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꼭 시계를 차고 나간다.
포스팅을 안해버릇을 하니 진짜 글을 아예 안 올리고 있어서 쓰는 짧글.
글을 쓰는게 조금 무서워졌다. 솔직히 말하면 자신감이 없어졌다고할까? 나의 자신감을 없애준 여러 일련의 사건들이 있긴 한데 생각해보면 내가 뭐 대단한 글 쓰는 것도 아니고 그냥 올려도 상관 없을 것 같다.
슬픈 소식이라면 갤러리가 초기화되어서 나의 멋진 짤들이 없어졌다. 나는 종종 이런 식으로 상황에 던져지곤 한다. 던져진다는 표현을 썼지만, 정확히는 내가 그런 상황으로 냅다 가곤 한다. 나는 정말, 잘 안 변하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고집도 세고, 흔히 말하는 유튜브 프리미엄도 이제야 구독했으며, 스마트 워치류도 가지고 있지 않다.
어쨌든, 오늘 의식의 흐름대로 할 말은 '자기 자신 소중히 대하기'이다. 내적이 아니라 외적으로 먼저 스스로를 소중히 대하는 것은 중요했다. 뭐 엄청난 명품을 휘두르라는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 좋은 음식을 예쁘게 담아먹거나 머리를 빗는 이런 사소한 거 말이다. 부끄럽게도 나는 그런 사소한 것 조차 잘 안되던 사람이었다.
나는 외모나 몸매에 관심이 없기때문에 얕보이기 쉬웠던 젊은 여자였다. 신기하게 위생관념이나 외적인 깔끔함(예쁘거나 화려한게 아니라 다림질 잘 된 옷이라던가 신발을 구겨신지 않는 방향을 이야기한다.) 에 예민한 교사 출신 어머니와 반대로 컸다.
여러 일을 겪은 후, 사실 아직도 잘 안되지만 회사를 다녔을때 적어도 옷차림만은 고집을 했다. 여러모로 정신적으로 힘든 나날들이 지속되었지만, 스스로마저 놓아버리고 싶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게 날 괴롭힌 사람이나 세상에 저항하는 방식이었다. 심하게 당한 날일수록 멀쩡하고 깔끔하게 입고 갔다. 그런데 그게 곧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정신이 엉망인데 멀쩡한 꼴을 하려니 얼마나 귀찮았는지 모른다. 다 포기하고 그냥 똥머리에 간단하게 입고가고 싶던 날이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아침마다 셔츠와 슬렉스를 찾기 위해서 옷장을 미리 정리해두어야했고 옷장을 정리하다보니 쌓인 설거지에서 초파리가 나오는 것도 신경쓰였다. 설거지를 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초파리 약을 치다보니 잠만자는 공간에서 사람이 사는 몇 평이 되었다. 지금은 딱히 나갈 곳이 없지만 하루에 한번은 꼭 대충이라도 옷을 정리한다. 쓰레기를 비운다.
양보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가진 사람은 활력이 있다. 태어난 김에 사는 것 같아 보여도 꼭 셔츠는 다림질을 한다. 명품까진 아니어도 꽤 좋은 시계를 산다. 가끔 팔찌나 반지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사람도 멋지다. 신발끈을 예쁘게, 잘 안 풀리게 묶는 방법을 전수해주는 사람도 진짜 멋지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티에 바지만 입어도 건강함이 느껴진다.
나에게 양보할 수 없는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신발이다. 회사에 다닐때 회사용 슬리퍼를 신지 않았는데, 나는 여러 부서를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내 선배들처럼 잘 하진 못해도, 적어도 깔끔하게 다니고 싶었다. 그래서 운동화나 로퍼를 꼭 신었다.
지금 나는 나가기 전 머리를 빗는다. 집 앞 편의점을 가더라도 말이다. 마음속은 나를 끊임없이 자책하고 무시하고 다시 거기서 벗어나는 과정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기에 겉보기에라도 나는 나를 챙겨준다. 샐러드는 예쁜 접시에 덜어먹었고, 오전에 운동을 했으며 자기 전에는 필로우 퍼퓸을 뿌려준다.
그리고 신발을 구겨신지 않는다.
나는 나를 멋지게 만들어줄 수 있다. 여러 의미로.