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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부적응자가 사회 적응하려다보니 여간 힘든게 아니다

제목 좀 잘 쓰고 싶네.

by chul

글을 안 쓴지 굉장히 오래 되었다.

딱히 바빠서는 아니고, 너무 외부에 자극이나 조언 피드백 질타 등등이 많아서 머리가 복잡해서 그랬다. 생각도 정리되지 않았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도 없어지곤 했다.

다시 머리채를 잡혀서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도 들고, '내가 왜 이런 말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언가가 정리가 된 후에나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정확히 무엇이 정리되어야하는지는 모른채 말이다.


글을 오랜만에 쓰는 이유는 하나다. 하나가 정리되었기 때문이다. 꼭 하고 싶은 것들을 3가지, 우선순위를 세웠다. 그걸 3달만 해보기로 했다.


나에겐 굉장히 오래된, 안 좋은 습관이 있다. '최선'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열심히 했다가 그만큼의 결과가 안 나오고 나의 몸과 마음만 망가질까봐 무서웠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척을 해야 남들에게 비난을 덜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고생하는 척을 좀 했다. 겉보기에만 열심히 하고, 실제로는 열심히 한 이후에 아무것도 안 남을까봐, 오히려 상처만 받을까봐 무서웠다.


실제로 미친듯이 했지만 결과는 안 남고 상처와 굴욕만 남았던 적이 있었다. 이젠 나이가 좀 먹었다. 그때의 과거도 마주할 수 있다. 그때 나 대신 그 조직에 잘 살아남은 사람들과 술을 종종 먹는다. 누가 잘 되었든 못 되었든 별 감흥이 들지 않는다. 가끔 거기 같이 남아있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은 나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나란 사람도 나름 철이 드나 보다. 그렇게 그 과거를 당당하게 마주볼 수 있었던 것도 그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었다. 후회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 나는 여기서 여러모로 다듬어지고 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마이웨이에 독고다이였던 나는, '어딜 가던 실력만 있으면 돼'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았다.

먼저, 실력을 쌓으려면 지금 나처럼 신입-애매한 주니어 입장을 한번씩 겪어야했다. 회사가 아니어도, 처음부터 잘할 수가 없었다. 경험과 경력이란 괜히 쌓이는게 아니었다. 그 시기를 지난다고 무조건 잘하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굴욕과 질타를 받으면서 더 나아지기 위해 뭐라도 해야만 했다.

두번째, 실력이 다가 아니었다. 말투, 사회성, 단정한 옷차림이나 깔끔한 자기관리, 눈치 등 많은 것들이 있었다. 어쩌면 지금 내 상황에서는 실력보다는 후자인 여러 인격, 품격, 환경 등에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하면, 취업준비기간이 길었던 나는 신입이라기에 다소 나이가 많다. 곧 서른을 앞두는 지금 20대 초중반이나 들을 법한 이야기를 듣는게 힘들다. 내가 있는 곳이 나에게 많이 박하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세달만, 약 100일정도만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다. 즐겁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겠지. 일뿐 아니라 내 개인적인 능력, 자기관리, 사회성에서 부족한 부분, 유독 뾰족한 말투 등등을 하나씩 채워나가려고.


하지만 가끔은 너무 많은 피드백 지옥에 빠져서 몇몇개는 쳐내야 할 때도 있었다. 그 중간을 지키는게 참 어렵다.

내일부터는 다시 예전 처럼 쓰고 싶은 글들, 내가 하는 헛짓거리들을 하고싶은 방식으로 올릴려고 한다. 나의 삶을 응원해주듯이 나를 응원해주는 남들도 응원하는 마음으로. 자존감이 짓밟히기에는 이런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오늘도 투덜거리면서 글을 쓴다.

세상 개같이 힘들다 아이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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