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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과제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by chul

이번에는 사람 운이 참 없다.

벌써 여러번의 팀 프로젝트가 걸렸다.

팀원들 운도 없었다. 그 프로젝트는 내가 전혀 관심이 없었던 분야였다. 그래서 나는 다른 조원들에 비해, 그 기여도나 도움이 되는 정도가 떨어졌다. 대신 그 다른 일들을 도맡아서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나를 무시하는 한 조원이 있었다. 그리고는 다른 조원들은 도움이 될 것 같자, 그 조원들의 말만 듣고 회의를 할 때도 내 쪽은 아예 보지도 않았다. 그냥 그렇게 무시하면 되는데, 알게모르게 공격까지 하더라.

KakaoTalk_20180508_204554203.jpg 같은 얘기인데요. 아, 국어 잘 못하시는구나?

이런 것이 몇달째 쌓이자, 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해야 할 일들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부던히 노력해왔었다. 그런데 그게 고작 저 사람 하나때문에 다시 무너지자 어이가 없었다.

처음에는 나를 무시하는 저 사람에게 인정받으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최고의 복수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를 평가하는 건 저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비록 가지고 있는 정보량이나 스펙을 달랐지만 고작 학부생에 불과했고, 나를 평가하는 건 우리 위의 사람이다. 저 사람이 아니다.

그걸 알면서도 계속되는 공격에 뭐라 말하기도 애매하고 그렇게 몸까지 아픈 날에도 그 사람들을 신경쓰며 발표자료를 마무리 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잠을 깊게 들지 못해서 다시 긴장해서 소스라치게 잠에서 깨는 내가 있었다. 아파서 약을 먹고 수업까지 가지 않고 누워있었는데 말이다.

KakaoTalk_20180508_204554470.jpg

한번은 다른 조원들에게 자료를 언제 올릴거냐고 물었더니, 그게 자존심이 상했는지 내 것을 트집잡으며 몇분동안 길게 장황한 설교를 하더라. 그걸 보니까 너무 웃겼다. 본인이 내가 그 분야를 잘 못한다고 생각해서 나를 무시해놓고는 자료 올리라고 재촉 좀 했다고 혼자 부들부들 떨면서 논리적인 척, 멋진 선배인 척, 말 잘 하는 척, 모두를 위한 척을 하고 있지만 그대로 보이는 "니가 뭔데 날 무시해!"하는 그 모습.


아 피곤하다, 미안하지만 나도 그쪽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생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쪽 덕분에 나는 이 프로젝트에서 의욕이 완전히 사라졌다.

잘 할 생각도, 잘 하지 못하니 열심히라도 할 생각도 들지 않는다. 물론 점수가 걸려 있으니 안 할수는 없지만 그냥 하는 정도로만 그칠란다.

그리고 나는 피곤하고 아프다. 그 쪽을 생각하면서 겨우 쌓아올린 나의 노력과 모래성을 무너뜨리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미 어느정도는 무너뜨렸다. 화가 나고 기분이 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결국 또 생각을 하고 만다. 나 자신을 또 몰아세우게 된다. 난 아픈데, 쉬어야 하는데.

최근에 친구가 놀러왔다. 그 동안은 정말 이 생각이 전혀 들지 않더라. 그래서 잠도 잘 잤다.

그렇다. 잠 잘 때 그 생각을 하고싶지 않으면 평소에도 그 생각을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기 위해, 잠 자기 전 뿐 아니라 모든 시간에서 나는 노력해야 한다.

KakaoTalk_20180508_204554808.jpg

당신은 나를 화나게 할 힘이 없다.


당신에게 그 힘을 주지 않겠다.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이 뺏겼던 것 같지만 지금부터는 어떻게든 사수하려고 한다.

나는 내가 중요하고 그 쪽은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오늘부터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겠다.

그게 안 되서 이러고 있는 거지만.... 그렇게 되도록 발버둥 칠 것이다. 그럼 언젠간 바뀌어 있겠지?

오늘은 나의 잠이 방해받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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