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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May 08. 2018

조별과제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이번에는 사람 운이 참 없다.

벌써 여러번의 팀 프로젝트가 걸렸다.

팀원들 운도 없었다. 그 프로젝트는 내가 전혀 관심이 없었던 분야였다. 그래서 나는 다른 조원들에 비해, 그 기여도나 도움이 되는 정도가 떨어졌다. 대신 그 다른 일들을 도맡아서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나를 무시하는 한 조원이 있었다. 그리고는 다른 조원들은 도움이 될 것 같자, 그 조원들의 말만 듣고 회의를 할 때도 내 쪽은 아예 보지도 않았다. 그냥 그렇게 무시하면 되는데, 알게모르게 공격까지 하더라.

같은 얘기인데요. 아, 국어 잘 못하시는구나?

이런 것이 몇달째 쌓이자, 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해야 할 일들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부던히 노력해왔었다. 그런데 그게 고작 저 사람 하나때문에 다시 무너지자 어이가 없었다. 

처음에는 나를 무시하는 저 사람에게 인정받으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최고의 복수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를 평가하는 건 저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비록 가지고 있는 정보량이나 스펙을 달랐지만 고작 학부생에 불과했고, 나를 평가하는 건 우리 위의 사람이다. 저 사람이 아니다.

그걸 알면서도 계속되는 공격에 뭐라 말하기도 애매하고 그렇게 몸까지 아픈 날에도 그 사람들을 신경쓰며 발표자료를 마무리 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잠을 깊게 들지 못해서 다시 긴장해서 소스라치게 잠에서 깨는 내가 있었다. 아파서 약을 먹고 수업까지 가지 않고 누워있었는데 말이다.

한번은 다른 조원들에게 자료를 언제 올릴거냐고 물었더니, 그게 자존심이 상했는지 내 것을 트집잡으며 몇분동안 길게 장황한 설교를 하더라. 그걸 보니까 너무 웃겼다. 본인이 내가 그 분야를 잘 못한다고 생각해서 나를 무시해놓고는 자료 올리라고 재촉 좀 했다고 혼자 부들부들 떨면서 논리적인 척, 멋진 선배인 척, 말 잘 하는 척, 모두를 위한 척을 하고 있지만 그대로 보이는 "니가 뭔데 날 무시해!"하는 그 모습.


아 피곤하다, 미안하지만 나도 그쪽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생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쪽 덕분에 나는 이 프로젝트에서 의욕이 완전히 사라졌다.

잘 할 생각도, 잘 하지 못하니 열심히라도 할 생각도 들지 않는다. 물론 점수가 걸려 있으니 안 할수는 없지만 그냥 하는 정도로만 그칠란다.

그리고 나는 피곤하고 아프다. 그 쪽을 생각하면서 겨우 쌓아올린 나의 노력과 모래성을 무너뜨리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미 어느정도는 무너뜨렸다. 화가 나고 기분이 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결국 또 생각을 하고 만다. 나 자신을 또 몰아세우게 된다. 난 아픈데, 쉬어야 하는데.

최근에 친구가 놀러왔다. 그 동안은 정말 이 생각이 전혀 들지 않더라. 그래서 잠도 잘 잤다.

그렇다. 잠 잘 때 그 생각을 하고싶지 않으면 평소에도 그 생각을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기 위해, 잠 자기 전 뿐 아니라 모든 시간에서 나는 노력해야 한다.

당신은 나를 화나게 할 힘이 없다.


당신에게 그 힘을 주지 않겠다.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이 뺏겼던 것 같지만 지금부터는 어떻게든 사수하려고 한다.

나는 내가 중요하고 그 쪽은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오늘부터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겠다.

그게 안 되서 이러고 있는 거지만.... 그렇게 되도록 발버둥 칠 것이다. 그럼 언젠간 바뀌어 있겠지?

오늘은 나의 잠이 방해받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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