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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Apr 21. 2018

그놈의 '안되면 어떡하지'

어깨에 힘 빼는 방법 수강신청하고 싶습니다.

친구 생일 때 엽서로 만들기 위해 그렸던 그림이다.

이 그림 이전에 그렸던 그림들과 이후에 그렸던 그림들(난 하늘을 좋아하니까 그리는 그림이 다 비슷비슷하다) 모두 합해도 나는 이 그림이 제일 마음에 든다. 물론, 친구에게 선물해준 그림이니까 반응이 제일 좋았던 그림이어서도 있지만 이 그림은 정말 즐겁게 그렸다. 몸에 긴장이 풀린 상태로 처음부터 끝까지 그렸다. 그랬더니 결과물도 정말 만족스러웠다. 그 친구가 기뻐했으면 좋겠으니까 잘 그려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딱히 안 그려지더라도 상관없다. 그 친구는 내가 어떤 그림을 그렸냐가 아니라 내가 그림을 그렸다는 것에 포커스를 맞출 테니까. 내 그림이 어떤 결과물이든 내가 그림을 줬다는 것에 기뻐할 거니까!



'잘 되면 좋겠다'는 '안되면 안 돼'와 같은 말이 아니다.


그걸 열실히 느끼는 요즘.

안되면 어떻냐는 말이 진정으로 나에게 녹아들어야 잘 되면 좋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고 집중할 수 있나 보다.

어떤 일을 시작, 과정, 마무리까지 잘 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그 일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며 이게 안 되더라도 딱히 내 목숨이나 내 세상에 지장은 없을 것'임을 아는 것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예전부터 난 그랬다.

무언가에 욕심을 넘어서 그것이 부담이 되어버리면, 그러니까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을 안되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 앞서버리면 모든 것을 망쳤다. 특히 과정. 엄청 망가졌다. 망가진 과정만큼 결과라도 좋으면 위로라도 받겠는데 이런 경우는 아무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고 심지어 나 자신도 나를 공격했다.


그래서 엄청 지쳐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안되면 안돼의 상태이다. 

무엇을 하든 온 몸에 긴장만 돈다. 예전에는 정신 차려보니 긴장을 하고 있어서 그때서야 몸에 힘을 뺐는데, 지금은 몸에 힘을 어떻게 빼는지도 모르겠다. 개복치가 된 기분이다! 아니 어쩌면 난 개복치였을거야, 태어났을 때부터....!


이게 갑자기 될 리가 없다.

머리는 아는데 마음이 자연스럽게 따라주기가 참 힘들다. 이해는 되는데 인정이 안된다. 그래도 계속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발버둥을 칠 거야. 언젠가 내가 회복이 되어서, 안되면 어떻냐는 마음으로 눈 앞의 일에 뛰어들 때, 좀 더 튼튼해져서 그때는 잘되면 좋겠다는 기대감으로 그 무엇을 할 거야. 그런 내가 언젠가 되어있을 거야.

갈 길이 더럽게도 멀다. 그러니까 잠깐 멈춰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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