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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Apr 17. 2018

봄에 가장 가까운 마을

그림 생각은 밤에 났는데 그림은 낮

연습용으로 그리고 있어서 허접하다...하지만 완성하더라도 과연 이것보다 덜 허접할까?

hello 나는 변함없이 나날을 그럭저럭 지내고 있어.

네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네가 좋아하는 가방을 메고

네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걸어가면 돼.

싫어하는 것을 하나 찾기보다

좋아하는 것들을 제대로 찾아내자

네가 살고 있는 그 마을의 어딘가에서

(봄에 가장 가까운 마을 가사 중)


이 노래는 한창 우타이테들을 좋아했을 무렵, 알게 되었던 노래이다.

사실 가사는 잘 몰랐지만 멜로디가 정말로 봄의 쓸쓸함과 가슴벅참을 모두 담아내서 좋아했는데 오랜만에 갑자기 듣게 되어서 가사를 다시 한번 보았다.

나는 노래를 들을때 랜덤으로 해 놓는데, 그러면 내가 좋아하거나 지금 분위기와 굉장히 잘 맞는 노래가 갑자기 나오면 힘들었고 우울했던 나날들이어도 그 순간만큼은 아직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오늘은 진짜 힘들었다.

정신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다. 이제 정신적으로 괴롭지 않기 위해서 나름대로 발버둥을 치고 있어서. 그래도 심적으로도 몸도 힘들었다. 너무 바쁜데 쉴 틈도 없었다. 남들은 이미 저 멀리까지 달려나갔겠지. 그 생각을 하면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너무나도 괴로워졌다.

도서관에서 짐으로 터덜터덜 돌아오다가 돈이 별로 없는데도 늘 지나치기만 하던 타코야키 집에서 타코야키를 사먹었다. 그리고 집 근처 공원에 앉았다.

내 이어폰에서는 비투비의 '봄날의 기억'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노래가 끝나자 기막히게 이 노래가 나왔다. 

'엄청난 순서로구만. 봄의 포근한 노래들로 날 심쿵사시키려는 운명의 장난인가'

그리고 오랜만에 찾아본 이 노래의 가사.


너 답게 있을 수 있는 스피드로 걸어가면 돼.


서울 올라와서는 항상 울었던 기억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근황만 전하고 이런저런 얘기만 하려고 부모님께 전화했다가, 나도 모르게 솔직하게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얘기하고 같이 울어버렸다. 항상 이것의 반복이었다.

공원에 앉아서 전공책을 책상삼아 타코야키를 올려놓고 먹으면서 산책나온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문득 든 생각은,

나 나름대로 적응하고 있는 거 아니냐 이거?

부모님께 해 줄 좋은 이야기가 하나 떠올랐다.

분명히 힘들고 실망하고 지치고 외롭고 괴롭고 힘빠진 기억밖에 없는데도 나는 그 곳에서 무엇인가 내가 할 수 있는, 좋아하는 일을 조금씩 만들고 있었구나.

나는 살아가고 있었다. 내가 죽을듯이 싫어하고 질색했던 이 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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