문에 나에게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너희의 잘못이 아니거든.


너희 모두는 나를 오랫동안 알아온 사람들이다. 내가 우울증을 겪기 전 모습도, 겪고 있는 모습도 전부.내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았던 너희는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 항상 고민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되기 전의 내 모습을 동경했던 한 친구는 내가 그 모습에서 점점 멀어져가자 나를 무시하거나 비웃으며 함부로 대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너희는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정말로 내가 나라서 나의 곁에 있어주었다. 날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는 사람은 (가족외에) 너희가 유일했고 앞으로도 너희같은 사람들은 만나기 힘들 거라고 생각해. 


항상 나에게 최선을 다 해주었는데, 더 못해준다고 너무 힘들어하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나는 그냥 너희가 너희의 일을 다 하고 좋아하는 일을 다 하고 남은 시간에 1초라도 내 생각을 해 주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지금의 나는 1분  1초도 다른사람 생각은 커녕 내 생각도 못 하고 있거든. 


언젠가 나도 너희에게 너희같은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미치도록 힘들고 지친날일때, 얘라면 민폐끼쳐도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언제든 나에게 전화를 걸고 나에게 징징거려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싶다. 


"우리 우정 평생가자!"

이런 말을 했던 친구들은 지금 내 주변에는 없다. 너희와 나는 아마 서로가 서로를 잡아둘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언제든 서로의 존재를 몰랐었던 그 때처럼 될 수도 있다고. 그래서 저런 말을 하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다만. 어찌되었든 좋다. 우리는 지금 서로 너무 많이 떨어져있지만, 언제든 닿을 수 있다. 그 사실이 나는 항상 고마웠다. 


그러니까, 너희가 나에게 신경을 못 써준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너희의 친구 중 '좀 귀찮고 성가신 친구'가 될지언정, 의무처럼 신경써야 하는 일이 되고싶지는 않으니까.

너희가 오늘도 정신없이 잘 지냈으면 좋겠다. 그렇게 서로가 가끔 생각이 나서, 연락을 하고 전화를 하자. 나는 아직 멀었지만 언젠간 너희에게 나를 생각하고 신경쓰는 시간이 휴식과 비슷한 시간이면 좋겠다고. 물론 너무 큰 꿈이지만.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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